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2] 이 땅을 품으며 맡겨진 사역을 위해 나아갑니다! (2020.05)

 

 

전 세계가 코로나 19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예외는 아닙니다. 나치 치하에서도 지켜졌던 유월절 세데르 대가족 식사는 직계 가족만 참여하는 전무후무한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맘때 기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통곡의 벽은 가장 조용한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3월 1일, 저는 브엘세바 선교센터 준비를 위해 1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해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신 카톡 알림이 울렸습니다. 확인해 보니 성지순례를 마치고 귀국한 한국 팀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팀을 인솔했던 안내자는 사색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정과 센터에 계신 분들을 포함해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탓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일을 마치지 못한 채 황급히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안내했던 분은 이스라엘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진을 받았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이틀 동안은 본인과 가족뿐 아니라 접촉한 모든 사람들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격리시킨 채 하늘만 바라보며 기도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확진 판정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역학 조사로 인해 사역의 모든 동선이 드러나는 것이 더 두려웠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바짝 엎드렸습니다. 다행히 그분은 두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그날 이후 거리에 나가면 ‘코리안-코로나’라는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의 도에 지나친 놀림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이웃들의 경계는 한층 더 강화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19의 여세는 더 강력해졌습니다. 그나마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센터의 모든 사역은 중지되어 그저 기도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모 히브리어 반과 선교사 자녀 영어 반, 청소년 성경묵상학교, 방송은 물론 브엘세바 사역 확장을 위한 준비까지, 코로나 사태는 일순간에 모든 사역을 중단시켰습니다.

 

이제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어 문밖 100미터 이상 이동할 수도 없습니다. 이스라엘 국회는 일찌감치 폐쇄되었고, 심지어 안식일 회당 예배나 기도 모임도 완전히 금지되었습니다. 이 통제된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먼저 선교센터 기도방에서 모임을 가져왔던 연합기도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계속 모이자는 주장도 있었고, 잠시 개별적인 기도회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마음을 모으기 위해 기도회 단톡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기도 모임을 진행하는 데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관점과 신앙적인 관점입니다. 코로나 정국을 바라보는 과학적인 관점은 모임을 피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우리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붙잡는 것은 신앙적인 관점입니다. “… 혹 염병으로 내 백성 가운데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찌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구하며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흑암 중에 행하는 염병과 백주에 황폐케 하는 파멸을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화가 네게 미치지 못하며 재앙이 네 장막에 가까이 오지 못하리라”는 말씀을 붙들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적인 관점입니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다 놓치지 않고 지혜롭게 행할 수 있을까요? 기도는 우리가 절대 양보나 타협할 수 없는 우리의 본분입니다. 우리 중에는 아무도 확진자가 없습니다. 계속 모임을 가져도 위험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인 모임에 대한 주변의 경계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10명 이상 모임을 갖지 말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특별 정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선교센터의 다른 사역들은 중지했습니다. 기도 모임에 대한 다른 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나눈 후 각자의 가정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기도 제목을 가지고 온 가족이 힘을 다해 기도의 화력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랍, 한국과 북한 및 열방을 위하여, 그리고 선교센터와 동역자들의 사역, 각 가정을 위한 기도 제목을 항목별로 정리하여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모든 동역자들은 센터에서 모임을 가질 때보다 더 열심을 내며 뜨겁게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주 진행되는 기도회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기도’임을 우리로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기도의 장소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기도의 사명을 다해야 할 때라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입니다.

 

 

 

엎드려 구하는 자들에게 주님은 지혜를 주십니다. 4월 유월절이 되면서 사모 히브리어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온라인 개강 안내가 나간 지 한 주도 되지 않아 기존의 강의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신청해 왔습니다.
“목사님, 코로나 사태로 이스라엘에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 미국에 있습니다. 이번 학기 두 강좌 신청해 주세요! 시차도 있고 교재도 없는 상황이지만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일이 있어 해외에 나갔다가 코로나 사태로 들어오지 못한 분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지금은 62명의 사역자들이 온라인으로 히브리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들 열심히 언어를 공부합니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제 다른 사역들도 마냥 이 사태가 중단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야겠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절대로 손해 보시는 분이 아니심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한 하나님의 계획을 더 깊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스라엘은 유월절과 고난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주 선교센터 연합기도회에서 ‘문설주에 바른 어린양의 피는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였음을 이스라엘 백성들로 깨닫게 해 주소서!’, ‘유월절과 고난주간이 이스라엘 백성들로 복음 안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기간이 되게 해 주소서!’, ‘출애굽 때 장자의 죽음에서 건져 주신 하나님, 이스라엘 백성들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건져 주소서!’, ‘메시아닉 교회 리더십과 교인들이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는 말씀을 붙들고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힘있게 민족과 열방을 향하여 나아가 열방의 제사장 나라가 되게 해 주소서!’ 라는 기도 제목을 안고 간구했습니다. 하나님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우리와 이 백성들의 기도를 들으실 것입니다.

 

이제 부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 주님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망의 고통을 풀어 살리셨습니다. 이 부활의 소식이 초대교회 사도들에 의해 예루살렘 한복판에 힘있게 전해졌던 것처럼 이 시대에 복음이 다시 이 땅에 거침없이 전해지기 위해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함께 부활의 증인으로서 그 사명을 다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스라엘에서 A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