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용서와 화해, 복음 전파와 부흥으로 (2020.07)

 

근, 우리는 중국 내 소수민족 사역자가 보내온 선교 현장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지역은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견고한 진이 구축되어 있어서 복음을 전하는 데 많은 핍박이 따르는 곳이다. 그런데 복음을 듣고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로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러한 부흥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 민족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가 여러분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십여 년 전, 중국의 한 소수민족 마을에 도착한 일단의 한족 청년들이 가가호호 집들을 찾아다니며 이렇게 용서를 구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 그것도 자신과 민족이 다른 사람들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본인이 직접 짓지 않은 죄의 목록을 토로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그들은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죄악을 자신들의 죄로 여기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진심 어린 그들의 태도에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날 이후 청년들은 소수민족 마을에 정착했다. 태어나고 자란 익숙한 환경을 버리고 척박하고 열악한, 문화와 인종이 다른 그곳에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몇 달 전, 한족 청년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한 소수민족에게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일주일을 작정하고 금식과 기도로 나아갔다. “주님,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으며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고 모두가 동일한 마음을 품게 됐다. “예수를 전하기 위해서는 회개가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원한을 해결해야 한다. 그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한족의 죄악을 대신하여 용서를 빌라. 그리하면 복음이 확산될 것이다.” 청년들은 기꺼이 순종을 결단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그 산골 마을에 도착했고 마침내 한족이 자행한 죄악을 그들 앞에서 낱낱이 고하며 사죄했다.

 

 

사랑 : 미움을 이기다

 

비록 한족 청년들이 용기 있게 다가가 용서를 구했지만 그 화해의 손을 덥석 잡은 마을 사람은 없었다. 한 번의 사죄로 해묵은 상처가 치유될 리 없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가한 핍박을 생각하면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소수민족을 멸시하고 탄압한 정부의 정책은 소수민족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다. 고유의 언어와 문화, 종교, 정체성을 버리고 뼛속까지 한족이 되는 길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거나 중국 내지 투자자들의 자본에 떠밀려 생활의 터전을 잃고 변방으로 내몰리는 고통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했다.
중국 자본가들은 소수민족을 마치 피지배계급 부리듯 대했다. 노예와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설움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지 못한 소수민족인들은 마치 일제 치하 35년을 겪은 한국인이 그러하듯, 한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렇게 적개심이 불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족 청년들은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보이는 곳에서,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척이 일어났다. 청년 중 한 형제는 과수원을 운영하며 마을에 융화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상대해 주는 이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 그의 농장에서 일할 일꾼을 구해 봤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형제의 부인과 어린 아이들이 손을 보탰다. 가족끼리 힘겹게 과수 농장을 꾸려가면서도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웃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용서 : 성경 말씀대로 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형제의 딸이 강간을 당한 것이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일어난 일이라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하릴없이 울고 있는 딸을 보며 아버지로서 무력감을 느꼈을 텐데 그는 “성경에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사랑한다. 이로 인해서 이들을 버릴 수 없다.”라고 의지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강간범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진실임을 입증하듯 이웃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
엄청난 상처와 아픔이 형제의 가정에 휘몰아쳤다. 그런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태도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예수 믿는 사람들은 다르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하지 않는구나. 정말 우리를 사랑하는구나.’ 라고 그들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그를 멀리하던 마을 사람들이 오히려 그가 마을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적에서 친구로, 이방인에서 가족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그 형제가 그렇게도 바라던 선한 열매가 맺힌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전하는 복음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시간이 흘러서 형제의 사역에 협력하는 현지인도 생겨났다.
그가 개척한 교회는 날로 부흥했다. 또한 그곳에 붙은 복음의 불은 옆 마을에서 옆 마을로 번져갔다. 인근 마을에 15명에서 30명 정도 성도가 모이는 교회들이 세워졌다. 어떤 곳은 마을 전체가 하나님께로 돌아왔다. 주민 200명이 모두 예수를 믿은 것이다. 또 어떤 지역은 토착 종교 지도자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다.

 

 

 

회개 : 부흥이 시작되다

 

소수민족 마을에 나타난 하나님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출발점이 한족 청년들의 사죄였다는 것이다. 성령께서 한족 청년들을 소수민족을 향한 용서와 화해의 사역으로 불렀을 때 그들은 기꺼이 민족의 죄를 짊어지고 그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고백한 회개는 그들의 혀에만 머물지 않았다. 십자가에서 하나님과 인간을 화목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이 아닌 삶으로 살아낸 것이다. 진정한 예수의 제자다운 삶을 감당함으로써 영적 어둠에 앉아 있던 소수민족에게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빛을 비치게 했다.
청년들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했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전적으로 소수민족을 위해 헌신했다. 성령을 좇아 안락한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궁핍한 시골 마을에 안착했다. 경제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했던 삶이 순조로웠을까?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그들의 얼굴은 평안했다. 열악한 환경에 짓눌리지 않고 밝고 구김이 없었으며 겸손한 종의 모습으로 소수민족들을 섬겼다.
앞서 말한 그 형제는 지금도 과수원지기로 일하면서 소수민족 제자화와 교회 개척에 힘쓰고 있다. 그의 농장에는 일을 돕는 마을 사람들이 넘쳐나고, 교회는 더 큰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형제의 딸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하나님이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형제도 딸을 극진히 보살폈다. 이제는 그 딸이 아버지와 함께 소수민족 사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복음의 확장에 필요한 불쏘시개로…

 

중국 소수민족 제자화와 교회 개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토착 종교를 신봉하던 이들이 복음을 듣고 기독교로 개종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믿는 자들이 늘어나서 세례를 집도할 지도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지인으로 구성된 가정교회 또한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마치 초창기 중국 가정교회의 모습처럼 소수의 무리가 모여서 함께 예배하고 교제한다. 이들 소수민족 가정교회는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아직 연약한 부분이 많지만 자립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중국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무엇보다 기독교의 서진과 이슬람교의 동진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적으로 매우 중요한 땅이다. 이 지역이 복음으로 뚫릴 때 실크로드에 있는 미전도 종족에게 나아갈 길이 열린다. 서진의 가속화와 세계 복음화가 맞물려 있는 셈이다. 소수민족과 중앙아시아를 지나 중동의 아랍과 예루살렘에 이르는 길에 포진한 민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전해지고 교회가 개척되어야 한다.
이렇듯 소수민족에서 열방까지 나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사단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복음을 대적하는 중국의 정책과 소수민족 고유의 종교 때문에 이 지역에서 한 영혼을 얻기까지는 꽤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그러나 한족 청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소수민족을 사랑하는 하나님께서 적절한 때에 일꾼들을 보내시고 교회들을 세워 가신다. 외부 상황이 꽉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기에도 하나님의 사랑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흐르고 있다. 그 민족과 그 지역을 저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구원할 영혼을 찾고 계신다.
지금도 여러 가지 압박이 중국 소수민족을 짓누르고 있다. 그렇지만 현지 사역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영적 추수의 적기라고 말한다. 알곡이 무르익어 희어져 가고 있다. 이 때를 미리 아시는 하나님께서 모퉁이돌선교회로 이들에게 필요한 성경과 교재들을 지원하게 하셨다. 나아가 소수민족과 문화와 언어가 유사한 중앙아시아와 아랍 민족들에서 성경을 배달하도록 역사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영광이 밝히 드러나는 그날이 오기까지 소수민족 교회가 믿음과 말씀, 기도의 반석 위에 든든히 서 가도록 더욱 기도로 도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