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특집 1] 북한 성도에게 보내진 성경 한 권으로 수십 명이 예수를 믿고(2019.07)

 

“다음 번 올 때 성경책을 갖다 줄 수 없겠는가?”
“그건 안 돼. 몸수색을 다 하는걸. 그것만은 절대 못 해.”
“말씀을 봐야겠는데… 읽어야겠는데…”
성경이 필요하다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의 청에도 일꾼은 거절하고야 말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 몸을 샅샅이 훑는 세관 검사를 무슨 재주로 통과한다는 말인가. 성경책을 들고 북한에 세관을 무사히 통과한다는 건 일꾼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안 될 일이야.’ 일꾼은 방금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는 듯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은편에 앉은 북한 성도는 ‘그래도 어떻게 좀…’이라는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차마 그를 붙들지는 못했다.
중국으로 돌아온 일꾼의 뇌리에 애써 외면했던 북한 성도의 마지막 중얼거림이 맴돌았다. ‘말씀을 봐야겠는데… 읽어야겠는데…’ 혼잣말하던 그 음성이 앉으나 서나, 일하나 밥 먹나, 무엇을 하든 귓가에 맴돌았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점점 커져 속에서 불 일듯 했다.
결국 일꾼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말씀에 기갈이 난다는데 어떻게 합니까? 말씀을 읽어야 살겠다는데 어떻게 합니까? 사람의 노력이나 방법으로는 안 되는 일이잖습니까? 성경을 가져갈 수 있도록 주께서 도와주십시오.” 하고 기도로 매달렸다.
마치 예레미아 선지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처럼, 그 일꾼도 북한에 성경을 보내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고는 괴로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매불망 성경 배달을 위해 기도하던 어느 날 불현듯 “두려워하지 말라”는 은밀한 음성과 함께 담대한 마음이 쑥 들어왔다. 아울러 성경을 가져갈 구체적인 방법도 떠올랐다. 일꾼은 즉시 일어나 생각난 부위에 성경책을 대고 옷으로 가려 봤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확신과 함께 하나님이 하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영혼의 생수가 된 한 권의 성경

 

시간이 흘러 어느덧 북한에 들어가야 할 기일이 됐다. 일꾼은 몸속에 성경을 숨긴 채 세관 앞에 섰다. 먼저 온 사람들로 세관은 북적였다. 일꾼은 느닷없이 통관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치고 제일 앞으로 가서 “내가 급한 일이 있어 빨리 가야 하니 나부터 먼저 해 달라요”라며 세관원에 사정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같이 간 일행들이 오히려 겁을 집어 먹고 주의하라고 손짓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일꾼은 미동하지 않고 오늘은 하나님이 행하실 것을 믿고 대담하게 행동했다.
그날 하나님은 믿음대로 역사하셨다. 일꾼은 무사히 세관을 통과했다. 조사가 이전보다 허술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성경책을 숨긴 것도 아닌데, 하나님께서는 세관원들의 눈을 가리셔서 일꾼을 안전하게 보호하셨다.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 일꾼은 무사히 통관된 성경을 가지고 요청했던 성도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똑. 똑. 문을 두드리자 북한 성도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나왔다. 일꾼은 싸온 쌀이며 옷을 건네주고는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며 북한 성도의 팔을 끌었다. 방문이 닫히고 주위가 조용해진 걸 확인한 일꾼은 몸속에 꽁꽁 숨긴 성경책을 꺼내놓았다. 검은색 표지로 된 새 성경책이었다.
북한 성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후에 입을 뗐다. “중국에 있을 때는 늘 성경책을 볼 수 있어서 몰랐슴다. 그런데 여기서 말씀 없이 신앙생활을 하려니 얼마나 힘든지… 중국에서 몇 절이라도 더 외워서 올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됐슴다.” 언제든 손을 뻗으면 성경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환경에서는 체감하지 못한 말씀의 귀중함이 말씀 한 자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죽음과도 같은 영적 기갈로 다가왔다. 말씀의 생수를 받아 마신 북한 성도는 해갈의 기쁨으로 충만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성경을 배달한 일꾼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한 기쁨으로 가득 찼다.

 

당신의 백성을 위로하시는 하나님

 

이 일이 있은 후 일꾼은 몇 번 더 같은 방법으로 성경을 배달했다. 많아야 한 번에 서너 권 들고 가는 게 다였지만 그 몇 권도 배달과 동시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어떤 때는 감시망이 강화돼 시장 같은 번잡한 곳에서 비밀리에 전달하기도 했다. 가끔 성경책을 받는 성도의 얼굴을 못 볼 정도로 급박하게 배달이 이루어졌지만 애타게 말씀을 기다리는 어떤 이의 손에 성경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후에 듣게 된 소식으로는 처음 일꾼에게 성경을 받은 성도는 믿음과 성령이 점차 충만해져서 많은 사람들을 주께로 인도했고, 그들 또한 주변 사람들을 전도하는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말씀에 대한 목마름을 가진 북한 성도와 그 목마름을 외면하지 않은 일꾼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은 북한에 성경을 보냈고 수십 명이 넘는 영혼을 구원하셨다.
북한은 복음을 철저히 배격한다. 쌀과 의약품, 각종 생필품과 사치품은 밀수를 통해 들어가도 성경은 유입되지 못하게 철통방어를 하고 있다. 하나님을 향해 철의 장막을 드리운 북한, 하나님은 그러나 여전히 그 땅의 백성을 사랑하시사 지금도 그 땅에서 일하신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과 알지 못하는 길을 동원해서 말씀이 없어 애태우는 성도들을 찾아가시고 위로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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