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편지]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우리 다 모였냐? 이제 더 올 사람 업디? 여기 하나씩 받으라.”
형님은 모인 사람들에게 남녀 구별 없이 공히 양말 한 켤레씩을 나눠 주었습니다.
“형님이나 신으라요! 지금 형님 양말이 찢어져서 발가락이 나오디 안아! 그러니 형님이나 신으라요.”
동생이 소리를 지르자 그곳에 모인 대여섯 명의 눈길이 일제히 형님에게로 쏠렸습니다.
“내래 우리 아바디가 갖다 주기로 했어. 그러니 념여 말고 어서 신으라야.”
양말을 건네는 형님의 얼굴은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고 도리어 기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본인 생활이 여유가 있
어서가 아니라 자식들이 준 양식을 조금씩 모아서 장마당에서 양말과 바꿔 온 것이었음에도.
“아니, 형님 나이가 몇인데, 아버지가 돌아간 지가 얼마나 됐는데, 아버지 타령만 하요?”
동생은 한심하다는 듯 쏘아붙였습니다.
“그런 내 아버지가 있단다.”
“당 간부인기야?”
“며칠 있으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이 말을 한 형님이 속으로 생각하는 듯 잠시 아무 말을 않다가 성탄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12월 달이면 ‘성탄절’이라는 것을 지키는데 말이야. 이날은…”
형님은 최대한 쉬운 말로 성탄절의 복음을 풀어 갔습니다.

그 다음 주일에는 각자 음식을 조금씩 싸 가지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눈은 안 왔지만 바람이 꽤 쌀쌀했습니다. 이런 추운 날씨에 집에 안 있고 산에 가는 사람은 형님과 그 일행 밖에 없었습니다. 형님은 간단하게 말을 했습니다. 아무도 그것이 설교인지 모를 정도의 말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가져간 음식을 맛있게 나눠 먹은 형님은 옆에 떨어진 언덕에 올라가 두 손을 높이 들고 “아바지! 아바지!” 하고 외쳤습니다. 기도는 곧 이상한 소리로 바뀌어 울며 탄식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형님 완전히 돌았구나야.” “이게 뭐이가. 형님이 돌아가신 아버지랑 이야기하는 거야 뭐이가.”라고 했습니다. 20여 분이 지나고 그제서야 눈물을 닦고 다시 앉은 형님이 “사실내가 믿는 하나님이 나의 아바지야.”라고 말하며 예수님이 구주이신 것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


‘형님’이 아껴 모은 양식으로 산 양말 한 켤레.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가난한 자들을 긍휼이 여긴 그 작은 사랑의 손길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영혼 구원의 통로가 되어, 동생이 중국으로 공부하러 나왔습니다. 형님이 공부한 바로 그곳으로. 중국의 현장 사역자는 동생을 만난 다음날 새벽 동이 틀 무렵, 동생을 데리고 형님이 기도하던 산골짜기로 갔습니다. “여기가 형님이 두 손 들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던 자리야.”, “저기가 바로 형님이 무릎 꿇고 기도하던 자리야.”라고 말하니 동생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바지!” 하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형님이 조선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기도했고 그 기도가 우리를 살렸다고 고백했습니다. 동생 역시 밤잠을안 자며 말씀을 공부하다가 돌아가 형님을 돕는 사역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양말로 복음을 전한 주님의 일꾼의 이야기입니다.
양말 한 켤레가 영혼을 구원할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까짓 것 가지고”라고 생각하는 그것으로….

얼어붙은 강 위에 쌓인 눈 위에 사람의 맨발 자국이 있었습니다.
중국 쪽 옥수수 밭에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건너왔을 것입니다.
먹거리를 찾다가 돌아간 듯했습니다.
이번 성탄에 무엇을 보내줘야 하나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양말이라도?
급한 마음에 중국에 양말 가격을 물어보았습니다.
우리 돈 천 원이면 어른 겨울 양말 두 개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
천 오십 원이면 어린이 양말 세 개를 살 수 있답니다.
커피 한 잔이면 양말 12켤레를 북한 성도의 발에 신길 수 있습니다.
이 양말을 북녘 성도의 발에 신길 사람이 없을까요?
그 양말 한 켤레가 잊혀진 생명을 살린다는데….

본인은 구멍 난 양말을 신으면서 주변에 새 양말 한 켤레씩을 나누며 복음을 전하는 북한지하교회 사역자들에게 금년 성탄절에도 성도들과 이웃들에게 나눌 것이 풍성하게 보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0년 12월 14일
무익한 종 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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