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특집1] 절망에서 복음을 붙든 중국의 탈북 여인들(2020.12)

1995년을 전후한 고난의 행군 이후 무수한 북한 여성들이 중국으로 팔려갔다. 잠깐 중국에 나가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강을 건넌 그녀들은 곧바로 인신매매 조직에 넘겨져 강제 결혼 등을 당했다. 북한 여성들은 주로 가난한 중국 농촌 지역의 노총각, 장애인, 술버릇이 나쁘거나 다분히 폭력적인 사람들을 남편으로 맞았다. 혼인 후에도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분증이 없어 북송 공포에 떠는 불안한 삶을 견뎌야 했다.
이렇듯 중국에 팔려와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는 탈북 여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한국에도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듯하다가 어느덧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던 차에 최근 현장에서 온 일꾼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 산간 오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에 북한에서 온 여자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몇 천에서 많게는 몇 만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분들에게 말씀을 전하며 교제하고 있는데 이미 여러 명의 리더가 세워졌습니다.”

수만 명이라는 숫자도 엄청났지만 강제 혼인의 아픔을 지닌 이들이 복음을 듣고 리더로 세워졌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탈북 여인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면서 일어난 일들을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정리해서 나눈다.

높은 산을 구비구비 돌아 한참을 들어가면 제가 사는 마을이 나옵니다. 산등성이 안쪽에 드문드문 박혀 있는 몇 안 되는 인가 중 하나가 저희 집입니다. 세상과는 동떨어진 이 중국 두메산골에 팔려 온 지도 어느덧 십여 년이 되어 갑니다. 조선에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도망쳐 나와, 외국에 주거증도 없이 나라가 승인 안 하는 상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를 파는 사람에게 부탁했더랬습니다. 국경 가까운 변방은 잡힐 수 있으니 깊고 깊은 산골에 나를 시집 보내 달라고요. 웬만한 중국 사람도 여기까지 들어오면 찾아 나가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막상 오지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지고 나니 신세가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 형제가 있나, 일가 친척이 있기를 하나, 풍습은 조선과 달라도 너무 다르지, 말은 통하지도 않지, 그렇다고 남편이 기댈 만한가? 그러면 시댁 식구가 나를 믿어주는가? 그런 것도 아니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시린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팔려 온 지 10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도망이라도 칠세라 늘 눈에 불을 켜고 저를 감시하던 남편이 어쩐 일로 제가 시장에 다녀오는 걸 허락해 줬습니다.


선생님, 왜 이제야 왔습니까?


저는 한껏 들떠 바깥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던 그 나들이길에서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조선 사람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장마당 한 귀퉁이에서 물건을 보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조선말이 들려왔습니다. 얼른 고개를 빼 들고 두리번거리니 저만치에서 딱 조선 사람처럼 생긴 여자 두 명이 보였습니다. 반가운 나머지 한걸음에 달려가 “조선 사람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쪽도 놀랐는지 “엄마야~” 하며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그 두 사람, 미순 언니와 은향 언니를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은향 언니가 “지금 조선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지 않겠는가? 마침 귀한 분도 오신다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곧장 언니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모이는 곳에 당도하니 조선 여자 넷과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언니들은 남자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들 가볍게 인사를 나누자 선생님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창조론과 진화론, 인간의 죄,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어 인간을 구원했다 등등 난생 처음 듣는 소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선생님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세 시간을 듣고 난 저는 탄식하듯 이렇게 외쳤습니다. “선생님, 왜 이제야 왔습니까!”


