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어떻게 믿게 되었나
1992년부터 북한에 실제적인 미(米) 공급, 즉 배급이 중단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장사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장사로 먹고 사는데 ○○에 있는 친척 아주머니가 찾아와 자꾸만 ○○에 다녀가라고 하였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던 시기라 ○○에 와야만 살 수 있다며 강권했다.
○○에 갔더니 간부였던 친척 아주머니가 나를 전도했다. 나에게 복음을 전한 친척 아주머니는 이미 중국에 있는 언니에게서 복음을 듣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확신을 가지고 전도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친척 아주머니가 믿음이 좋았나
그런데 99년도 말에 친척 아주머니가 예수 믿는 것이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당시 집에 있던 성경책 등이 증거로 발견되어 감옥에 갇혔다. 이때 나도 공범자로 몇 개월 동안 보위부 감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았다.
친척 아주머니는 신앙을 부인하지 않아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모진 고문에 시달렸다. 어느 때는 너무 많이 맞아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입술 등이 터져 퉁퉁 부어오르고, 어느 때는 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밖에 잠시 햇볕을 보러 나가는 시간에 왜 그렇게 믿음을 부인하지 않고 그러느냐고 물으면, “어차피 한 번 죽는 목숨인데 나는 일없으니 염려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특별히 감옥에서 어떤 것들로 신앙생활을 했는지 진술서를 쓰라고 할 때 친척 아주머니는 모든 것을 소상히 밝혀서 쓰면서 도리어 자신을 심문하고 취조하는 자들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전도하는 기회로 삼는 것을 보았다. 신앙을 부인하지 않아 너무 가혹한 고문과 고통에 시달리는 친척 아주머니를 보면서 당시에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많았다.
친척 아주머니는 지금도 ○○의 감호소에 갇혀 있다. 나는 감옥에서 풀려나와 현재 ○○에서 교회를 이끌고 있다. 교회를 이끌면서 말씀이 없으니까 너무 안타까워 말씀을 배우려고 친척 방문으로 나왔다.
신앙생활을 어떻게 이어갔나
나를 전도한 친척 아주머니가 성경책도 보여주며, 10개가 있으면 6개는 네가 먹고 나머지 4개는 남을 도우라고 하였다.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복음을 전하고, 신망을 잃지 않는 삶 자체가 전도가 되도록 살라고 하였다.
친척 아주머니는 삶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고 입으로 전도하는 것도 하라며 “전도해라. 전도해라.”라고 적극적으로 강권했다. 그래서 나는 장사하는 친구들 가운데 친한 친구들을 친척 아주머니에게 자꾸 데려가 그들도 예수를 믿도록 하였다. 이렇게 해서 서로 힘들 때마다 “야, 나 요즘 힘이 든다.”라고 말하면 “우리 함께 기도하자.”라고 했다. 핍박이 오면 함께 기도했다.
몸담고 있던 교회 조직은 언제부터 모이기 시작했나
90년에 ○○에 사는 친척 아주머니에게 갔을 때 이미 그곳에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교회가 조직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친척 아주머니가 ○○에 있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 주면 갖다주는 일을 했다. 알고 보니 성경 말씀을 손으로 베껴 쓰고 성경 공부하는 내용을 적어서 보내주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현재 ○○세가 되었다. 해방 전부터 예수를 믿었고, ○○○교회 집사였다고 했다. 북한이 공산화된 이후 정부에서 ○○○교회당의 종을 떨어트렸는데 그때 종이 떨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사람들이 지진이 나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할머니가 나에게 <물 건너 생명줄 던지어라>라는 찬양을 가르쳐 주었다. 할머니의 자녀들 모두 예수를 믿고 있다. 지금도 이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에서 교회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나
개인이 혼자서 믿거나, 가족이 함께 믿거나, 동네 사람들끼리 믿는다. 나도 처음에는 친척 아주머니의 전도를 받고 혼자서 신앙생활을 했으며, ○○에 갈 때마다 친척 아주머니로부터 말씀을 배웠다. 아까 말한 할머니는 할머니를 중심으로 그 자녀들이 모두 예수를 믿는 가족 중심의 교회였다. 할머니를 중심으로 결혼한 자녀들이 모이고 있다. 나는 지금은 남편과 함께 예수를 믿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의 친척 아주머니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7명의 성도), ○○교회(정확한 숫자는 모름)가 있고 내가 이끄는 ○○교회(8명), 할머니가 중심이 되는 ○○교회(7-8명), 친척 아주머니의 조카가 이끄는 ○○교회(15명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숫자는 아님) 등이 있다.
이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서 모이기는 어렵다. 각 지역 안에서 모임을 갖고, 특별히 모임 전체 책임자인 친척 아주머니가 방문할 때마다 함께 예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친척 아주머니가 활동했던 ○○조직의 각 부문마다 교회들이 생겼는데, 각 부문 모임이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믿는 사람들만 남아서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
누가 어떻게 예배를 인도하나
크게 세 가지 형태이다. 첫째는 친척 아주머니처럼 타 지역에서 온 사람이 예배를 인도할 때 믿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 예배 순서는 사도신경 – 친척 아주머니 대표기도 – 함께 통성기도 – 주기도문 순이다. 특별히 급히 만날 때는 서로 격려하면서 설교하는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고 하였다.
두 번째 예는 ○○에서 내가 현재 드리는 예배 형태이다. 사도신경 – 찬양 몇 곡 – 함께 통성기도 – 주기도문으로 마친다. 이때 부르는 찬양은 <내 주의 보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캄캄한 밤 사나운 바람 불 때>, <실로암> 등이다.
특별히 우리 ○○교회는 주로 대학 졸업을 한 지식층이다. 이들에게 처음 하나님을 믿으면 잘살고 복을 받는다. 삶으로 사랑을 보이기 때문에 잘산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음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을 경우 신앙에 진전이 없기 때문에 힘들다. 이들에게 성경의 진리가 역사적 사실임을 증명하면 설득력이 있고, 성경 공부까지 뒷받침이 되면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말씀을 배우려고 내가 이번에 어려운 걸음을 한 것이다.
세 번째는 ○○할머니의 경우처럼 할머니가 예배 인도자이다. 친척 아주머니가 써서 보내준 성경을 할머니에게 전해주러 가서 내가 본 장면이다. 예배 인도를 하는 ○○할머니가 아주 큰 목소리로 기도를 하는데 손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하나님 아버지… 그랬삽나이다. 오! 주여!”라고 외치면서 뜨겁게 기도하였다.
○○할머니가 나에게 “우리도 계속 자주 못 모인다. 각자 직장이 다르고, 휴식(쉬는 날)이 다르고, 한 달에 한 번, 많이 모이면 한 달에 두 번 모이고 생일날이면 모여서 기도하고 예배한다.”라고 들려주셨다.
어떤 찬송들이 불려지나
찬송가 258장 <물 건너 생명줄 던지어라>, 186장 <내 주의 보혈은>, 최근에 많이 부르는 364장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461장 <캄캄한 밤 사나운 바람 불 때>, 힘들고 괴로울 때 부르는 455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440장 <멀리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여> 등이 있다. 또 친척 아주머니가 중국에서 손가락으로 율동하는 것을 배워온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북한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서 배운 <실로암>도 즐겨 불렀다. 북한 사상이나 혁명가 멜로디에 노랫말을 개사해, 예를 들면 ‘내 수령’이라고 하는 부분을 ‘내 님(내 주님)’으로 바꿔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