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돌아보며 ⑫] 성탄절, 바람을 타고 오는 북한 성도의 기도 (2025.12)

“오마니, 밖을 보시라요! 눈이 쎄게 옵네다.”
“올해도 아바지 은덕을 기리느라 저리 눈이 오누만….”
“그렇디요. 날이 어둡기 전에 산에 좀 올라가야 갔시오.”
“내래 웬만큼 거동할 수 있으면 같이 갔으면 좋갔는디….”
“오마니, 날 좋은 날 모시고 갈 테니 오늘은 섭섭해도 참으시라요. 대신 오마니는 내래
올 때까지 집에서 아바지 생각하시라요.”
어머니와 딸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리는 눈이 싫지 않은지 딸은 흥얼거리며
산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들을까 봐 북한에서 즐겨 부르는 멜로디에 노래 가사를 바꾼 찬양이었다.
딸은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부르고 또 불렀다. 마치 흰 눈송이가 아기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을 축하하는 춤추는 나비처럼 느껴졌다.
“하나님 아버지, 내래 평생 어찌 오늘을 잊을 수 있갔시요. 내년에는 오마니와 함께 산에 올라 마음껏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시라요.”
기도하며 산을 향해 가노라니 어느새 정상에 우뚝 올라와 있었다. 잠시 말 없이 앉아 있던 딸은 구름에 가려진 둥근 달이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보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찬양을 부르노라니 하염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딸은 일 년에 단 한 번
12월 24일, 김정숙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느라 떠들썩한 분위기에 젖어 있는 틈을 타서
예수님의 오심을 감사하고, 그 사랑을 알지 못하고 죽어가는 동족들에게 복음이 전해져 조선 민족 모두가 천국에 가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그의 입에서 또 다른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딸은 지난밤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목자 되신 예수님의 품에 안긴
어린양이 되어 찬양하고 또 찬양했다.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