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교가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한, 누구나 할 수 있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북한 선교 이야기.
지난 66회 선교 컨퍼런스에서 뭉친 저희 조의 미션은 윗동네(북한) 아줌마들과 아랫동네(남한) 아줌마들의 밤을 새는 수다였습니다. 윗동네 아줌마의 집을 방문해서 그분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또 어떤 고민과 영향력을 끼치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9명의 조원들이 벌교에 있는 진이 자매와 성경 자매의 집을 찾았습니다.
벌교에 도착하니 이미 밤 10시 반이 넘어 있었습니다. 밤샘 수다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인지라, 저희는 준비해 간 보드게임을 펼쳐 놓고 주사위를 굴리며 각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가며 나눴습니다. 다들 인생에서 살아온 고난 목록들을 꺼내 보이는 중에 성경 자매의 고백이 특별히 저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성경 자매는 북한에서는 몸이 힘들었는데 남한에 내려오니 마음이 너무 힘들다며 관계의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이 생겨도 어디에 털어놓을 데도 없고 털어놓을 힘도 없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섣불리 위로한다고 나섰다가 어떻게 보면 성경 자매에게 독이 될 것 같아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계시던 김은혜 목사님이 침묵을 깨고 갑자기 일어나셔서 강력하게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세로부터 성경 자매를 택하고 부르셔서 구원하셨다는 기본적인 십자가 복음으로부터 시작해,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겨 한국에 오게 하신 목적이 분명히 있음을 상기시키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는 중에, 성경 자매의 메마른 심령에 성령님께서 다시금 성령의 강물을 흠뻑 적셔 주기시를, 그래서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을 수 있고, 그 고난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누릴 수 있는 성숙한 믿음의 자녀로 자라나기를 합심해서 기도했습니다.
기도 후에는 진이 자매가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심신이 지쳐 있던 성경 자매와 달리 진이 자매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동네 사람들한테 무시와 설움을 당했는데, 지금은 집도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제한 없이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진이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희는 새벽 3시까지 수다를 이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준비해 간 반찬과 성경 자매의 공궤로 맛있는 아침을 먹고, 성경 자매의 삶의 터전인 통통배를 타러 갔습니다. 선상에서 조장인 이연자 전도사님의 인도로 모두가 소리 높여 마음껏 찬양을 불렀습니다. 성경 자매는 본인의 배에서 사람들이 찬양하고 예배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울먹였고, 그런 성경 자매의 모습이 저희에게는 은혜가 되었습니다. 또 성경 자매에게 큰 위로의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점심 메뉴는 갓 잡은 낙지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통발에 크고 작은 낙지들이 잡혀 올라오는 광경을 보는 신기한 체험에 더하여 탕탕이, 연포탕 등 즉석에서 잡은 귀한 낙지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북쪽 아줌마, 남쪽 아줌마가 하나 되어 함께 먹고 어깨동무해서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모습을 저 위에서 보고 계실 우리 주님은 얼마나 흐뭇하실까 싶어 저희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졌습니다.
푸짐한 선상 점심을 끝내고 저희는 성경 자매의 집을 떠나서 진이 자매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틀 후가 생일인 진이 자매를 위해 깜짝 생일 파티를 그곳에서 열었습니다. 진이 자매는 여러 종류의 과일을 정성껏 준비해 저희를 섬겨 주었고, 저희는 진이 자매의 남한에 있는 가정과 북에 있는 아들들의 구원을 위해 아낌없이 축복하고 기도했습니다.
벌교에서 1박2일을 보내면서 느낀 점은 남과 북이 통일되려면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할 만큼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겠지만 우리의 염려와 필요를 뛰어넘어 행하실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신뢰가 필요하고, 말로만 통일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행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귀한 여행이었습니다.
노인숙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