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특집] 내가 만난 북한 성도, 미처 다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2023. 8)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경기도 소망수양관에서 개최된 67회 선교 컨퍼런스에서 20년 넘게 북한 성도들과 연락하며 교제해 온 일꾼이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귀한 성도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중국으로 식량을 구하러 나왔다가 복음을 들은 사람들부터 2020년대 코로나 국경 봉쇄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서도 구제와 전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까지, 일꾼은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면면의 북한 성도들을 만나왔다.
고난에 고난이 겹쳐와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묵묵히 선을 행하며 예배를 드리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북한에 살고 있다. 일꾼은 주의 지팡이를 의지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걷는 중에도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그들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죄사함 받은 자의 삶이 어떠해야 함을 잘 보여주는 모본이라고 설명한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그 땅에서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북한 성도의 이야기를 일꾼의 증언으로 들어본다.

밤새 말씀에 밑줄을 그어가며 외웁니다

국경 지역에 살면서 중국을 드나들던 남매가 있었습니다. 저와는 세 번을 만났는데, 남동생이 먼저 중국에서 복음을 듣고 북한에 있는 누나에게 복음을 전한 경우였습니다. 초신자에 불과한 남동생이 자기 지식으로는 전도하기가 힘들자 누나를 데리고 다시 중국에 나왔습니다. 그 남동생이 참으로 귀하더군요. 밤을 세워서 성경을 읽는데, 줄을 그어가면서 말씀을 다 외우곤 했습니다.
그 형제는 북한에서는 가족끼리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저녁에는 꼭 감사 기도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너무 피곤해서 기도를 하지 않고 그냥 자려고 했는데, 일곱 살짜리 딸이 오더니 “아버지, 오늘은 왜 기도를 안 합니까?”라고 말해 줘서 그날도 빼놓지 않고 기도를 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오누이가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중 남동생이 황해도 쪽 지하 성도를 만나러 갔다가 누군가의 밀고로 먼저 천국에 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누나는 동생이 천국에 갔기 때문에 자기는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이전보다 더 열심히 전도했고, 더 과감하게 주님을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돌격대를 먹이며 불쌍한 사람을 돕습니다

본인도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 근처 공사장을 드나드는 돌격대(건설 현장 등 주로 단기 사업에 투입할 목적으로 동원되는 조직)원에게 밥을 먹이고, 쌀과 김치를 퍼주는 북한 성도와 정말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연결된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였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뻔히 듣고 있는데, 힘들다는 말을 일절 하지 않는 것이 한편으로 의아하면서 한편으로는 놀라웠습니다. 저에게는 하나님과 함께 살고 있는 자의 당당한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설왕설래 끝에 그를 설득해서 생활비를 전달했습니다. 그랬더니 “불쌍한 사람과 잘 나누어 쓰겠습니다.”라며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사진 속 그의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지만,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꽃제비가 예수님 믿기를 몰래 기도합니다

작년에 중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북한에 사는 자매에게 약값을 보냈습니다. 감사하게 그 돈으로 치료를 한 자매의 병이 고쳐졌습니다. 자매는 받은 돈 중에서 남은 돈으로 먹을 것을 사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저희에게 신세 진 빚을 갚을 길은 이것밖에 없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북한은 착한 일을 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냥 먹을 것을 주면 의심하고 밀고해서 보위부 단련을 받아야 한답니다. 그래서 그 자매는 살고 있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강가로 죽이나 밥을 담아서 나갑니다. 꽃제비들이 대개 강가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을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자매는 “우리 남편이 정신병이 와서 집을 나갔는데 굶어 죽을까 봐 이렇게 먹을 것을 해서 다니니 우리 남편을 찾으면 꼭 알려 달라”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렇게 일부러 구제를 하는 겁니다.
또 어느 날은 길거리에 자판을 벌여 놓고 국수를 삶아서 꽃제비들에게 나눠 주었다고 합니다. 보는 눈들이 있으니까 일반 사람에게는 반값에 팔면서요. 그러면서 자매는 “하나님, 이 사람도 예수님 믿게 해 주세요.”라고 몰래 기도했다고 합니다.

새벽 두 시에 성경 읽고 다섯 시에 기도합니다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중국에 돈 벌러 나온 너무나 신실하고 순수한 두 자매가 있었습니다. 선교사님 밑에서 삼 개월 동안 성경 공부를 하던 그들은 새벽 두 시면 일어나서 성경을 읽고, 다섯 시면 또 일어나서 북한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북한에 돌아가서 신앙 생활을 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쪽지에 몰래 적어 가지고 나와서는 선교사님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얻어 갔습니다.
그들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사람을 보내 찾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들과 영상 통화를 하던 날, 분명 제가 만났던 자매들이 틀림없음에도 너무나 초췌하게 늙어버린 모습에, 저는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아무렇지 않아 했습니다. 그야말로 꽃제비와 다를 바 없는 행색인데도 당당하고 씩씩했으며 저보다 목소리에 힘이 더 실려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며 “울지 말라”며 “왜 우냐?”고 되물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지내냐?”라고 물었더니 “달구지 끌고 다니며 하루 한 끼 버는데 우리는 이렇게라도 살아갑니다. 우리는 남의 눈치를 봐 가며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라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습니다. 그들은 제가 “좋은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라.”는 인사말로 전화를 끊을 때까지 ”도와 달라.”는 말은커녕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습니다. 담담함을 넘은 성도의 당당함을 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을 안쓰럽고 불쌍하게 생각한 제가 부끄러워서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하나님이 살리신 발로 복음 전하기를 소망합니다

북한에서 나눔 사역을 하는 자매에게 새벽에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연인즉, 동네에 동상 치료를 못해 살이 문드러진 사람이 있는데, 밤마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 약값을 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선전하지만, 요즘은 의사들도 먹고 살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돈을 줘야 엑스레이를 찍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국도 예전에는 국가에서 운영했는데, 지금은 개인 약국들이라, 돈을 내야 약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동상으로 고생하던 사람은 다행히 저희가 보낸 돈으로 치료를 해서 지금은 건강하게 다리를 회복했습니다. 사실, 제가 봤을 때 그 다리는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살리셨습니다. 자매와 통화한 이후 저는 하나님께서 살리셨으니 그 다리가 북한 땅 전역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발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자매에게도 그 사람과 함께 그렇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북한 땅에서 역사하고 계십니다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을 수 없다.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다는 선교회가 있는데 모두 거짓말이고 사기극이다.” 최근 탈북자를 탈출시키는 일을 소재로 한 책을 읽거나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서 확인 차 본회로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 누가 봐도 모퉁이돌선교회를 지칭하는 것이라며 해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염려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도 하나님은 북한 땅과 백성들 가운데 살아서 역사하고 계신다.

“나는 북한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 땅에 내 백성이 살아 있다.
내가 남한 성도들의 기도를 듣고 있다.”


모퉁이돌선교회의 북한 선교는 바로 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시작되었고 지난 38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동안 “북한에 지하교회가 없다”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전능하신 하나님은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된 지금도 여전히 북한에 하나님의 복음과 사랑이 전해지도록 역사하고 계신다. 복음을 전하는 데 수많은 저항이 있지만 그 모든 것보다 뛰어나신 하나님께서 이제 굳게 닫힌 북한의 문을 활짝 여시고 북한의 모든 영혼이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그날까지 멈춤없이 복음이 전파되게 하실 것을 믿음으로 선포하며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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