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고난을 딛고 부활 신앙으로 일어나는 중국 교회(2019.04)

 

2019년 3월 초, 중국의 작고 허름한 식당에서 한 중국 교회 지도자를 만났다. 그의 얼굴은 뜻밖에도 평온함이 넘쳐 흘렀다. 시무하던 교회가 강제 폐쇄 된 사람의 얼굴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몇 달째 교회 문은 굳게 잠겨서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고 있었고, 몇몇 목회자들은 잡혀 들어가 문초를 겪었으며 성도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끝까지 믿음을 지킨 사람들은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직장을 잃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고난의 시기 한가운데서 밝고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실 정부의 압박이 조여 오던 몇 달 전만 해도 그의 표정은 근심과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피부는 거무죽죽했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 갔다. 그런데 불과 반 년도 지나지 않아서 180도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갈 준비가 됐어요. 고통과 아픔 속에서 싸울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소년 같은 천진한 얼굴로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리던 그가 내뱉은 말이다. 답을 듣고 보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이 일어났다. 의자를 바짝 당겨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성전 된 성도의 모임이 교회 되고…

 

2018년 가을 주일 오후, 갑작스레 교회 문이 닫혔다. 정부의 지시를 받은 관리들이 각 기관에서 몰려와 사람들이 교회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했다. 목사들은 양 팔을 붙들린 채로 끌려 갔고, 항의하는 성도들은 해산 명령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일부 성도들은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나님의 보호와 공의를 구하는 기도를 올려드렸다. 일부는 용감하게 큰 소리로 찬양을 불렀다. 그 중 한 할머니는 교회 앞 보도 블록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혼자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많은 성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가 폐쇄되지 않게끔 노력했지만 그날 이후 교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크고 좋은 예배당에서 자유롭게 찬양하고 말씀 듣고 기도하던 성도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절망의 순간은 잠깐이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성도들이 하나님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공포나 두려움이 아닌 하늘의 평강이 이들의 마음을 채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믿음은 견고해졌다. 어떤 교인은 “당신들이 와서 우리를 막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물러 설 수는 없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가 큰 도전을 받을 때 하나님을 의지하며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신앙의 승리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라는 성숙한 신앙인의 고백을 했다.
교회 폐쇄 이후 담임 목사 역시 성도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예배당 건물이 교회가 아닙니다. 비록 건물은 잃었지만, 건물 성전이 아닌 우리 인생이 성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행동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여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절에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리고 마태복음 18장 20절에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라고 기록된 것처럼 성도는 성전이며, 성도의 모임이 곧 교회이다. 그러므로 예배당 건물에 성도가 모이지 않는다 해도 교회는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걸으며 예배합니다!

 

2018년 2월 1일 중국 정부가 개정된 종교사무조례안을 시행했다. 강도 높은 교회 핍박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교회 모임을 폐하도록 제재가 강화되었고, 그에 따른 예배 처소도 사라질 것이 예상되었다.
대안을 준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또한 멈춰 서 있지 않고 움직이면서 드리는 새로운 예배 형태를 갖춰야 했다. 그래서 워킹 워십(Walking Worship) 즉 걸으면서 예배하는 도보 예배가 탄생했다. 도보 예배를 드리려면 녹음된 예배 파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 파일을 사람들과 공유한 후 각자가 이어폰을 들으며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몇 시에 어디에서 걸으며 들을지는 사전에 정해야 한다. 그래야 동시간대에 공동체로 예배할 수 있다.
처음 도보 예배를 도입할 때 과연 이것을 예배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지도자들 사이에서 있었다. 그렇지만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정의에 입각해서 생각하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딱 일 년 전인 2018년 3월 말, 첫 번째 도보 예배가 드려졌다. 적으면 세넷 많으면 십여 명이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만났다. 조장이 그룹 채팅 방에 녹음된 파일을 올리면 조원들은 재생 버튼을 눌러 찬양과 기도, 말씀, 헌금, 축도를 함께했다. 비록 휴대폰으로 나누는 예배였지만 도보 예배자들은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감격 어린 고백을 했다.
도보 예배에서 누리는 기쁨을 담임 목사는 이렇게 표현한다. ‘예수를 따라 하늘과 땅과 사람 사이를 다니며, 이 세계에 희망을 심고, 천만 성도들과 함께 시온의 대로를 걷는 예배’라고. 전통적인 예배 방식이 아니어서 아직은 익숙지가 않고, 매주 다른 예배 장소를 찾아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하늘의 예배를 드릴 수 있기에, 도보 예배 인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됐다. 교회 폐쇄 직후에는 이삼백 명에 불과하던 예배 인원이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최소 육백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보 예배는 성도간의 교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예배가 끝나면 간단하게 인사하고 바로 헤어지는 식이었지만 요즘은 도보 예배 장소 변경 건 때문에라도 자주 연락하고, 핍박을 당하지는 않은지 서로를 돌아보며 기도하는 횟수가 늘었다. 도보 예배를 인해 예배의 감격이 살아나고 성도 간의 결속과 친밀감이 증가하는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께 기도로 나아갑니다!

