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성경배달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2023.11)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북한 인접국으로 성경 배달을 다녀온 16명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북한이라는 외국에서 온 가난한 노동자를 혈족보다 더 큰 긍휼의 마음으로 품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서 도울뿐더러,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쓴 한 사역자의 모습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 동포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신하여 섬겨준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통해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어서 그저 좋다고 겸손히 고백하는 사역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담았다.

북한 사람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다


“몇 해 전에 건축 일을 하는 친구를 통해서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기거하는 방에 갔었는데 짓다 만 허름한 창고 같은 건물에 11명이나 살고 있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요랑 이불이 다닥다닥 놓여 있고, 벽에 옷가지 몇 개 걸린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 데서 영하 수십 도로 떨어지는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뜨거운 물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문이나 변변한 난방 기구도 없는 곳에서 말이죠.”
선교 현장을 방문한 성경배달 단기팀에게 북한 노동자들이 살던 방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던 현지 사역자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복받치는 감정에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미안합니다.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현지 사역자는 당시에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는 단기팀에게 자신을 북한을 사랑하는 목사라고 소개했었는데 전혀 과장이 아닌 듯했다. 어쩌면 한국인보다도 더 애틋한 마음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 같았다.
“여기 사진에 동그란 빨간 점이 보이시나요? 이게 이분들이 가진 유일한 온열 기구였습니다. 진짜 손바닥만 한 크기였는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벽이 삼면만 막혔고 한 쪽이 뻥 뚫렸다는 거였습니다. 찬 바람이 숭숭 들어와서 살을 에이는데도 비닐 한 장 치고 겨울을 나야 하는 상황이 여러분은 상상이 되시나요?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지내는 곳도 그랬지만 먹는 것도 형편없었습니다. 양배추와 당근을 삶아 먹는 게 주식이었습니다.”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현지 사역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일하고 있는 공사장으로 먹을 것을 싸 들고 가서 나눠 주었고, 한겨울에도 얇은 옷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그들을 위해 옷과 신발을 갖다 주었다. 험한 건축 일에 종사하는 그들은 다치는 게 다반사였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차로 그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또 힘들게 일했음에도 임금을 떼이는 경우가 생기면 언어가 서툴고 법적인 문제를 잘 모르는 북한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싸웠다.
“저는 저를 의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제가 가진 것으로 그들을 도울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은 이분들이 저희 나라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랬으면 10년, 아니 20년 넘게 섬길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나중에 알게 되어 안타깝고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도울 때 그는 어떤 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이유나 조건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저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덮고 묵묵히 섬겼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나그네 를 환대하다


“저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분들이 가건물에서도 살 수 없게 됐습니다. 갈 곳이 없어지자 저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제가 ‘교회는 어떤가요?’라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상관이 없다고 하길래 저희 교회에다 숙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사람들이 목사를 만나거나 교회에서 살면 생명이 위태롭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이분들이 저희 교회로 온 것은 사정이 급박한 탓도 있지만 그간 저와의 관계에서 쌓인 신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처음부터 저에게 마음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우리를 도와주냐’, ‘왜 우리한테 잘 대해 주냐’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결같이 자신들을 대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저의 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도가 많지 않은 가난한 현지 교회임에도 사역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땅에 온 나그네를 환대했다. 교회 한 편에 딸린 자그마한 방을 개방해서 간이 침대와 라지에이터를 들여놓고 북한 노동자들이 따뜻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담임 목사가 앞장서자 교인들이 뒤따랐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북한 노동자들이 귀가할 때면 집사님, 권사님들이 나와서 이방의 손님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아들과 손자를 대하듯 정성껏 대접했다. 그리고 이들이 하나님을 믿도록 뒤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타국 땅에서 극진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한 북한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북한분들은 절대로 내색하지 않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거나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면 나중에 불리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분들이 교회에 머무는 동안 사실 술과 담배에 절어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술 마시지 마세요. 담배 피지 마세요.’라고 하면 잘 따라 주었습니다. 표현은 안 해도 아마 마음속으로는 저와 성도들에게 감사했을 겁니다.”
변화의 기미가 없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품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역자와 성도들은 북한 노동자들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는 와중에 자그마한 기회라도 생기면 예수님 이야기를 전했다. 하루는 북한 노동자들의 우두머리 격인 팀장이 사역자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팀원들 중에는 북한 정부에 목사님이나 교회를 나쁘게 고발할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전도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그 후부터 사역자는 다 같이 모여 있을 때가 아닌 한두 명씩과 따로 있을 때 “예수님이 너를 사랑한다. 예수님은 좋은 분이다.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라며 복음을 전했다.

꼬맹이성경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한 번은 북한분들에게 평양대부흥을 아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분들은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1907년에 엄청난 부흥이 북한을 휩쓸었으며,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분들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당시 북한에 대단한 역사를 일으키셨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분들은 잠자코 듣기만 했습니다. 어떤 날은 한 분이 임금을 못 받았다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구두 계약을 맺고 일을 하기 때문에 대금을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기도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누가 들어준다고 기도합니까?’라며 반문했습니다. 며칠 후 그분이 임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하나님이 도와주셨습니다.’라고 하니까 ‘하나님이 아니라 목사님이 받아 주셨습니다.’라고 웃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수님을 안 믿었으면 저도 여러분을 도와주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처럼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여러분을 도와주고 싶은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라고 하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만지셨을 줄 믿습니다.”
이렇듯 사역자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보듬는 한편 그들의 영혼을 믿음으로 이끄는 일에도 힘을 쏟았다.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먹지 못하는 것이 불쌍하지만 하나님을 모르는 것이 더 안타까워 그는 복음을 전할 계제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았다. 그런 열심 때문이었는지 사역자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분들 숙소 입구에 성경과 <예수> 영화를 볼 수 있는 비디오 기기를 갖다 놓았습니다. 심심할 때 보라는 의도였는데, 영화는 잘 모르겠지만 성경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부피가 큰 남북한병행성경은 그대로 있었고 작은 꼬맹이성경 60권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희가 안 볼 때 한 권씩 가져간 것 같습니다.”
숨기기 좋고 숨어서 보기 좋은 꼬맹이성경을 몰래 읽기 위해 가져간 것이라고 사역자는 확신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복음을 듣고 하나님 알기를 원했던 사역자와 성도들의 기도가 응답된 것이라고 그는 기뻐했다.
이번에 성경배달 단기팀이 가져간 500여 권의 북한어 꼬맹이성경과 만화성경 중 일부가 사역자에게 전달되었다. 이방 땅에서 헐벗고 굶주리며 힘든 노동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이 전해지고 생명으로 열매 맺는 충만한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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