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칼럼] 한 번의 순종이 일생의 발걸음이 되었습니다!

1983년 선교 훈련을 마치고 지하 성도들을 만났는데 왠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하고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다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람들을 만났고
“이게 바로 나를 향하심인가?”라는 생각을 한편으로 갖게 됐습니다.
마침내 1985년 9월에 섬기던 교회를 사임하고 10월에 현장으로 갔습니다.
정확하게 따진다면 24개월 만에
지하 성도들을 위한 성경 250권을 배달했습니다.
선교회가 시작된 후로 첫 배달인 셈입니다.
그러나 250권의 성경을 받아 든 그들은
오랫동안 핍박 속에 있는 북한 성도에게 보낼 꼬마성경 100권을 요구했습니다.
“나도 필요하지만 이거이, 이것이 얼마나 귀하갔소!”라고 말하는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일 틈도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들과 같이 울고 있던 제게
“나는 그 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땅에 내 백성이 살아 있다.”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 백성? 하나님의 백성!

그때 저는 “예! 하나님”이라고 외쳤습니다.
열이 40도씩 오르내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지하 성도들을 향해 떠났습니다.
재정적으로 가족들이 힘든 때에도 아내는 한번도
“꼭 그렇게 가야 하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1991년에 잡혀서 고문을 받은 어려움 때문인지
2007년 1월에 저는 심장이 거의 급사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2020년에는 허리를 다쳤고 2021년에는 일하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7바늘이나 꿰매야만 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는 중에도 37년 동안 중단없이 성경을 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무익한 종으로 걷게 하신
복된 기간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북한 언어로 번역하고 인쇄한 남북한병행성경을 탈북민 3천5백 명에게 성탄절 선물로 보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3만5천 명의 탈북민들과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사람들에게 줄 성경 권수가 채워져야 ‘모두’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 번의 “Yes”가 여기까지 꿈을 이루어 가게 만들었습니다.
저를 구하기 위해 아들을 포기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저 한 사람의 헌신보다 훨씬 귀하고 값진 희생이었습니다.
지나 온 37년을 복되게 하신 그분 앞에
저는 오늘도 여전히 무익한 종의 자리에 있습니다.

무익한 종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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