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돌아보며 7]
오늘날 많은 곳에서 복음이 거절당하지만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비인도적이고 악랄하게 행해지고 있다. 북한에서 신앙을 지키는 성도들은 핍박과 고난을 피해갈 수 없다. 기독교 접촉, 종교 모임 참여, 믿음 전파, 성경 혹은 기독교 관련 자료 및 물품 소지 등이 발각되면 공개 처형까지 각오해야 한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13,707명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북한에서 종교 활동 시 처벌받는 수준이 노동단련형 417명(3.0%), 교화소 1,467(10.7%), 정치범수용소는 무려 6,408명(46.7%)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구금 시설 내에서 수감자들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매우 끔찍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규율을 세운다는 이유로 혹은 거짓 자백을 받아낼 목적으로 고문과 구타 행위가 빈번이 발생하는데 특히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다른 죄수들보다 더욱 가혹하게 다뤄진다.
감옥에서 핍박받는 북한 성도들의 간증은 크게 두 가지, 즉 기적적으로 풀려나거나 순교로 귀결된다. 어떤 결말이든지 간에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성도들의 믿음을 고난이 결코 무너뜨릴 수 없음을 증명한다. 『카타콤소식』은 창간호부터 고난받는 북한 성도들의 간증을 여러 형태로 다루어 왔는데, 2000년 9월 호에 실린 간증 역시 북한 땅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드러내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와 영광을 보여준다.
“동무들, 왜 중국에 간 거지? 사실대로 말하라우!”
칼날처럼 차가운 보위원의 반복되는 심문과 구타에 두 사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들은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나왔다가 선교사를 만나 11개월 동안 성경 말씀을 배우며 지도자로 훈련을 받고, 북한으로 돌아가던 길에 잡혀 구류장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빨리 여기에 사실대로 쓰라우!”
수차례 계속된 폭행을 이기지 못해,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거짓 진술서를 작성했다.
‘중국에서 선교사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한 것은 모두 가짜였고, 그들은 우리를 진실하게 대해 주지도 않았으며 심한 차별을 했다. 그들은 종교의 아편에 중독된 사람들로서 진실한 사랑이 없었다.’
이렇게 진술한 그에게는 3년의 교화소 형량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 모세(가명)는 다르게 진술했다.
‘식량을 구하려고 중국에 가서 만났던 사람들은 예수를 믿는 선교사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내게 먹을 것과 옷을 주었고, 집에 머물게 하며 보살펴 주었다. 11개월 동안 중국에 있으면서 그분들에게 받은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것을 읽은 보위원의 눈이 뒤집혔다.
“뭐야? 너 뒈지고 싶어? 이것이 모두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다시 써!”
보위원의 위압적인 말과 사정없는 발길질이 동시에 모세에게 가해졌다. 그러나 위협과 압박 속에서도 모세는 굽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4개월을 버티던 모세도 견디기 힘든 고통에 조금씩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님, 정말 하나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나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 나를 고문하는 저 사람들을 어떻게 그냥 내버려 두십니까?’
모세는 마음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커다란 전봇대에 그를 심문하던 보위원들이 두꺼운 전기줄에 목이 매여 대롱대롱 걸려 있는 환상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최후를 보여주신 것이었다. 이 환상을 보고, 원수처럼 여겨졌던 조사관들의 영혼이 지옥에 갈 것을 생각하니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모세의 귀에 ‘너는 끝까지 진실하라!’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1:2~4)’. 그러고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약3:6)’라는 말씀을 주시며 ‘입을 조심하라!’라고 하셨다.
그러자 다시 하나님은 진실로 살아계신 분이라는 것이 믿어지고, 지금까지 배워왔던 성경 말씀과 중국에서 암송했던 많은 성경 구절이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떠올랐다. 그때부터 고문하던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이 변하여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회복한 모세는 옆방에 있던 아내에게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25번 도기하라우!”라며 기도를 강권했다.
한번은 모세가 “하나님, 제가 진짜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라요!” 하고 기도하고 있는데 설사병이 심하여 고생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모세는 “제가 저 사람을 위해 기도하여 설사병이 나으면 진짜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하나님이 저를 통해서 영광을 받으실 걸 믿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아픈 사람의 배에 손을 대고 기도했는데 즉시로 설사가 멈췄다. 그저 예수의 이름으로 손을 얹고 기도했을 뿐인데 치료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놀라운 일이 계속 일어났다. 감옥 안에는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주 추운 날씨에 세 평 정도 되는 조그만 방에 몇 명씩 꿇어 앉혀 놓다 보니 마비되어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확신을 갖게 된 김모세는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에게 손을 얹고 안수하였다. 그러자 한 사람 한 사람 마비된 다리에 온기가 돌면서 굳어진 다리가 풀어지고 걷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다른 방에 있던 죄수들이 아픈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어떤 사람은 치통이 너무 심해서 얼굴이 퉁퉁 부어 오르고 입에서 냄새가 진동하였는데 그 사람의 얼굴에 손을 대고 낫기를 기도하자 곧바로 얼굴이 가라앉으며 깨끗하게 치료되었다. 그리고 혀가 말려들어가면서 중풍병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도 안수하자 혀가 쭉 펴져 앞으로 내밀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치료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였고, 복음을 듣게 된 사람들이 믿음을 고백했다. 그러자 간수가 “너야말로 진짜 예수쟁이!”라고 했다.
매번 조서를 꾸밀 때마다 모세는 보위원들이 쓰라는 대로 안 쓰고 처음 진술서와 똑같이 썼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고 모세는 중형을 선고받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두 사람이 모세 앞에 나타나, 보위원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너를 처음에 검사한 사람들이 부당하게 조사를 했기 때문에 내가 다시 와서 검사한다. 네가 중국으로 나갔던 것은 국가를 배반해서가 아니라 잠깐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가 돌아온 거였다.”
바뀐 보위원이 모든 내용을 그에게 유리하게 고쳐줘서 모세는 그냥 풀려나왔다. 신기한 것은 감옥에서 나오려면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며 복잡한 수속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갑자기 심한 배탈 증세가 나타나, 그를 조사했던 보위원들이 들것에 실어서 그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또 오랫동안 집을 비운 터라 살 집이 없어진 상황에서 집까지 마련해 주었다.
모세를 조사하고 풀어준 보위원은 “내가 너희를 놓아주면 분명히 내일 당장 중국으로 다시 넘어갈 것을 안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다. 조국이 잘 되면 다시 돌아와라. 너 같은 진실한 기독교인이 이 땅에 필요하다.”라는 말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모세는 “하나님은 과연 위대하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위대하다. 하나님은 강하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강하다. 하나님이 승리자시기 때문에 나는 꼭 승리한다.”라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