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편지] 북조선에도 성도들이 있다구요!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
아내가 한 말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좋은 옷이 무엇인지, 잘 사는 게 무엇인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옳은지 모릅니다. 세상의 정치나 권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성경 없이 살아가는 조선족을 알게 됩니다. 그들에게 성경을 갖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권, 열 권, 백 권을 배달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발걸음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차후에 하나님은 북한 안에서 믿음을 지키는 이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제가 배달한 성경이 도시에서 시골로, 지방으로 전달됐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경을 받아 든 이들은 “나만 읽기에 미안하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누구에게 주고 싶으냐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북조선에도 성도들이 있다구요! 쬐그만 성경이라도 갖다 주시라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북한에서도 성경을 요구하고 있음을 즉시로 알아차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 눈치 없는 나를 하나님은 성경 배달 사역으로 이끌림 받게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저의 보고를 듣고 성경 밀수 사역을 후원했습니다. 함께 그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무거운 성경 가방을 들고 메고, 끙끙거리며 가다가 넘어져 피 흘리면서 하나님 나라 백성의 필요를 채웠습니다.
배달할 때마다 “더 갖고 올 걸. 더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올 걸.”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안고 배달에서 돌아온 저에게 선교 보고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유년부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형들이 듣고는 울며 헌금을 했습니다.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의 보고와 설교가 지난 35년 넘는 동안에 있었습니다. 모두는 아니었지만 몇 사람 때로는 수십 명, 천여 명이 일어나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때 도전 받은 분들을 베트남, 터키, 호주, 남미, 마케도니아, 영국, 독일, 불란서, 이스라엘에서 만났습니다.

그저 북한과 중국에서 믿음을 지킨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실력이 부족하며 지혜가 없는 제가 교회 주일 낮 예배와 오후 예배, 수요 예배, 금요 철야 혹은 청소년 모임과 훈련에 불려 갔습니다. 그래서 더 성경을 읽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유대인의 생활 습관이나 예수님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연구하려고 애썼습니다. 그 말씀을 오늘날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것이 제 설교 내용이 되었습니다.

35년이란 긴긴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탈진했다고 하지요? 제가 지금 그런 형편인 듯합니다. 지쳤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자가격리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저이기에 창밖을 내다보며 축 처진 채로 말씀을 소리 내어 읽고 묵상하고 기도합니다. 아무것도 몰라서 하나님께 앞으로의 삶을 여쭙습니다. 만일을 위해 묘지를 구하러 나가 보았습니다. 장례 비용도 알아보았습니다.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하려 합니다. 지혜가 없는 저이지만 평양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왕이신 주님께 순종할 뿐입니다.

“예 하나님” 이것이 제가 해야 할 답입니다.

2021년 3월 15일
무익한 종 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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