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탈북자들과 함께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제3국에서 수십 년간 탈북자들을 말씀으로 세우는 사역에 힘써 온 사역자의 말이다. 현장 사역자가 체감하며 바라본,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 통일 이야기.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주제는 “이미 시작된 하나님의 통일”입니다. 여러분께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제가 현장에서 탈북자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살아내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마음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먼 거리를 돌아서 저에게 온 탈북자들에게 제가 최우선적으로 하는 사역은 성경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된 후에 말씀과 제사를 배웠듯이, 탈북자들에게 3개월 동안 성경 66권을 가르쳐서 성경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탈북자 중에는 중국에서 신앙을 경험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인생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인 분들도 있기에, 그들과 3개월 만에 성경 66권을 독파하려면, 새벽 4시 반부터 밤 9시까지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숨가쁜 일정이지만 대부분 열심히 따라와 주었습니다.
탈북자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힘든 일을 겪어서인지 많이 거칩니다. 다툼이 생기면 옆에서 지켜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심하게 싸웁니다. 반나절이 멀다 하고 싸우는 그들을 말리는 것이 저의 일이었고, 그분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살피는 것 또한 저의 몫이었기에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신변에 대한 염려와 근심으로 누구를 만나더라도 편안하게 식사하기보다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보는 사람이 없는지 늘 경계하곤 했습니다.
이렇듯 탈북자 사역이 쉽지 않음에도 끝까지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가르치고 들여 보낸 많은 분들을 하나님께서 사명자로 세우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기 3장 8절에 “내가 내려가서 건져내고 인도하여 데려가려 하노라”라고 하신 말씀처럼 탈북자들을 친히 북한에서 건져내어, 긴 여정을 인도하시고, 이곳에 이르게 하셨습니다. 그들을 이 땅에 3개월간 체류하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탈북자들을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삼기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에게 3개월간 하나님의 말씀을 성경대로 가르치고, 배우고, 살아가게 하는 사역이 정말 중요한 사명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3개월 동안 철저히 복음을 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맛보게 해야 한다고 결심하며 가르쳤습니다.
그 즈음 성경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셔서 모퉁이돌선교회의 북한어 성경 등을 공급받아 지속적으로 귀한 말씀을 나누고 사역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하는 말씀 사역을 감당하면서, ‘하나님이 이미 시작하신 통일’의 한복판에는 ‘탈북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역을 하면 할수록 하나님께서는 이미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시간에 통일을 시작하셨고, 그 통일 사역의 핵심이 다름아닌 ‘탈북자’라는 사실이 또렸해졌습니다.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시간은 ’북한의 NPT(핵확산방지조약) 탈퇴 이후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흉년, 가뭄, 냉해가 이어진 고난의 행군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식량을 구하러 중국으로 넘어왔는지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북한 내에서 굶어 죽었는지 모릅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북한 땅에서 북한 사람을 빼낼 수도, 보낼 수도 없지만 하나님은 갑작스러운 김일성의 죽음과 자연재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탈북자들을 중국과 다른 나라로 옮기셨습니다.
현재 약 3만 4천 명의 탈북자가 대한한국에 와 있습니다. 1999년부터 집중적으로 오기 시작했으니 연도로 따진다면, 무려 약 25년 동안 하나님은 이미 통일을 시작하셔서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들여보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마음을 모른 채 여전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기도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작년이 정전 70주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믿습니다. 이때 저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님께서 이미 시작하신 통일의 한복판에 탈북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허락하신 가장 최선의 통일 방법은 이 땅에 보내진 ‘탈북자들과 함께 미리 통일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전혀 주목하지 않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제가 탈북자 사역을 하면서 철저하게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통일을 향한 하나님의 사역의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를 알지 못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도, 뜻도 헤아리지 못하게 되어서, 다시 사역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합니다.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 보면, 저마다의 위치와 입장에서 대답을 합니다. 즉 서로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것을 봅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께서 왜 통일을 이루시려는지에 대해 한 번쯤 반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영혼 구원 때문입니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영혼 구원을 위해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혼에 관심이 없는 교회보다 더 큰 비극은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세워진 이 땅의 교회가 ‘영혼 구원’에 관심이 없다면 더이상 소망이 없습니다. 이 땅의 교회가 영혼 구원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면 하나님의 마음이 보이고, 하나님의 시선이 보이게 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완전한 통일’이 앞당겨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시작하신 통일을 위해 보내주신 탈북자들을 향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준비되어야 할까요? 꽤 많은 수의 탈북자가 한국을 등지고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생명을 걸고 탈북해서 온 한국을 왜 떠날까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 교회가 탈북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입니다. 통일을 말하는 한국 교회가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가지고 3만 4천의 탈북자들을 최고와 최선을 다해 섬기고 있나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론의 두 아들이 성막에서 다른 불을 드리다가 죽었습니다. 그들은 나쁜 것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좋은 것을 정성을 다해 드렸을 겁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드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일 사역을 위해 한국 교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최고나 최선이 아닌,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드리는 훈련입니다. 그럴 때 온전한 열매가 맺힙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든 사람들이 말씀의 칼을 예리하게 갈아야 합니다. 말씀의 칼날이 분명하게 세워져 있어야만 하나님께 드릴 것을 온전하게 드리고, 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도려낼 수 있습니다. 칼이 무뎌져서 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드리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 교회가 말씀의 날카로운 칼날을 가지고 탈북자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때, 탈북자들의 영혼이 구원의 마지막 결론인, 청함이 아닌 택함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워질 줄 믿습니다.
여러분! 통일 사역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십니다. 아니, 하나님은 이미 하나님의 통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기에 깨어 있어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가 되십시오. 하나님이 어디를 보고 계신지를 보십시오. 이 땅에 온 3만 4천 명의 탈북자들과 함께 생명을 다해 통일을 살아 내십시오. 그래서 3만 4천 명의 탈북자가 ‘청함이 아니라 택함 받은 자’로 세워질 때, 하나님의 완전한 통일은 우리가 힘쓰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직접 이뤄가실 것입니다.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인 것처럼, 북한 사람들도 주의 거룩한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늘 기도해 주시고 귀한 마음을 모아 끊임없이 성경을 보내 주시는 여러분이 있기에 주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