하나님이 나를 변화시키다!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니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막 대문에 들어서려는데 남편이 큰소리를 치며 뛰어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사라진 줄 알고 시댁 식구와 함께 차를 세 대나 동원해서 옆 동네까지 샅샅이 뒤졌다는 겁니다. 저는 “아직도 나를 못 믿는가. 애를 놔 두고 어디를 간다 말인가.”라며 쏘아붙였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한 달에 한 번 성경 공부 모임에 나가는 걸 허락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는 동안 저에게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끄러운 소리입니다만 저는 지금껏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가 왔구나. 오늘은 무슨 일로 싸움을 할까’라며 속으로 별렸습니다. 앞뒤 재지 않고 불같이 남편에게 화를 내며 재떨이를 던지고 칼을 들고 덤볐습니다. 정말 남편에게 별나게 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는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제가 이렇다고 하니까 하나님이 제 마음을 만지시는 것 같다며 웃으셨습니다.
저는 요즘 아침과 저녁마다 남편에게 인사를 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잘 다녀 오셨어요?” 그동안 아내로서 한 번도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니 남편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기더니 차츰 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갑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 상처로 망가진 제 마음을 하나님이 만져 주시고, 제 안에 하나님의 사랑과 기쁨이 흘러 넘쳐 삶이 180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믿음으로 기도하며 복음을 전합니다!


저는 이제 그 누가 별난 유혹을 한다 해도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저의 영원한 생명이 되십니다. 그 하나님께 매일 새벽마다 기도합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한스러운 내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주말마다 믿는 사람들과 만나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겨울과 여름에는 한 주간씩 모여서 말씀을 듣고 전심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그때서야 여기 있는 조선 여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 사는 꼴을 보면 정말 불쌍합니다. 남편이 하나같이 나이가 많고 못 배우고 장애가 있다 보니 부인이 억척 같아야 합니다. 뼈 빠지게 농사를 짓지만 비료랑 종자 좀 사고 나면 일 년에 50만 원도 손에 못 쥡니다. 그걸로는 네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지요. 게다가 우리네 가슴에는 눌리고 홀대 받은 상처가 있고, 스스로도 조국을 배신하고 왔다는 죄책감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어쩌다 내 인생이 이런가, 내 인생은 여기서 망쳤다는 생각이 조선 여자들을 지배합니다. 그 억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다들 술을 마시고 춤을 춥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입니다. 이들도 저처럼 하나님을 믿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일이 되면 저희 집 가까이에 사는 조선 여인들과 자녀들이 함께 모여 예배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복음을 전하면서, 상처로 아파하는 여인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 간 여인들. 그들이 수천, 수만에 이른다. 척박한 땅에 심겨진 엉겅퀴 꽃처럼, 원하지 않은 곳으로 끌려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북한 여인들의 고달픈 삶을 하나님은 보고 계셨다. 아무도 듣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한숨 소리에 하나님은 귀를 기울이셨다. 세상에서 천대받는 그녀들에게 일꾼들을 보내셔서 복음을 전하고 돌보셨다.
복음을 듣고 믿음을 가진 그녀들의 삶에 변화가 나타났다. 변화의 동력은 한 개인에게서 멈추지 않고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 번져갔다. 리더로 세워진 탈북 여인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비량으로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인간적으로는 비참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여인들에게 전도자들이 손을 내밀었고, 또 사랑을 나누며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그들에게 전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녀들이 복음을 전하는 어미요 그리스도의 전사요 사역자들로 세워지도록 역사하고 계신다.

이렇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1) 탈북 여성들이 삶의 자리를 믿음을 지키며 가족과 가정 복음화에 힘쓰고, 마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복음 전하는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옵소서.

2)
리더로 세워진 사역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는 지혜를 주사 곤고한 자들을 위로하고 섬겨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게 하옵소서.

3)
성경책과 찬양 파일, 성경통독기, 성경 공부 교재 등이 충분히 공급되고 일 년에 두 번 진행되는 말씀 사경회에 필요한 물품과 인력, 재정이 채워지게 하옵소서.

4)
현재 선교사, 목사, 교사의 꿈을 가진 탈북 가정의 자녀들이 믿음으로 자라게 하시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더 많은 아이들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따라 주의 백성으로 자라가도록 돕는 손길을 더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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