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여기서 못살겠으니 남조선으로 가야 겠슴다.”
영애는 아들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10월의 어느 날, 영애와 시동생 가족 8명이 강을 건너기로 한 날이 되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삼엄한 경비초소를 피해 강가에 다다른 영애는 두려움에 숨을 고르며 “하나님, 살려주시라요!”라고 빌었다. 그때 먹구름이 달을 가려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하늘이 돕는 것 같았다. 일행이 안전하게 강을 건너고 나니 구름이 걷혀 환한 달빛이 강물을 비추었다.
강을 건넌 영애 일행은 몸을 숨기기 위해 재빨리 산으로 뛰었다. 그리고 더 깊은 산속을 향해 가다 길을 잃었다. 산 속에서 추위에 떨며 하루 이틀 사흘이 되기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혀가 꼬여서 들어가고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자 바닥에 드러누워 “하나님, 나는 죽어도 괜찮으니, 우리 애들은 좀 살려주쇼.”라고 빌었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양을 치는 목동이었다. 영애가족을 불쌍히 여긴 목동은 그의 움막으로 데려가 물과 먹을 것을 주었다. 또 현지에서 사역하는 일꾼들에게 연락해 주었다. 일꾼의 도움을 받아 쉘터에 갔을 때 3명의 탈북자가 먼저 와 있었다. “도착한 날부터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 에 대해 성경공부를 시작했슴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수령과 같이 살아 있는 사람인줄 알았슴다. 어드메 살아 있는 하나님이 우리 모두를 살려줬구나! 생각했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버스와 기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했다. 비로소 그곳에서 처음으로 남조선 사람을 만났다.
그곳에 3달 동안 머물며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성경을 공부하고 필사했다.
“처음 하나님에 대해 들었을 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슴다. 그렇지만 8명이 무사히 강을 건너 살아 있는 건 진짜 사람의 힘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또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잘 먹여주고 보호해주고 하겠슴까? 이걸 보면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시는 것을 느낄수 있었슴다. 그곳에 있으면서 찬양을 많이 불렀는데 그 눈물 받으면 한 동이는 될껌다. 특별히 ‘세상에서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를 찬양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슴다.”라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하였다.
한국에 온지 이제 1년이 되어가고 있는 그녀는 매일 매순간 감사의 고백이 떠나지 않는다. “회사 갔다가 밤에 혼자 올 때 불빛이 환하게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만세!’, 길을 걸을 때도 혼자서 중얼중얼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 꽉 차서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울먹였다.
“우리에게 영생의 복을 허락하신 하나님, 북조선에 남겨진 가족들이 우리 때문에 피해 받지 않게 지켜주옵소서. 죽지 말고 살아만 있어 통일이 되면 우리가 가서 하나님의 복음을 힘껏 전하겠습니다. 북조선에 있는 가족들도 믿고 영생의 복을 얻는 날이 속히 오게 하여 주옵소서. 그 때까지 하나님을 굳게 믿으며 살아가겠습니다.”
– 탈북민 전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