“예배당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물가물 해.
너무 오래돼서 생각이 안 나요.
목사님이시라고 하셨지요?
목사님, 목사님 손이라도 한번 만져보자요.”
북한 성도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그가 끌어다 어루만진 제 손 잔등에 떨어졌습니다.
“목사니임, 이 손을 들고 축도하시지요?
이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축복해 주시라요.”
북한에서 온 성도는 저를 슬쩍 보며 말했습니다.
“날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 예수님을 어케 안 따르갔소?”
나 같은 죄인을 위해 죽임당하신 그 예수님을 어떻게 버리갔소?
매 맞아도 멸시당해도 버림당해도…
소리 내어 기도는 못해도…
우린 예배당이 없어. 고구마랑 무랑 묻어둔 땅굴이 예배당이야.
거기 웅크리고 앉아서 골고다 십자가를 그려볼 뿐이디.
예배당이 없어. 모이지 못해 나 혼자 들어가서 쭈그리고 앉아서 실컷 울다 나오고는 해….
그래도 증인이 되라고 하셨으니… 전도해서 천국으로 가게 했지만. 몇 명 밖에 못했다우…
목사님, 나도 상 받을까 모르겠네.”
기차표 살 돈과 비행기표 값만 남기고 중국 성도들에게 주려던 현금 500달러를 넘겨주었습니다.
“이거이 웬 거요? 아니 그 큰 돈을….”
잔돈이 없다며 20불짜리 석 장인 60불을 주면서 “십일조”라며 돌려주던 그 성도.
꼭 하나님께 드리라며 돌려준 북한 성도의 십일조.
“여기서 큰 소리로 찬송 부르는 게 실수로, 꿈에라도, 북에 가서 부르다가 끌려갈까?”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또 눈을 훔치던 성도를 중국의 한 교회 구석방에서 만났었습니다.
그 할머니를 오래오래 후원했습니다.
평안북도의 돌 하나를 가져다주시면서 “이거이 목사님 고향 땅에서 온 것이니 기억하고 기도해 달라”던
그 성도는 지금 천국에 가 계십니다.
“목사니임, 축도하는 그 손으로 내 머리에 얹고
축복해 주라요!
이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려 주라요!
우린 땅굴 속에서 예배한다오!”
메아리치듯 들려오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나 보니 새벽이었습니다.
“내년에는 평양에서”를 외치며 소망하는 열 네번째 성탄 예배를 금년에도 충현교회에서 드렸습니다.
예배는 녹음돼 성탄절 새벽과 저녁 “목사님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축복해 주시라요!” 눈물로 부탁하던 북한 성도들에게 전파로 송출됩니다.
성탄 예배에 참석하는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담겨 북한 지하성도들에게 보내지기를 기도합니다.
2024 12월 18일 무익한 종 이 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