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2] 척박한 땅에 일어나는 난민 교회(2020.04)

 

터키 땅에 하나님이 보내신 나그네들에 의해 교회가 세워지고 있다. 전쟁이나 탄압으로 인해 본국을 떠나 이국 땅으로 이주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증거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알라를 섬긴 그들이 타국에서 하나님을 구세주로 시인하고 믿는 복을 누리는 것이다. 모슬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이탈해서 예수를 영접하는 것은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 터키 곳곳에서 이란, 아프카니스탄 난민들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있다.

 

 

 

터키에서 이란 난민 교회를 이끄는 한 이란인 사역자는 원래 고향에서부터 목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갖은 핍박을 당해 터키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란에 있을 때는 좋은 집, 좋은 직장,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예수님을 부인할 수가 없어서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왔다. 이 사역자는 설교 중에
“우리에게 예배할 수 있는 교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라고 말했다. “난민이지만 우리는 북한 성도들처럼 교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볼 수 있는 성경이 없는 것도 아니니 감사하자”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기쁨이 넘쳤다.

 

터키에는 7천 명 가량의 기독교인이 있다. 전체 인구가 약 8천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복음화 비율이 0.0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과거 초대교회가 부흥하던 땅이요, 사도행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터키가 이제는 무슬림이 터를 일구고 모스크를 세우는 지역이 됐다. 비록 초기 기독교의 역사는 흐릿해져 폐허가 된 건물터만 남았지만 하나님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시리아 등지에서 모인 난민을 통해 새로운 기독교 역사의 장을 열고 계셨다.

 

터키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과 예배를 드리는 한 가정교회 사역자 가족을 만났다. 맏아들 빌랄은 “나의 꿈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난민으로 있지만, 5개 국어를 하고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비디오 에디터로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는 한 번도 편안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편안하고 안정된 삶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신의 꿈은 오로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동족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소망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의 모습은 난민촌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난민촌으로 가는 길목 길목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러나 한창 일하며 공부해야 할 시기에 있는 젊은 청년과 청소년들조차 텅 빈 눈빛으로 손발을 흐느적거리며 할 일 없이 거리에 앉아 있거나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녔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산 소망을 품은 난민 청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는 이방 땅 터키에서 사역자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면서, 가까운 훗날 다시금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구원의 소식을 알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고백을 들으며 신실하게 일하고 계시며 또 일하실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성도로 부름 받은 터키와 그리스의 난민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은 앞으로 이들과 어떻게 동역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사건을 통해 깨닫게 하셨다. 일례로 그리스 섬에서 만난 18살 자매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후 신앙을 가졌다. 그녀는 난민촌에서 4km 정도 떨어진, 난민에게 차와 쿠키 등을 제공하며 복음을 전하는 센터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다. 어머니에게도 예수님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과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보고 차와 쿠키를 좀 먹으라고 권유했다. 그랬더니 그 자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를 만나면 항상 이렇게 말해요. ‘어서 먹어’, ‘이것 좀 더 먹어’ 마치 우리가 먹을 것만 바라는 사람들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차를 마시기 위해 한 시간 거리의 센터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만난 예수 그리스도를 엄마에게 소개하려고 센터에 온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소녀와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차와 쿠키가 아니라 복음과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우리는 난민을 바라보며 동정심을 갖는다. 그들에게 입을 것과 먹을 것이 부족하고 거주할 곳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것들이 그들에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난민에게 필요한 것이 비단 그것 뿐일까? 그들에게는 소망이 있어야 한다. 예수님이라는 참 소망, 그들을 살게 하는 복음을 그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나님은 그 영혼, 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복음을 들고 찾아갈 사람을 찾고 계신다.

 

그런데 난민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터키 소도시에 사는 한 50대 아프가니스탄 여인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 때문에 자신은 한 번도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고 했다. 그제서야 번역기를 돌려 페르시아어 문장을 보여줘도 계속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옆에서 통역을 도와 준 아프가니스탄 형제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대부분이 말은 할 수 있어도 글은 읽지 못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문맹인 이 50대 여인은 사역자들이 초청한 전도대상자였다. 그녀는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성경을 가져다 준 것을 알고 있어요. 글자를 배울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그 성경을 읽어보고 싶어요.” 자국의 언어로 된 성경을 주어도, 최소한의 교육을 받지 못해 하나님의 말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위해 음성으로 녹음된 오디오 성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은 그리스에서 활동하는 사역자를 통해 난민과 동역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알려 주셨다. 그리스에서 난민 사역을 감당 중인 알리 사역자는 파키스탄의 이맘(이슬람의 목사에 해당)이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맘 집안에서 태어났고, 아주 극단적인 신자였다. 그가 모슬렘 선교사로 아테네에 파송받아 있을 때, 한 크리스천 부부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들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는 왜 이런 사람을 쿠란에서 죽여야 한다고 규정하는지 교리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 부부는 자신에게 예수님 이야기를 전혀 안 했지만 진실되고 정직한 그들의 삶을 보며 포교를 위해서는 거짓과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이슬람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 부부는 종종 “알리, 기도 많이 하지? 우릴 위해서도 기도해 줘”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의상 기도한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불편해진 알리는
“전 당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찾아봤지만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부부는 “네가 하나님을 찾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너를 찾고 계셔”라고 말해 주었고, 집으로 돌아온 알리는 “당신이 정말 하나님이라면 나를 만나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날 밤 그는 꿈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개종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하나님은 기억 속에 잊힌 한 사건을 생각나게 해 주셨다. 알리는 이슬람의 성일을 맞아 깨끗한 옷을 차려 입고 거리로 나섰다. 그때 한 청소부를 만났는데 신발도 신지 않은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동정심이 생긴 알리는 돈을 몇 푼 쥐어주었다. 그러자 청소부는 “이맘, 제가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순간 그는 어이가 없었다. 이슬람식으로 생각하면 기도할 시간도 기도할 차림새도 아닌데 어떻게 기도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도록 허락했다. 청소부는 “길이요 진리이시고 생명이신 예수님을 만나게 해 주시고, 선하신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고 기도했다. 알리는 속으로 ‘이 사람은 기도하는 법을 모르는군’ 하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하나님은 그 청소부의 기도를 들으셨다. 알리 형제는 그 기도로 자신이 예수님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2만여 명이나 되는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의 자리로 인도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여기 있는 난민들에게 그 청소부와 같은 사람이 되어 달라고 도전했다.

 

알리 형제를 통해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기도의 산에 오를 것을 말씀하신다. 기도는 선교에 있어 하나님과 연합하는 시발점이다. 특별히 평양에서 예루살렘까지의 지역에서 중요한 거점인 터키 땅으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난민들을 부르셔서 가난해진 그들의 마음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시인하여 믿게 하시고, 친히 당신의 교회를 세워 가시는 역사를 보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더하여 그 일에 모퉁이돌선교회로 생명의 양식이 되는 성경을 배달하고 기도하며 함께 동역하게 하심에 감사한다. 아랍에 밀려드는 수많은 난민들에게 성경이 보내지고, 그들 모두가 예수를 믿는 복을 누리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데니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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