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예수를 믿다 한국에 온 이영실 사모의 간증이 지난 선교 아카데미 개강 예배에서 나눠졌다. 기독교를 핍박하는 그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신앙의 유업을 물려 받았으며,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은 어떻게 기도하고 전도하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해 주었다.
장롱에서 발견한 싯누런 책 한 권
저는 엄마, 아빠라는 말을 떼기도 전에 탁아소로 보내져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세뇌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오직 당과 수령과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 내 한 몸을 바쳐야지”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부모님은 자녀들에게도 기독교인임을 철저히 숨기셨기 때문에 자랄 때 하나님이나 기독교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2살이 되던 해에, 하루는 옷장 서랍 밑에 뭔가를 꺼내려고 손을 넣었다가 싯누런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겉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범상치 않은 책이었습니다. “이게 뭐지?”라며 펼쳐 보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면서 닭살이 돋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외국 출판물을 모두 신고해야 합니다. “우리 집에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책이 있지? 보위부에 가야 하나? 담임선생님한테 일러야 되나? 아, 우리 집은 망했구나!”라며 사시나무 떨 듯 떨었습니다.
밤에 누워서까지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과 함께 “태초라는 게 뭐야? 하나님은 뭐지? 천지는 또 뭐고?” 하는 질문이 제 안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결국 두 주쯤 지나서 아버지에게 “저기 있는 책이 도대체 뭐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제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시더니 “네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짐승이 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뱀”이라고 대답하니까 아버지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저는 그 이야기가 믿어졌습니다. 요셉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와 그렇구나” 하며 이해가 되면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핍박받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하나님을 아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하나님을 포기할 수 없다며 순교의 자리로
하나님을 믿고 나니까 제일 먼저 학교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애들에게 하나님을 전할까 궁리하다가 “야, 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짐승이 뭐야?”라고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물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여기에서처럼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가 없습니다. 제 입에서 기독교나 하나님에 대해 나오는 순간 저희 가족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겁니다. 그래서 광범위하게 토론하지 않고 조용조용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나는 죽어도 괜찮다’라며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 동네에 살던 분도 그랬습니다. 그분이 직장에 나가서 하나님을 믿어야 된다라고 계속 말하고 다니니까 보위부가 “네 입에서 다시는 하나님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말게 하라. 하나님을 전하지 말라. 기독교를 전하지 말라.” 이렇게 경고를 줬습니다. 주위에서도 “우리는 살아 남아서 대에 이어 가며 하나님을 전해야 된다.”라고 설득했지만 그분 안에 계신 성령님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보위부가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놓고 그분에게 “네가 여기서 하나님을 부인하면 살려주겠다.”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하나님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해서 그분은 바로 처형당하고 아내와 자녀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북한에서는 전도할 때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합니다. 그냥 “하나님 믿어라”라고 말하는 수준으로는 안 됩니다. 삶으로 살아내지 않으면 복음이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에는 거짓된 믿음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는 죽어서 없어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하나님을 전할 때 믿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북한에는 복음도, 지하교회도, 전도도 없다고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저는 하나님을 예배당에만 계신 분으로 제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지금도 북한에서 기적을 행하시는 하나님
저희 아버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도를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전도 대상자에게 바로 접근하지 않고 6~7년 정도 시간을 갖고 기도한 후에 기회를 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랬을 때 “이게 뭐야? 도대체 뭔 소리야?”라고 반응한 분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번은 제가 아버지에게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보여 달라”라고 졸랐는데 그때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998년쯤, 고난의 행군 시절에 아버지와 같이 일하시던 분이 며칠 동안 출근을 안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집에 찾아갔더니 아내와 애들은 가출하고, 그분은 폐결핵에 걸려 죽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당시는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꽃제비들의 시신이 역전에 널려 있던 때라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오래 못 살 것 같은 그분에게 집에 있는 음식을 가져다가 먹이셨습니다. 며칠 동안 그렇게 해서 몸이 많이 회복되었는데 그분이 아버지의 손을 잡으면서 “내가 이십여 년 동안 너를 감시해 왔다.”라고 하셔서 아버지가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저희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매일 보위부에 가서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내가 이때까지 한 번도 네가 말한 하나님을 가서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하시면서 “이제는 내가 죽을 때가 가까운 것 같다. 네가 믿는 하나님을 내가 믿고 죽겠다.”라고 고백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지 않으면 이런 일은 북한 땅에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도 기적을 행하여 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
제가 12살에 하나님을 믿으면서 어른들께 “도대체 기도를 어떻게 하나요?”라고 여쭈었습니다. 저희 할머니와 부모님은 남조선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기록된 대로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매일 기도하셨습니다. 남조선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이스라엘이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잘 되게 해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건 이방인들이 구하는 거라고, 오직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모든 것을 더하시겠다고 성경에 말씀하신 것처럼 기도하셨습니다. 북한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 왜 우리를 이렇게 고난 가운데 내버려 두셨습니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북한 성도들은 고난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이 뭘 원하시는지를 분별하고자 기도할 뿐입니다. 북한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채워지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 또 다른 사람이 하나님의 나라를 보게 되는 하나님의 뜻을 이뤄드리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연합하여 함께 북한에 올라갈 그날
저는 북한에서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4대째 예수 믿는 가정에서 성도로서 믿음을 지키다가 남한으로 왔습니다. 저는 북한이 열렸을 때 제일 먼저 들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가라고 하실 때 뒤도 안 돌아보고 북한을 향해서 가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북한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다 잡아 먹혀 탈탈 털릴 거라고 탈북민들끼리 이야기합니다. 제가 탈북하기 전에도 북한에는 여우하고 승냥이만 남았다고들 했습니다. 다 죽고 악질들만 남았다는 소리입니다. 지금은 아마 더 할 겁니다. 여러분은 북한 사람들이 어떤 말을 쓰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통일이 되면 북한에 올라갈 거야”라고 천진하게 생각하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의 각오 없이 북한에 들어가면 그냥 다 잡아 먹힙니다.
성경에 “형제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라는 구절이 있지요? 저는 북한 분들과 한국 분들이 연합해서 북한에 올라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 혼자서는, 한국 사람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되어 기도의 동역자로 북한을 향해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속히 북한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복음문화교회
이영실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