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선교 현장에서 시작된 진정한 배움

2008년부터 모퉁이돌선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마흔 번이 넘는 선교컨퍼런스와 수차례의 북한선교훈련을 받으며, 선교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선교를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느껴왔다. 그러던 차에 2025년, 북한 사역의 주요 거점이 되는 만주 지역을 42기 북한선교훈련을 마친 훈련생들과 현장학습으로 다녀왔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방문할 때마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이번에는 짐 속에 성경책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모퉁이돌선교회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중국은 여전히 성경 배달을 금지하고 있기에 말로만 듣던 성경 밀수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한 나는 통과해야 할 세관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끊임없이 하나님께 물으면서 줄을 서고, 발걸음을 뗐다. 채 몇 걸음이 되지 않는 그 짧은 길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으로 무사히 세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가져간 단 한 권의 성경도 빼앗기지 않았다. 복된 소식을 들고 국경을 넘는 자들의 발길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경을 들고 국경을 넘는 우리의 발걸음을 향하여 하나님은 아름답다고 말씀해 주셨다.

북한선교훈련 현장학습은 보통 북중 국경을 따라 이동하며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데, 이번 여정은 00성 안에서만 진행되었다. 말로만 듣던 장소들을 방문하며 그 땅의 의미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헌신된 삶을 듣고 배우는 실제적인 시간이었다.
첫날은 우리 민족이 이주하여 터전을 잡고 살아간 지역을 방문해 산 정산에 올라가, 그 땅을 일구며 살았던 선구자들의 마음을 느껴 보았다. 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의 생가와 그가 다녔던 학교, 교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세우고, 후에는 목사가 되어 교회를 세워 수많은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섬겼던 그 땅의 대통령 같은 000 목사에 대해 들었다. 역사 속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임에도 전혀 그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음이 죄송했다.
조선족들은 사실, 북한 선교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이삭 목사님이 설교 중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본인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조선족들은 이미 북한 선교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중국으로 넘어온 수많은 북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섬긴 것이 조선족 교회요, 성도들이었다. 우리가 갔던 곳마다 이러한 조선족의 헌신과 열정, 희생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날은 북한이 건너다 보이는 접경 지역에 가서 수많은 탈북자들의 간증 속에 등장한, 그들이 잡혀서 구류되는 건물을 보았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강을 따라 가는 내내 강 건너 북한을 바라보며 “너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는 찬양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축복 기도했다. 그 땅에 분명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음을 믿고 소망하며 기도할 수 있었다.

셋째 날은 백두산에 다녀왔다. 백두산에 오르는 여러 가지 길 중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코스는 ‘북파’, 북쪽에서 올라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다행히 맑은 날씨에 깨끗한 모습의 천지를 볼 수 있었는데, 백두산 정상의 날씨가 수시로 바뀌어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북한 선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할 수 있는 사역들이고, 하나님께 모든 결과를 맡기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
넷째 날에는 그 땅에서 살아가며 사역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제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곳에는 하나님이 주신 북한 선교의 비전으로 인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다시 중국에 와서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님도 있었다. 그분들은 북한의 문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말하며, 북한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교 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살아가며 사역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만큼 소중한 경험이 있을까?
강의만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여정을 통해 현장을 경험하는 것, 선교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선교 현장을 방문할 때에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 작은 선교의 경험들이 쌓일 때 우리는 어느새 선교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선교 아카데미 훈련생들이 적극적으로 선교를 경험하기를 기도한다.

금명도(본회 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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