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 편지] “이웃”이 있었습니다

제가 18세였던 1963년 아버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몇 달 후 어머니는 막내를 낳으시고 심장마비로 40세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와 갓난아기, 열두 살과 일곱 살 난 세 동생을 세상에 남겨놓은 채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저는 갑자기 가장 아닌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에게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개척한 교회와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쌀을 가져다 주고 김치를 담가 주시던 권사님들이 계셨습니다.

그러고 3년 반이 지난 1967년 아버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네 형제가 미국에 갈 수 있는 여권과 비자 그리고 비행기표까지도 모두 해결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존 F 케네디가 자신의 대통령 출마 홍보물로 미국의 이민 역사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드는데 저희 가정을 그 영상에 넣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법무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가 정일권 국무총리에게 여권을 내주도록 요청했고, 비행기표는 팬암(Pan Am Airline)이라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찍는 조건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어머님이 미국 시민권을 가져야 북한선교를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런 방법으로 실현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뜻을 이루시려고 “이웃”을 허락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어머님을 통해 저에게 북한선교를 가르치셨습니다. 어머님은 한국에서는 북한선교를 할 수 없으니 미국으로 가라고 권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버님을 한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보내셨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던 제가 교환학생으로서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될 수 없음을 아시고 아버님을 미국에 먼저 보내셨습니다. 우리로 미국 시민권을 얻게 하시려고 아버님을 동원하신 것입니다.

이민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2년 후 미국 병무청에 가서야 미군에 입대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받고 나서 저는 북한선교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제대 후에는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은 번창했습니다. 그때 저는 북한선교를 잊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어머님과의 약속을 상기시켜 준 미국인 목사님이 저를 신학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신학을 하는 동안에도 “이웃”이 있었습니다. 제가 동남아 선교 정탐 여행을 하도록 배려해 준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제가 중국에 다녀오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후 1985년 모퉁이돌선교회를 시작할 때 데일 킷즈만, 브라더 데이빗, 브라더 앤드류, 죠나단 챠오 박사, 그리고 빌리 그래함의 가족과도 만납니다. 이분들이 모퉁이돌 선교회를 응원했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북한 선교를 시작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운 “이웃”이었습니다.

북한선교를 일깨워 주신 어머니, 중단 없이 끝까지 가도록 권해 주신 아버지, 심지어는 로버트 케네디, 정일권 국무총리, 팬암 항공사, 중국에 처음 발을 내딛도록 해 준 담임 목사님, 데일 킷즈만 박사, 부라더 데이빗, 부라더 앤드류, 죠나단 챠오 박사,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밀어주는 아내와 두 딸, 나의 친형제들과 모퉁이돌 간사들, 끝없는 사랑과 헌신으로 동역하시는 회원 여러분들이 바로 저의 “이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과 어머님과의 약속을 잊지 않게 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방해꾼 같은 사람이 옆에 있던 것도 나를 키우시려는 하나님의 섭리일 수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경제적인 난관 속에서도 주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의지할 우리 모습을 기대하십니다.

1967년 5월 어느 날 저는 김포비행장을 떠났습니다. 그날부터 북한선교를 위한 모든 준비를 하게 하셨습니다. 평양에 갈 일꾼들을 키우고, 북한을 바라보며 눈물로 기도할 여기 강화훈련원에서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가 강도 만난 북한 성도의 이웃이 되어 이곳 강화훈련원에서 기도하며,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 다음 세대들이 선한 이웃으로 일어나 평양과 중국과 아랍과 이스라엘까지 복음 들고 달려가는 선교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꿈꾸며 기도합니다. 여러분이 북한 성도들의 “이웃”이었음을 하나님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2021년 5월 15일
무익한 종 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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