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특집 2] 북한, 길 위에서 드려진 예배 (2024. 5)

“이틀 동안 쉬지 않고 안내하다 보니까 제가 목이 좋지 않습니다. 내일은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노래를 하든지 이야기를 나누든지 자유롭게 하시기 바랍니다.”

북측 안내원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우리 일행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북한 여행 둘째 날 오후, 관광객인 우리더러 다음날 무엇을 할지 결정하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소리 높여 기도하고 찬양할 수 없었던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절호의 기회를 버스 안에서 예배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그날은 주일이기도 했습니다.

셩밍 디 허 씨러 디 허 (생명의 강 기쁨의 강)
환환 류진 워 디 씬워 (내 마음에 잔잔히 흐르네)
워 야오 창 나 이 쇼우 거 (나 그 노래를 부를 때)
창 이 쇼우 티엔 샹 디 거 (하늘 노래를 부를 때)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중국어 찬양이 흘러나왔습니다. 하나님이나 기독교를 암시하는 직접적인 단어는 가사에 없지만, 분명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기는 찬양이었습니다. 여행 3일 차에 접어든 우리 일행은 북한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소리 높여 예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 다음 노래는 제 뒷자리에 앉으신 장민님에게 청해 듣겠습니다. 장민님, 마이크 받아 주세요.”
가벼운 어깨춤을 곁들이며 좌중과 함께 경쾌하게 찬양한 첫 번째 예배자가 두 번째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요일은 저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왜냐하면 저희 가족이 매주 일요일 오후에 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저희 가족 생각이 많이 나네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남편이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우리 ‘그 이름’을 남편으로 생각하며 노래합시다. 저는 ‘구름 위의 태양’이란 곡을 부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북한 보위원, 안내원의 감시 때문에 ‘가족’, ‘남편’, ‘그 이름’이란 단어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지만 그것이 무엇이며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확했습니다. 일요일 오후마다 모이는 가정교회, 그래서 지금도 모이고 있을 교회 성도들이 그립다는 것과 하나님의 임재를 깊이 갈망하며 하나님의 성호를 높이고 싶다는 의미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구름 위의 태양’인 ‘그 이름’을 장민 형제가 노래했습니다.

아름다운 높은 산에 살지라도
어두운 골짜기에 누울지라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면
주님이 우릴 위해 예비하신 것이 보이네
구름 위의 태양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비록 빗줄기가 내 얼굴에 흩뿌려도
구름 위의 태양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아하, 절대 변치 않네

부드럽고 아늑한 선율에 담담하게 믿음을 고백하는 가사를 실어, 모두가 함께 찬양했습니다. 개중에 몇은 손을 들고 하나님을 경배했습니다. 찬양이 지속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눈부신 초록이 넘실대는 논과 맑은 강이 흐르는 들판,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강냉이 밭 등이 지나갔습니다. 여느 나라와 별다르지 않는 편안한 풍경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이 전해졌습니다. 세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자매는 창조주의 은혜를 중국어로 노래했습니다.

캄캄한 밤이 이어질 때
별빛으로 당신을 그려 봅니다
당신의 은혜는 새벽 별처럼
진실로 당신을 보게 합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 일생 찬양할 제목
내 일생 가장 아름다운 축복은
주 예수 당신을 알게 된 것
내 일생 가장 아름다운 축복은
주 예수 당신을 신뢰할 수 있는 것
험한 산과 깊은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그분은 나와 항상 함께 하십니다
이것이 내 일생 가장 아름다운 축복임을 나는 압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찬양하고 예배하는 동안 2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그 사이 풍광은 푸른빛의 나무와 풀에서 회색빛의 도심 건물들로 변해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가로질렀고, 한 쪽에서는 단체 훈련 중인 듯한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눈으로, 사진으로 그 순간을 포착하며 하나님께 기도로 나아갔습니다. 하나님을 모르고 죽어가는 이 땅 백성이 주께로 돌아오기를 간구하며 선포했습니다. 겉모습은 평범한 관광객이지만 어둠에 잠겨 고통하는 북한에 하늘의 빛이 임하도록 영적 전쟁을 치르는 군사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두 발로 딛고 선 곳이 거룩한 예배처이고, 두 손 들고 찬양하고 기도한 곳이 기도처였습니다. 우리의 발걸음과 예배를 북한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통로로 사용해 주심을 감사하고 찬양합니다.

oo단체 대표 드림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