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편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목요일 <광야의 소리> 예배 후였습니다. 장로님 한 분이 안주머니에서 다 헤진 봉투를 꺼내 주시며 “90이 되신 저의 어머님이 폐지를 주워서 돈을 모으셨습니다. 북한 교회 개척에 사용해 주십시오.”라고 하셨습니다.

 

1980년 저는 사업을 중단하고 신학을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정리하고 나니 2만 달러가 수중에 떨어졌습니다. 아내더러 “여보, 이게 마지막 돈인데 모두 다 하나님께 드리면 어떨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좋은 생각이구려. 이제 온전히 하나님만 의지하며 하루하루 삽시다.”라고 아내가 답했습니다. 그때 저희 부부는 1982년 말이나 되어야 갚을 만한 많은 액수의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그 2만 불을 빚 갚는 데 쓰는 게 더 지혜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진 것을 모두 하나님께 바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일용할 양식을 기대하고 싶었습니다.

 

그후로 빚을 갚기까지의 생활은 옹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비록 탕감 기간은 길었지만 저희는 그 일로 불편해 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십일조를 한 달 두 달 석 달씩이나 미뤄야 했어도, 이상하게 하루 하루는 이어져 갔습니다. 어느 날 제 세금보고를 해 주던 사람이 “목사님은 병원비가 하나도 나간 일이 없네요”라고 지적해 주었습니다. 다른 비용이 나가지 않았기에 빠듯하게라도 생활을 꾸려간 것입니다.

 

가장이 되어야 했던 1963년부터 매일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의지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나누고 섬겨야 할 일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선교지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내 이웃에게도 그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 북한 땅에만 내 이웃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 집 가까이에도 훈련원 가까이에도 이웃은 있습니다. 강화도훈련원 옆에 있는 목사님이 점심을 사겠다고 해서 사양했습니다. 그 조그마한 교회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하며 오히려 제가 밥을 사 드렸습니다.

 

제게는 오랜 꿈이 있습니다. 다니면서 도움을 주어야 할 이웃들을 돕는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과 교회와 이웃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손길을 통해서 공급받으며 살았습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들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이제는 가난한 목사들과 그 자녀들, 선교사님들과 그 자녀들을 위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도와서 키워야 할 젊은 사역자와 가족들이 선교지에도, 이스라엘에도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일꾼들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북한의 개척교회 후원만큼이나 당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때로는 좀 나눠줄 만큼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습니다.

 

목요예배 때 받은 그 헌금 액수를 강화도에 기도하러 온 다음날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서 알았습니다. 헌금은 원하시는 대로 북한교회 개척 비용으로 쓰여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 강화도훈련원은 북한을 바라보며 기도할 곳이 될 것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 훈련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될 것입니다. 강화도 훈련원에 다녀가신 분들이 기도할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함께하실 분들을 찾습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한 일에 동참할 분들을 찾습니다. 중국 교회의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지켜가는 일꾼들을 도울 분들을 찾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한국 교회의 장래를 위해 수고하는 일꾼들을 도울 분들을 찾습니다.

 

봄이 되어 수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날씨가 되었습니다. 땅이 녹았기 때문입니다. 강화도에서 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며 북한 개척 교회 하나를 더 세워가는 일을 생각하며…

 

 

2019년 4월 15일
무익한 종 이 삭 드림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