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칼럼] 끝내 그 길을 가렵니다!

“전염병이 끝나면 이주해서 떠나야 하갔시오.”

코로나가 끝나면 강을 건너가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중국 땅에라도 정착해서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북한 땅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던 1995년을 전후한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

“낮에는 간부들이 대놓고 빼앗아 가지요. 밤에는 도둑놈들이 훔쳐 가거나 강도질 해 가지요. 배급이 끝난 게 언제인데요. 그나마 밀수라도 해서 장마당에서 이것저것 팔아 생계를 유지했는데…. 자유? 그게 뭔가요. 먹고 살아 남기도 바빠요.”

북한 성도의 하소연을 들은 일꾼은 지금이 얼마나 힘든 상태인지를 가늠하며 탄식이 나왔지만 조금만 더 견디라고 위로해야만 했습니다.

1960년대 남한에 이민 붐이 일어났습니다. 남미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이 월남한 사람들이었는데 고향을 떠나 살기는 마찬가지라며, 통일이 오면 그때 돌아오더라도 지금 당장은 좀 나은 외국으로 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족, 고려인, 재일 동포, 재미 교포 등 해외 동포의 숫자가 7-80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들이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의 자유가 회복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1950년을 전후해서 북한 땅을 떠난 월남인들은 집과 땅 대신 자유를 얻고자 했습니다. 떠난 후에는 늘 고향 땅을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주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자유를 얻으려 합니다. 이 마음을 이해하십니까? 70년이 넘었습니다.
당시 월남했던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땅을,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백성들이 떠나고자 합니다. 소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거룩한 그루터기인데, 믿음을 지키며 울고 기도한 이들인데,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며 떠나려는 그들의 고통을 풀어줄 수 없을까요?

찾아가서 만나고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안 되는 무엇인가가 북한 땅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악한 영의 세력이 그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말할 자유가, 이사와 여행의 자유가, 먹을 것이 없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고통이 있기 이전에 70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차라리 숨어 있더라도 중국으로 떠나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와중에 숲속에서, 강가에서 복음을 듣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어야 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의에 이르는 주의 백성들이 하나 둘, 주의 이름을 부릅니다. 들판과 강변이 예배당입니다. 소리내지 않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숨어서 주님께 기도하는 그곳이 개인 예배당입니다. 때로는 땅굴과 부엌이 예배당이 됩니다. 방 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사진을 보며 예배를 드립니다. 그곳이 그들의 예배 처소입니다.

“눈을 뜨고 아버지의 이름을 부릅니다. 육체적인 고통이 끝나지 않아도 예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간부가 괴롭히고 군인들이 총질을 하고 도둑들이 훔쳐 가고 장마당이 서지 않아도 나! 나는 예수님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 예수님이 나를 위해 생명을 버리셨으니, 나를 포기하지 않고 영생을 주셨으니, 내가 이제 살아서 주님을 끝내 붙들고 그 길을 가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성도들을 주께서 자유케 하시기를, 안개가 가득하여 북녘 땅이 보이지 않는 이 아침에 살아계신 하나님께 아룁니다.

무익한 종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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