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탈북민과 함께하는 김장을 진두지휘한 본회 전도 훈련 담당 세리나 간사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지난 39년 동안 북한 선교를 감당해 온 모퉁이돌선교회는 탈북민들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복음통일의 마중물로 보내주신 귀한 백성이고, 그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믿음으로 준비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북한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인쇄하여 배달하는 한편, 남북한의 언어를 한 장에서 비교하며 볼 수 있는 『남북한 병행성경』을 출간해서 탈북민 교회와 성도들에게 보내는 데 힘써 왔다. 아울러 탈북민 사역자들로 하여금 북한 선교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해 왔고, 한국에 정착해서 어려움을 겪는 탈북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위로하는 한 방편으로 김장을 해서 선물하는 사역을 감당해 왔다.
김장이 복음 통일의 시작점이 되다
탈북민과 함께하는 김장을 지난해 11월 24일과 25일, 북한이 바라보이는 강화의 모퉁이돌선교센터에서 담궜다.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된 이번 김장은 통일의 마중물로 이 땅에 온 탈북민들을 축복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전하는 은혜의 시간이 되었다.
추운 날씨에도 이틀 동안 김장하는 일을 위해 80여 명이 참여하고, 포장된 김치는 210여 탈북민 가정에 전해졌다. 남한 성도들과 김장을 함께 담근 탈북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의 사랑이었다”라고 고백하였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런 감격스러운 말을 하게 했을까?
2021년 첫 해 김장은 고향과 부모 형제를 떠나와 고군분투하는 탈북민들을 섬기고 싶은 본회 세리나 간사의 개인적인 마음이 출발점이 되었다. 본회 전도 훈련생들과 이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도 탈북민들에게 사랑을 전하겠다는 뜻을 모아주어, 800 포기를 김장하는 행사가 추진되었다.
2022년 두 번째 해에는 400 포기가 늘어나 1,200 포기를 담갔고, 세 번째 해인 2023년에도 500 포기가 늘어나 1,700 포기 김장을 했다. 규모가 커져 가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김장을 준비할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님의 은혜로 근 한 달 만에 모든 재료가 최상품으로 완벽하게 구비되었다. 질 좋은 고춧가루며 배추, 무, 젓갈, 파 등을 다양한 경로로 구입하게 하셨다.
되짚어 보면 하나님의 세심한 손길이 김장을 담그는 전 과정에 스며들어 있었다. 작년에는 모든 재료를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다 썰었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적절한 때에 무를 세척할 사람, 파를 다듬을 사람들이 자원사역자로 왔다. 커다란 통에 든 김치 양념을 섞을 때도 7살 때부터 두부를 저었다는 탈북민을 예비하셨고, 천막과 비닐을 칠 때도 경험 많은 분의 도움을 받게 하셨다. 식사의 경우 북부중앙교회에 일임했는데 매 끼니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일마다 때마다 손발이 척척 맞았고 무엇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탈북민과 함께하는 김장을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신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끼게 했다.
김장을 하면서 여러 형태의 감사가 있지만 세리나 간사는 생명을 걸고 이 땅에 온 귀한 분들을 만날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전도 훈련을 실시하면 그저 훈련으로만 끝나지만 김장은 이들과 실제로 호흡하면서 기쁨을 나누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김장 전후로 북한을 향한 제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막연했다면 이제는 이분들이 제 삶에 직접적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탈북민들을 위로하고 섬긴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김장이 남북한의 성도가 만나는 장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래서 세리나 간사는 김장을 탈북민과의 행복한 동행이며, 그들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길동무가 되는 최단의 지름길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남과 북이 마음을 툭 터놓고 교류하는 김장이라는 소통의 장을 통해 작은 통일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들려주었다.
무엇보다 김장은 몸과 마음이 아픈 탈북민들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김장을 담근 당일 이른 아침에 강화선교센터 예배실은 남북한의 성도들로 가득 찼고 이들이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찬양과 기도의 열기가 뜨거웠다. 지척에 보이는 북한을 마음에 담고 저 땅에 있는 백성들이 자유로이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눈물로 기도하고, 선포하는 진리의 말씀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이루실 복음통일의 날을 소망하는 예배를 하나님께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