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부활절에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이 땅을 밟으며 손에 들고 들어온 한글 성경은 마가복음이었습니다. 굳게 닫힌 선교지로 해외 선교사가 그 나라 말로 번역된 성경을 들고 들어가는 일은 세계 선교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140년 전 이수정이 일본에서 번역한 마가복음이 미국 선교사들의 손에 들려 한국 땅으로 보내진 것처럼 모퉁이돌선교회는 지금도 복음 풍선에 마가복음을 담아 북한 땅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모퉁이돌선교회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모퉁이돌의 선교 사역은 마가복음이 이 땅에 들어온 지 100년째 되는 해에 출발했습니다. 이처럼 특별히 기념할 만한 해에 문광서원은 부활절에 맞춰 《위드 필사 성경 북한어로 쓰는 마가복음》(이하 “필사 성경 마가복음”)을 발간합니다. 북한 성도들은 성경을 직접 소지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경우 자신이 손으로 베껴 적은 성경을 몰래 감추어 두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어로 쓰는 말씀 필사를 통해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함께 느끼며 북으로 성경을 보내는 사역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필사 성경 마가복음》 발간에 기해 몇 가지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이수정이 일본에서 개종하여 성경을 번역하고 있을 때, 만주에서는 존 로스와 그의 일행이 한글로 성경을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1882년에 간행된 존 로스의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와 『예수셩교요안복음젼셔』를 이수정은 모두 읽었고, 1884년에 「 」(마가복음)을 번역할 때 참고했습니다. 이수정은 마가복음 번역을 1884년 봄에 마쳤으나 다른 업무에 밀려 그 해에 인쇄하지 못하고, 1885년 2월 요코하마에서 간행합니다. 이렇게 인쇄된 마가복음은 재일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배포되었고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그리고 그 후 내한한 선교사들의 손에 들려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수정은 1882년 일본에서 츠다 센에게 한문 신약성경을 한 권 얻어 읽으며 기독교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는 츠다 센의 소개로 알게 된 나카다와 함께 성경을 공부하며 예수님을 영접했고, 1883년 4월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수정은 동경한인교회를 이끌면서 성경 번역에 힘쓰는 한편 미국 교회를 향해 한국에 선교사를 보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이수정이 쓴 편지의 일부입니다.
“여러분의 국가는 기독교 국가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에게 복음을 보내주지 않으면 나는 다른 나라가 그들의 교사들을 파송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다른 나라의 가르침들이 주님의 뜻과 일치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여기서 다른 나라란 일본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순수한 복음이 아닌 제국주의의 방편으로 기독교가 전파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이수정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수정의 호소는 직접적으로 미국 북장로회의 언더우드를 움직였을 뿐만 아니라 감리교의 한국 선교 시도에도 영향을 미쳐 아펜젤러를 불러들였습니다.
여러분도 바로 이 같은 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필사 성경 마가복음》과 함께 140년 전의 그 뜨거운 마음을 다시 느끼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