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많은 양의 성경이 곳곳에 배달되었다. 여러 배달 건 중에서 한 가지를 뽑아 소개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상고하며 함께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선생님, 지금 OO지역에서 중국 교회 지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학 강좌가 열리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모든 과정이 끝나서 이분들이 돌아갑니다. 가실 때 지도자용 성경을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톰슨 주석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한 정독본 성경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정독본은 모퉁이돌선교회에서 발간한 여러 중국어 성경 중에서 지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성경이다.
“물론입니다. 몇 권이 필요합니까? 알겠습니다.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일꾼은 부리나케 창고로 달려갔다. 큼지막한 정독본 성경을 선반에서 꺼내 차곡차곡 박스에 담았다. 성경책으로 꽉 채운 4개의 박스의 무게는 100kg이 넘어갔다. 수레에 박스를 싣고 창고를 빠져나오려던 일꾼에게 불현듯 이왕이면 중국어 성경뿐만 아니라 북한어 성경도 같이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애당초 중국어 성경만을 부탁받은 것이지만 북한어 성경을 몇 권 더 넣는다고 해서 해 될 것은 없다는 판단이 섰다. 일꾼은 얼른 북한어 성경으로만 한 상자를 더 만들어서 짐 맨 위에 얹었다.
일꾼이 OO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혼자서 100kg이 넘는 성경을 가지고 이동하느라 힘에 부쳤을 텐데, 일꾼의 모습에서는 피곤함보다는 곧 중국인 사역자들에게 생명의 양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기쁨이 묻어났다.
마침내 모처에 마련된 강의실에 들어간 일꾼을 수십 명의 중국 교회 지도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일꾼은 정독본 성경을 한 권 꺼내 보이며 말했다.
“여러분에게 드리려고 주석 성경을 가져왔습니다.”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꾼이 든 성경에 쏠렸다. 주석 성경이 어떤 성경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모퉁이돌선교회가 이 성경을 완성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공안의 눈을 피해서 작업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번역하고, 중국인 사역자 2000명에게 보내서 내용을 검증받았습니다. 공안의 급습으로 몇 번이나 편집하던 것을 빼앗겼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날 이 성경책을 여러분과 중국 교회에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국 교회 지도자들이나 신학자들이 이 정독본 성경을 두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에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병원이나 학교가 아니라 바로 이 정독본이라고. 그만큼 귀하고 요긴한 성경입니다.”
일꾼에게서 정독본이 만들어지고 배달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은 중국 교회 지도자들은 감격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책을 보니 감동이 두 배가 되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중국인 사역자들에게 일꾼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여러분이 가는 길에 북한어 성경을 두 권씩만 가져가기를 바랍니다. 가서 주변에 있는 조선족 교회나 북한 사역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일꾼의 말을 경청하던 한 중국 교회 지도자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북한 선교에 집중하는 분이 계십니다. 북한을 자주 드나들고 있기에 그분에게 성경책을 전해주면 북한에 배달할 수 있습니다. 북한어 성경을 더 주실 수 있습니까?”
예상치 못한 말에 일꾼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인 줄 알고 감사했다.
“할렐루야! 얼마든지 요청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보낼까요?”
탄압받는 중국 교회 지도자들에게 주석 성경을 보낸다는 기쁨에 100kg가 넘는 짐을 무거운 줄 모르고 한달음에 달려온 일꾼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성경책이 없어 애태우는 북한 성도들에게도 성경책을 배달할 수 있도록 중국인 사역자를 붙여 주셨다. 일꾼은 보내는 모든 성경책이 한 권도 유실되지 않고 성도들의 손에 안전하게 들어가 영혼들이 살아나기를 기도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찬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