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catacomb015

믿음의 2세대에게 전수받은 신앙

제가 10살 때였던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 저녁을 지으시면서 너무 이상한 노래를 부르셨어요. 아무리 들어봐도 그 당시 북한에서 유행하던 노래가 아니었어요. “할머니, 지금 무슨 노래 부르십니까?” 제가 물으니까 할머니께서는 “그런 노래 있다.”라고만 하셨어요. 

또 하루는 학교에 다녀왔는데 할머니가 창고 안에서 색이 바랜 누런 책을 펼쳐서 읽고 계셨어요. 곁에서 보니 한자와 ‘ㆆ’, ‘ㆍ’ 같은 옛 자모가 섞여 있었어요. 할머니께 무슨 책인지를 물었지만 “그런 책이 있다.”라고 하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께서 저녁 식사를 마치시고 집안의 온 문을 다 잠그시고는 창문에 담요를 치셨어요. 그리고 저희 손주들을 앞으로 불러 앉히셔서 하나님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하셨어요.
“할머니나 아버지, 어머니는 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면서 하나님을 잘 믿으며 성장해야 된다. 하나님은 이 땅을 만드시고 이 땅의 모든 것과 우리 사람을 만드셨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다가 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천당이다. 천당은 할머니나 아버지, 어머니의 믿음이 아니라 너희 각자가 믿음을 지켜서 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할머니가 배워주는 말씀대로 살아야 된다.”
그때부터 오랜 시간을 할머니로부터 말씀을 들었어요. 그런데 매번 강조하시던 말씀이 있었어요.

“우리는 좁은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것은 가시밭길, 진흙길, 진펄길이다. 많은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한 길, 큰 길을 향해 간다. 그러나 좁은 길을 끝까지 인내하며 가다 보면 그 끝에 우리 아버지께서 서 계신다. 아버지께서 예비하신 새 하늘과 새 땅, 어둠도 빛도 슬픔도 아픔도 없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이 땅에서 끝까지 인내하며 좁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일만 악의 뿌리이다.”

이것 말고도 많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어린 나이에도 마음에 와닿는 말씀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가는 벌레와 같다. 때가 되면 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듯 우리 아버지께서 이 땅에 다시 강림하실 때 아버지께서 주시는 새 몸을 받아서 천당에 가게 된다.”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말씀을 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때가 오면 소가 들판에 나가서 풀을 뜯어먹고 와서 먹은 것을 새김질하듯 너희도 지금 많이 듣고 배우고 먹어 두어라. 그것을 새김질하면서 너희들의 신앙을 끝까지 지켜가야 된다.”
할머니는 말씀과 함께 찬양을 많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그 찬송들을 찾아보았는데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저희들에게 배워 주신, 믿음의 1세대와 2세대들이 부르셨던 <어느 날에 난 죽던지>라는 찬송입니다.

북한 보위부가 찾지 못한 성경책

할머님과 부모님은 동네에 사시는 어려운 분들을 많이 섬기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예수쟁이 같다”라고 수근댔어요. 그러자 북한 보위부 당국이 가택 수사를 하러 저희 집에 들어왔어요. 때 마침 성경책이 천 주머니에 담겨서 안방 들어가는 문 옷걸이에 걸려 있었는데 보위부가 장롱이며 창고, 집안 깊은 곳을 모두 발칵 뒤집었는데도, 정작 벽에 걸린 성경책은 못 찾았대요. 나중에 또 한 번 보위부가 들이닥쳤을 때도 찬장 구석에 있던 성경책만은 못 발견했대요. 그렇게 보존된 성경책으로 저희는 할머니로부터 말씀과 찬송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13살이 되던 해에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오늘 함께 예배 자리에 들어가자.”라고 하셨어요. 저희 집에는 믿는 분들이 돌아가면서 예배드리러 오시곤 했는데 그날도 타 지역에서 손님이 오신 날이었어요. 그분들과 외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그리고 제가 예배에 참여하고 동생들은 망을 보았어요. 우리집이 지하교회였어요. 그때 배운 찬송이 “하늘 가는 밝은 길”이었어요. 할머니가 “잘 배워서 동생들에게 가르쳐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한국에 와서 보니까 찬송의 가사가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이렇게 할머니로부터 배우는 말씀과 찬송 외에 일상적인 교육 시간이 있었어요. 할머니와 부모님은 매일 저녁 식사 시간에 그날 보셨던 말씀들을 나누셨어요. 저희에게 직접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지만 옆에서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 것이 저희에겐 신앙 교육이 되었어요.

하나님께서 기억나게 하신 찬송가

그런데 그때 저희 집이 도청이 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2월 추운 겨울 날, 아버지께서 끌려 가시고 일주일 후에 할머님이 쓰러져 못 일어나셨어요. 남은 가족들은 산골로 추방되었고 사람들의 감시와 멸시를 견디며 살아야 했어요. 저는 충격이 커서 그런지 할머니께서 가르쳐 주신 찬송들이 추방되고 1~2년 넘게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어느 날,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데 너무 서글펐어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울 수가 없기 때문에 주변에 누가 있는지를 살펴보고는 하나님께 “할머님, 아버님이 보고 싶어요.”라고 제 마음을 토로했어요. 그러던 중에 하나님께서 <주 안에 있는 나에게>라는 찬송을 생각나게 하셨어요. 저는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서 얼른 집으로 내달려 갔어요. 수첩에다 기억하게 나신 가사들을 적었어요. 그 다음날에도 하나님이 다른 찬송을 알려 주셔서 수첩에 메모했어요. 그런데 이러다가 보위부가 들이닥치면 위험해질 것 같아서 동생에게 수첩 숨긴 곳을 알려주며 만약을 대비하게 했어요. 나중에는 어머니께도 수첩에 대해 말씀드리고 집밖에서 조용조용히 찬송을 부르며 우리의 신앙을 지켰어요. 집에는 도청 장치가 되어 있어서 절대로 비밀 얘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북한 땅은 하나님이라는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땅이에요. 하나님을 믿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땅이에요. 하나님을 믿으면 다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곳입니다. 김일성 주체사상밖에 허용되는 것이 없어요. 김일성이 우상이에요.

그러나 북한 땅에 하나님이 아껴 보호하시는 믿음의 성도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회칠한 무덤과 같은 북한 땅을 오래도록 기다리시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강한 손으로 북한 성도들을 보호해 주시기를, 오늘 우리가 누리는 하늘의 양식을 저 북한 형제들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기를, 복음의 자유를 허락해 주셔서 북한 땅 어디에서나 주님의 교회가 일어나기를 기도해 주세요.

*북한에서 할머니에게 신앙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믿음의 4대손이 73회 선교 컨퍼런스에서 나눈 간증

202608catacomb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