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칼럼] 끝까지 주님 닮기를 바랍니다 (2023. 4)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사도 바울이 처음부터 마지막 순교할 때까지 같은 마음이었을까?
일반적으로 초심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잊기 마련인데
바울은 30년 넘게 지나면서 더 짙고 더 신실하게 여겨지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들의 처음과 은퇴 이후가 달라지는 모습을 봅니다.
목사님이셨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주위에 훌륭한 삶을 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의 위선적인 삶도 보았습니다.
저도 목사로 안수받은 지가 41년이 넘었습니다.
모퉁이돌선교회를 시작한 지는 38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나는 과연 바울같이 더 짙어지고 더 신실해졌는지를 묻고는 합니다.
그 많은 시간을 지내는 동안 위선이나 초라한 거짓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게으름은 말할 것 없고 무지하고 무식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악했습니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자리까지 가지 않고 투덜거리고 볼멘 소리로 울먹이고
설교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복음 전하는 일도 능숙하지 않았던 모습.
그러기에 평양에서 몇 번 말씀을 전하지 않고 타협했던 것을 회개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사람과 복음을 나누기는 했습니다.
여러 명의 공산당 당원과 현직 군인들 앞에서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 서서 복음을 전할 용기는 제게 없었습니다.
지난 38년의 사역 속에서 하나님 앞에서 피 흘리기까지 가지 못했던 저입니다.
짜증을 내고 화를 품고 있는 게 제 모습입니다.
며칠 전 아들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아 회복 중인 한 목사님이 오랜만에 설교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해서 울었다며 고백한 글을 읽었습니다.
남은 삶을 신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목사님.
그분뿐일가요?
저도 바울 사도의 신실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라도….
끝까지 주님 닮기를 바라던 사람, 사도 바울처럼.

무익한 종 이 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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