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돌아보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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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중국에 갔을 때 중국은 부흥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었다. 그러나 3천 명의 성도들에게 단 한 권의 복사본 성경이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매일 3만 5천 명의 성도가 중국교회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천 권의 성경이 매일 중국으로 보내어지고 있지만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성도들은 그들이 받은 성경을 찢어서 다른 크리스천들에게 나누어 주고, 성경을 받은 사람들은 손으로 필사하고 암기하고 난 후에야 다음 사람들에게 넘겨준다. 성경 한 권이 3천 명의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 『카타콤소식』 1997년 3월 호 –

어느 분들은“아니 그렇게 오랫동안 중국으로 성경을 배달했는데 아직도 성경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묻는다. 매년 많은 양의 성경을 배달했다는 보고를 듣게 되는 분들이 이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성경 배달을 진행하는 일꾼들은“우리가 그처럼 애를 쓰며 무겁게 들고 간 성경은 그곳에 가면 들고 온 것이 무색합니다. 마치 바닷물에 소금을 갖다 넣는 것처럼 없어집니다.”라고 사역지에 다녀올 때마다 말한다. 그만큼 성경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현지 성도들의 필요를 다 채워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원하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감시와 통제 때문에 감시를 피해 움직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 『카타콤소식』 1997년 11월 호 –

다른 일꾼과 함께 중국의 깊은 시골에 도착하였더니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성경을 배우기 위하여 각처에서 모여온 지도자들이었다. 그 집은 그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가정으로 예수를 영접한 지 삼 일 된 성도의 집이었다. 본래 우리는 그 지역 성도들의 상황을 돌아보는 계획으로 도착하였는데, 10시간 심지어는 20시간이 넘는 곳에서 기차를 타고 온 지도자들의 열심을 보면서 그냥 울 수밖에 없었다. 성경 공부는 지역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진행됨으로 장소가 협소하였다. 그들의 의자는 20센티미터 정도의 넓이로 된 길다란 나무 판자였는데 사람들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좁게 앉아서 몇 시간씩 공부하였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공부하는 중간 중간에 시간만 나면 성경을 읽었는데 대부분이 손바닥 만한 작은 성경이었다. 그중에는 1만여 명이 넘는 성도들을 목양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성경 공부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 하루는 젊은 지도자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성경 10권만 주세요.” 그래서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성경요? 무한정 필요합니다!” 중국에 기독교인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지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그는 다시 “성경이 무한정 필요합니다.”라고 하였다. 중국교회에 성경이 충분하게 인쇄되어 배달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성경을 배달할 필요가 없다는 글이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중국교회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무지함에서 제기된 것이다. 중국은 전체 12억의 인구 중에 약 1억 명의 성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예수 믿는 사람이 하루에 약 2만 7천 명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남경출판사가 설립된 후 현재까지 성경이 인쇄된 것은 약 1천6백만 권 정도이다. 이러한 통계 상황을 보아도 중국에 많은 성경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주를 찬양하는 수없이 많은 중국 영혼들에게 성경이 무한정 필요하다. 아직도 성경을 얻기 위하여 기도하는 성도들이 중국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 『카타콤소식』 1998년 8월 호 –

25년 전 본회 소식지에 나눠진 중국의 상황은 환경만 바뀌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본질은 비슷하다. 아니, 어쩌면 더 심해졌는지도 모른다. 중국 교회의 폭발적인 부흥과 함께 성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성경책은 예전보다 더 많이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성경 반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감시를 위한 카메라를 점점 더 많이 설치하고, 첨단 기술을 동원해 모든 정보를 시시각각 다각도로 수집해서 추적한다. 2018년에 발표된 종교백서는 온라인 서점의 성경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그리고 뒤따라 기독교 서적을 판매하거나 찬송가를 출판한 서점이나 인쇄소를 강제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 내부에서는 성경책이나 찬송가를 인쇄할 엄두조차 못 내는데, 이를 두고 “길거리의 현수막에는 사람들의 종교적 신앙이 허용된다고 쓰여 있지만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신앙은 오로지 공산당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시중에서 성경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해지자, 중국교회 지도자들은 2022년 본회에 31톤 분량의 성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교회가 성경책을 원하고 있다. 그들의 타는 듯한 목마름이 해갈되도록 생명의 말씀이 막힘없이 보내지고, 받은 성경을 통해 중국 성도들이 살아 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감격을 누리게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