 

2018년 6월. 정부의 핍박이 집요해졌다. 성도 개개인의 집이나 직장으로 연락을 취해서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했다. 삼자 교회를 가라고 회유하는가 하면 집 월세를 올려서 살기가 어렵게 만들고 불이익을 줘서 회사를 그만두게 했다. 그렇게 주중에 핍박에 시달리다가 주일에 나온 성도들은 남다른 감격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의 예배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하며 멈출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곤 했다. 어떤 성도는 세례 받은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믿음을 지키려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목회자들이 놀라서 그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갔지만 오히려 ‘나는 복음으로 인한 고통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담임 목사 역시 핍박에서 열외는 아니었다. 일반 성도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할 리 없었다. 정부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데 그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
‘너 그러면 오래 못 살아.’ 공산 국가에서 태어나 공산당이 어떤 부류인지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그 말은 죽음의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더 이상 이제는 아니다. 그는 ‘핍박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리스도 앞에 더 가까이 가게 한다. 나는 고통을 당해도 괜찮다. 차라리 내가 당하고 다른 사람을 예배하게 하자’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고백이 나온 원동력은 바로 기도다. 교회가 문을 닫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고, 기도 중에 기쁨이 넘쳤다.
교회 차원의 핍박이 심화되던 어느 날, 교회는 40일 24시간 연속 기도회를 작정했다. 기도의 불꽃이 점화되자 성도들은 영적 전쟁이 무엇인지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별하기 시작했다. 또한 생명이 변화하는 경험을 했다. 어떤 성도는 기도 중에 교회 안에 있는 사랑을 발견했다. 성령께서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것이 실제 교회의 모습이다. 네가 알고 있고 보고 있는 목회자와 성도 간의 아픔은 진짜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회중과 회중이 사랑하고 목회자와 성도가 사랑하는 것이 바로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이다.” 기도는 성도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을 뿐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기쁨을 누리게 했다. 지금 중국 교회는 기도의 힘을 경험하고 있다.

 

 

핍박이 끝났을 때 사역할 지도자를 준비합니다!

 

2018년 5월. 새로운 종교사무조례가 시행된 지 몇 달 만에 교회는 엄청난 핍박 상황에 직면했다. 교회 안에 중국 국기와 주석의 사진이 걸리고, 십자가는 철거되며, 예배당은 불타고, 교인들은 차별 대우를 받았다. 문화혁명 시대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올 정도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핍박의 시기가 예상보다 오래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 교회 여러 지도자들이 중국 정부의 교회 탄압에 대해 “이것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10년, 20년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우리들이 아닌 새로운 지도자들이 교회를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상태에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국 교회 지도자들의 생각이었다. 핍박이 끝났을 때 교회를 이끌어 갈 차기 지도자들을 지금 양성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하여 핍박이 휘몰아치는 시기에, 중국 교회는 선구자적인 시각으로 다음 세대를 세우는 특별 훈련에 돌입했다. 문화혁명 때도 왕명도 같은 지도자들은 젊은이들을 자기 방에 따로 모아 놓고 키웠는데 그 때문에 개혁 개방의 문이 열리자 중국 교회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 교회 지도자들도 같은 전략을 구상 중이다. 중국 전 지역의 젊은 세대를 말씀으로 가르쳐서 그들을 살리고 세우는 일에 힘쓰고 있다.

 

현재 당하는 고난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까지도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있음을 분명히 알고, 믿음에 굳게 서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중국 교회와 성도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삶 속에 실존하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고, 예배하고, 기도하고, 찬양하며, 시대 가운데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을 따라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어느 시대든 고난은 개인적으로, 교회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있어 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는 고난을 당하며 죄악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나를,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고난을 통과하는 그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을 입은 우리 또한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부활의 신앙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따르는 왕 같은 제사장이며 거룩한 나라로, 하나님의 덕을 세우는 자리에 서서 주의 영광을 드러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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