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성도 이야기] 평양에서 아들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의 성탄 이야기

 

“이야~ 오늘이 예수님이 탄생한 성탄절인데~ 지금쯤 중국 교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찬양과 노래를 하면서 기뻐할 텐데~~~”
한 씨는 손가락으로 날짜를 헤아려 보며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듯 연신 ‘야’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다가 하나님을 믿는 이 씨를 찾아갔다. “형님, 내래 더는 견디기 힘들어서 왔시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압니까?”
그렇게 묻고는 자기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던 이 씨에게 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를 맞대 동그랗게 만들었다. 그러자 이 씨가 눈을 찡긋거리며 신호를 보냈다.
‘아! 형님도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는 찰라, 형님이 한 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형님의 아들이 앉아 있었다.

 

아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형님이 “너 오늘 무슨 날인지 아니?” 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오마니,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나라만 내놓고 전 세계가 다 기념하는 국제적인 명절이잖습니까. 알아도 내색을 못하는 겁니다. 외국 영화에도 나오고 외국 만화 영화에도 다 나옵니다.”라고 술술 답변을 늘어 놓았다. 너무 거침없이 말하는 통에 질문한 이 씨가 도리어 당황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래. 맞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탄생일이지. 예수의 어머니는 마리아이고 아버지는 요셉이라는 사람인데 하나님께서 현몽하여서 동침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을 했고 예수를 낳았어. 그럼 너 유다는 아니?” 하고 다시 물었다.
“예, 압니다. 예수가 12명의 제자를 두었는데 그 중 한 놈이 돈에 매수되어 변절하여서 예수의 손에 입 맞추는 것으로 병졸들에게 알려주어서 예수가 잡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는데 그때 그 변절자가 유다입니다.”
“응, 너 잘 배웠구나.” 이 씨는 또박또박 막힘 없이 대답하는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나님을 배반하는 자는 지옥의 불가마에 타 죽고 하나님을 따르는 자는 죽어서도 천국에 가고 예수님이 부활했다는 사실까지 알려 주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부활을 짧은 시간에 전한 이 씨의 이야기에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씨는 가슴이 후련해졌다. 이 씨와 아들의 대화는 거기서 잠시 멈췄다. 휘, 휘, 매서운 삭풍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거셌다. 12월 25일, 거룩하고 고요한 평양에서의 성탄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2019.12. 카타콤소식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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