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편지]성경은 제게 ‘무익한 종’의 자리를 알려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젊은 날에 당한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를 지켜 보시며 인도하시던 하나님의 극진한 사랑을 이해했을 때
“아! 이 일을 하게 하시려고 나로 그 어려운 상황을 겪게 하셨구나” 하는 고백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사역을 시작할 무렵, 공산 정권 하에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믿음이 자라고 성도로 준비되는 것을 기뻐하시던 어른들을 만났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떠밀려 와 만주 벌판에서 살게 된 조선족들이었습니다.
또 문화혁명 당시 공안원 노릇을 하다가 예수 믿고 목사가 된 중국 사역자도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하나를 키워서 성도로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문화혁명 자체가 옳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북한의 공산주의나 주체사상에 찌든 이가 예수를 만나고 누리는 그 ‘자유함’을
우리는 사실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그런 어른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저는 목회자들의 어려움과 실패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그 일이 제게 좋은 교훈이 되었고 성경은 그런 제게 ‘무익한 종’의 자리를 알려 주었습니다.
과거에 실수하고 무너졌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고 안타까울 정도의 못남이 있지만
주님은 그런 저에게 선교 사역이라는 일거리를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누가복음 17장은 한 주인에게 종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종은 쟁기질과 양떼를 치는 일거리를 이미 맡고 있었습니다.
그가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주인은 식사가 준비됐으니 앉아서 함께 먹자고 하지 않습니다.
너는 주인이 먹고 마시도록 준비하고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든 후에야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그런다고 주인이 종에게 사례나 감사를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술로만이 아니라
마음 바탕에 그런 자세가 있는 것이 믿음을 더하는 것이라고 누가복음 17장은 기록합니다.
마땅히 주어진 종의 자리라는 마음으로 섬기는 것이 믿음을 더하는 것이다면
그것이 바로 ‘순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가 없이 순복의 자리를 끝까지 당연히 지켜내는 것이 복된 믿음임을 알기에 저는 순종을 택하도록 이끄셨음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에 살아 있는 성도들의 필요를 보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그들을 당연히 아껴야 할 책임을 보이셨습니다.
그 일을 주인 되신 하나님이 주셨습니다.
저는 주인의 자녀들을 섬길 길을 열어 주심을 받았을 뿐입니다.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라는 종의 고백이 저의 고백이 되게 하셨습니다.
주인이 순종할 기회를 주셨고 감당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기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므로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성경 배달, 그게 선교냐!”라는 핀잔을 들을 때도 ‘제게 주어진’ 일임을 알았기에 사람의 마음이 아닌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따라 순종한 무익한 종이었을 뿐입니다.
순종하도록 이끄시고 그 자리에 머물고 싶도록 만든 분이 저의 주인인 ‘하나님’이셨습니다.
2022년에도 처음처럼 그 주인의 뜻에 맞게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이 머무는 북한과 중국과 소수민족, 아랍과 이스라엘의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들이 교회와 성도를 핍박하는 소식이 여전히 선교 현장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지해서는 안되고 중단할 수도 없는 하나님의 선교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저와 여러분이 오직 우리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만 순종하며 기도하고, 예배하고, 선교하는 무익한 종의 자리에 서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2년 1월 14일
무익한 종 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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