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2] 헌당예배가 풍성한 은혜와 기쁨을 누리는 잔치였습니다 (2023.11)

두 달 전, 성경배달 단기팀이 북한어 성경과 중국어 성경 1천여 권을 A국에 배달하며 그곳 교회와 사역자를 격려하고 돌아왔다. 단기팀이 다녀간 뒤 사역자가 감사의 글을 보내왔다. 편지 전문을 소개한다.

교회 개척 후 거의 2년간을 임시 처소에서 예배를 드려왔다. 한국 교회의 지원을 받아 좀 오래된 집이지만 건물과 땅을 구입하고 지난 여름 동안 수리를 마쳐 드디어 9월 24일에 헌당예배를 앞두고 있었다. 한없이 기쁘고 영광스러운 입당을 앞두고 주일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의 부모님과 교회 주변 주민을 초청하는 전도집회 겸 큰 잔치를 열 계획을 세웠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선물도 준비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돈은 없고 막막하기만 했다.

헌당의 기쁨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헌당예배에 초청하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전도의 기회를 삼아야 하는데 막상 교회당 수리에 돈을 다 쓰고 나니 잔치에 쓸 돈이 없어 걱정으로 기도만 하고 있었다. 이곳 특성상 도심지에 있는 큰 교회가 아니면 우리 동네 같은 교회 성도들은 경제력이 빈약하고 하루하루 생계 유지가 바쁜 사람들인지라 교회의 재정 상황은 글로 쓰기조차 난감하다.

헌당예배를 앞둔 10여 일 전, 한 선교사님으로부터 단기선교팀이 오는데 통역을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아직도 마무리를 못 한 교회 수리와 세미나 일정으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마땅히 통역을 찾지 못해 부탁을 하는 상황에서 나는 9월 19일 화요일 오후에만 잠시 시간을 낼 수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마침 선교팀의 일정이 나의 비는 시간과 일치가 되어 통역으로 봉사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주님의 일에 잘 나서는 성격이고 이날도 잘 알고 지내는 선교사님의 부탁이라 잠시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통역을 하였다.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수고하는 내용과 그들이 한겨울의 날씨에 난방도 되지 않는 창고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도와주며 복음을 전했던 북한 선교 간증이었다. 그들의 처참한 이야기에 나도 가슴속에 아픔을 느끼며 통역을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려는데 단기팀의 인솔자께서 헌금이라며 봉투를 전해주셨다. 보수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기에 선뜻 받기가 쑥스러웠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내가 걱정하던 헌당예배 잔치를 준비할 만큼의 헌금이었다. 우리의 형편을 늘 돌아보시는 아버지께서 나의 어려움을 아시고 때에 맞춰 쓸 금액을 모두 채워 주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다음날부터 기쁜 마음으로 잔치에 쓸 음식과 과일들을 준비하였고 음료, 수박, 케이크, 과자 등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입당예배 당일에는 동네 사람들이 평소 잘 먹어보지 못하는 피자도 주문하였다. 헌당예배 주일,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모두 40여 명 가량이 예배를 드리고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그들 중에 4명이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예배가 끝난 후 준비한 음식을 내어놓고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다과를 나누고 교제하며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교회 건물과 부지 매입, 건물 수리와 입당예배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 교회는 개척교회이다 보니 성도 수가 많지 않다. 어른이 10여 명, 어린이가 10여 명 출석을 한다. 이날도 주일학교와 중등부 어린이들이 열심히 의자를 정리하고 탁자를 배열하고 음식을 나르는 등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모든 순서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손님들이 떠나고 난 뒤의 정리와 청소까지 아이들이 도와주었다. 분주히 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들이 성장하여 교회의 일꾼이 되고 믿음의 일꾼들로 세워질 것을 그려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가난하고 모든 환경이 열악한 시골 교회 목회자로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한없는 주님의 사랑을 받았으니 이 사역 또한 충성되이 감당하리라 다짐해 본다.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린다.

2023년 9월 27일 OO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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