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catacomb031

리철이 강 건너 중국에 있는 일꾼의 집에 당도했을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문 앞에서 서성대는 리철을 일꾼은 서둘러 방안에 들였다.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근데 온다는 연락을 늦게 받아서리 손님 맞이가 영 소홀하게 됐소. 리해하기오.”

“일 없소. 해 뜨면 없을 거이니.”

일꾼은 이렇게 말하는 리철을 아랑곳하지 않고 구석구석 방을 살피며 둘러보았다.

‘아, 수건이 이것밖에 없나?’

포장지를 뜯지도 않은 새 수건 상자가 선반에 놓인 것을 본 일꾼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지난번 한국 교회에서 받은 기념 수건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서였다.

“수건 두고 가오.”

일꾼은 행여라도 문제가 생길까 찝찝했지만 리철의 단호한 어조에 슬그머니 수건을 내려놓았다. 다음날 날이 밝자 일꾼은 리철이 묵은 방을 점검하러 갔다. 그러다 수건 선반에 눈길이 갔는데 그만 자지러질 뻔했다. 수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심지어 포장지를 뜯거나 버린 흔적도 없었다.

 ‘분명 <창립 기념 주일 ㅇㅇ교회 ㅇㅇㅇ 목사>라고 적혀 있을 터인데, 리철이 가져가진 않았을 거이고, 누굴꼬? 신고 당하면 뭐라고 둘러쳐야 하나….’

일꾼은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어 한숨만 쉬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여가 지난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서 수건의 행방이 나왔다. 전에도 몇 번 일꾼의 집을 찾아온 적이 있던 명필이, 함께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두 남자와 함께 나타난 것이었다. 명필의 옆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사내와 일주일 전에 왔던 리철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선생, 너무 놀랍고 미안하고 고마워.”

“무슨 말씀입니까?”

일꾼의 어리둥절한 표정에도 명필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놈이 내 큰 아들이야. 

저 놈은 작은 아들. 하루는 큰 놈이 말없이 어디를 다녀오더라고. 일 때문에 늘상 집을 비우는 놈이라 그러려니 했지. 그런데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온 녀석이 거실에 앉아 있던 나와 지 동생한테 ‘선물이에요’라며 뭘 주고 가. 

근데 말이야. 선물이라고 해서 받았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거야. 하도 느낌이 이상해서 내려다보니까 포장지가 조선 게 아니고 외국 것 같더라고. 작은 놈도 뭔가 개운치 않은지 형이 준 걸 들고 자기 방으로 슬금슬금 사라져. 

나도 방에 들어가서 뜯어보니 수건이었어. 

ㅇㅇ교회, 담임목사 ㅇㅇㅇ이라고 쓰여 있는. 그걸 읽는 내 손이 벌벌 떨리더군. ‘이건 뭐지? 어디서 났지? 이 놈이 내가 예수쟁이인 걸 아나? 지 손으로 끌고 가서 직접 신고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하는 거지? 

밤중에 자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를 총으로 쏴 죽일 심산인가?’ 오만 가지 걱정이 다 돼서 잠이 안 오더군. 뜬눈으로 밤을 샜어. 큰 놈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더는 살 수 없겠다 싶어서, 출근하는 큰 놈을 붙잡고 ‘너 가지 마. 이리 와.’ 하고 멱살을 잡아 끌었지. 작은 놈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따라 들어왔어. 큰 놈을 방 구석에다 몰고 따져 물었어. 

‘너 뭐야? 어디 갔다 왔어?’ 

‘뭐가 잘못 됐습니까? 아버지?’ 

‘어제 준 거. 그거 뭐야?’ 

‘…….’ 

‘수건에 있는 글자. 교회니 목사니. 너 그게 뭔지 알아?’ 

이쯤 되자 머뭇대며 눈만 껌뻑거리던 큰 놈이 이렇게 되묻더군. 

‘아버지도 아세요?’ 

‘형도 알아?’ 

‘너 아는 거야?’ 

우리 셋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 

예수를 믿으면서 그 사실을 서로에게 숨긴 거야. 한 집에 사는 부모와 자식도 몰랐던 거지. 나는 믿은 지 40년이 넘었고 아들 놈들은 20년씩은 됐어. 큰 놈이 그런 수건인지 모르고 가져오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가도 눈치 못 챘을 거야. 선생 덕분이야. 고마워.” 

일꾼과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가진 북한 성도들은 고위급에 속하는 보위부 가족이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지역을 관할하는 지하교회 지도자들이었다. 북한 지하교회는 가족끼리도 모르는 점조직으로 움직이기에 교인의 숫자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일꾼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북한 지하교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되고 있다. 극심한 핍박이 옥죄고 있지만 이미 일반 주민뿐 아니라 간부층에까지 주의 구원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북한에 주의 나라가 은밀히 그러나 힘차게 전진해 가는 소식을 듣게 하시고 친히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