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돌아보며 2] 24년 동안 12가정을 전도한 순희 할머니(2025. 2)

“속상해서 3년을 울었어. ‘하나님, 왜 제가 여기 와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뭐라고 말 좀 해 보십시오!’라고 하나님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
‘북한에서 온 예수쟁이’라는 순희 아주머니는 1960년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이주민이었다. 살기 좋다는 북한의 선전을 믿고 국경을 넘었지만 그와는 영 딴판인 현실에 아주머니는 망연자실해서 하나님께 이유를 묻고 또 물었다.
“왜 북한에 가게 하셨대요?”
이삭 목사는 하나님의 답변이 궁금했다.
“내 얘기하라고 보내셨대. 하나님 얘기! 그 소리 듣고 깜짝 놀라 중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연락을 했지.”
순희 아주머니는 중국에 살면서 어려서부터 예수를 믿었다고 한다. 그러다 문화혁명이 일어나 핍박이 심해지자 북조선이 살기 좋다는 말에 속아 북한행을 택했다. 아주머니는 자신을 속게끔 내버려두신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러나 3년간의 기도 끝에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획 아래 일어났음을 깨닫고 전도를 시작했다.
“1963년에는 도강증(통행증)만 있으면 중국을 다녀올 수가 있었지. 가서는 친척들에게 줄 수 있는 거 뭐든지 다 달라고 했어. 그렇게 받은 물건을 바리바리 싸 들고 북조선에 돌아와서 옆집에 하나씩 하나씩 선물로 나눠줬지.”
“아주머니에게도 요긴한 것들이었을 텐데, 모두 전도 물품으로 쓰셨군요.”
그 말을 하는 아주머니의 얼굴, 고생을 많이 한 탓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이 이삭 목사의 눈에 들어왔다. 친척들이 준 물건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복음을 위해 사용한 아주머니의 훈장과도 같은 주름이었다.

하나님이나 성경 말씀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아무 대가 없이 물건을 주는 일이 계속되자 이웃 사람들을 이유를 궁금해했다.
“아주머니도 편하게 사시는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렇게 주세요?”
“나? 나는 고향에 맨션이 있어.”
심드렁한 말투로 아주머니가 받아쳤다.
“네? 저도 그 맨션에 가 볼 수 있나요?”
사람들은 아주머니가 숨겨놓은 부자라며 수근댔다.
“없어!”
“왜요?”
“아버지가 다르잖아! 나는 아버지가 한 분이 아니라 두 분이거든.”
대화가 이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문이 막히거나 이해를 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비밀스러운 언어를 알아들은 사람이 있었다. 아주머니에게서 2년 동안 도움을 받은 이웃 사람의 입에서 “지금 하나님을 얘기하는구먼”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순희 아주머니는 물론 그 누구도 하나님을 말하거나 가르친 적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순희 아주머니의 은밀한 은유를 알아듣는 사람들이 생겼고, 결국 북한 내부에서 24년간 12가정, 24명을 전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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