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성도 이야기] 동네 사람 몇을 전도해서 주일에 같이 기도합니다! (2023.6)

“하나님, 우리 은심이를 살려 주시오~~.”

봉숙은 선홍빛 피를 토하며 쓰러진 친구 은심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자, 지금 무슨 죽을 소리를 하니?’
눈앞이 희뿌예지고 의식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은심은 봉숙의 고함 소리를 누가 들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봉숙을 말리려고 손을 뻗어 보았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입술을 달싹여 이름을 부르려는 시도도 허사로 돌아갔다.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칠 뿐이었다.
얼마 후, 다시 깨어난 은심의 눈앞에 자신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봉숙의 얼굴이 보였다. 혼수 상태로 몇 시간이나 있었는지 은심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은심아, 정신이 좀 드니?”
“응…… 고마워.”
조용히 은심의 곁을 지키던 봉숙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뗐다.
“은심아, 있지… 하나님이 진짜 있다? 니 죽어서 지옥 가지 말고 하나님 믿어라.”
“봉숙아, 무슨 그런 소리를 하니?”
“나는 니 낫게 해 달라고 하나님한테 매일 기도한다.”
“기도? 기도라는 거 어떻게 하니?”
“하나님이 있는데 그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서 기도할 때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한테 기도하고 하나님 믿으면 우리 일이 다 잘 된다.”
“봉숙아, 그런 소리 어디서 들었니?”
“니 몸도 아픈데 하나님 믿어 봐라. 믿으면은 니 마음에 기둥이 생긴다. 아침 저녁으로 감사하다고 기도하면 사는 게 무섭지가 않다.”

봉숙은 작심한 듯 엄청난 말들을 쏟아 냈다. 그렇지만 은심은 그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고개를 떨궜다. 평생을 소꿉 친구로 지내온 봉숙이가 갑자기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수십 년을 비밀 없이 허물없이 지냈건만 봉숙이의 입에서 ‘하나님을 믿으라’는 말이 튀어나오리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봉숙은 모르긴 해도 평생 기독교인인 것을 티 내지 않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체성을 드러낸 데에는 은심의 병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은심은 토혈이 그치지 않아 곧 송장을 칠 거라는 소문이 온 동네에 파다했었다. 명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에게 봉숙은 영원한 생명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친구의 말이라 해도 한순간에 고정관념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북한에서 사실 하나님은 염두에도 없는 존재이다. 귀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은심 역시 ‘그냥 내가 살면 되지 귀신, 즉 하나님에게 무슨 부탁을 하나, 무슨 귀신을 저렇게 자신 있게 믿나.’ 싶아서 실소가 나왔다.
은심의 냉담한 반응에도 이후 봉선의 전도는 계속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은심의 집을 찾아와 은심을 간호하며 하나님을 전했다. 어떤 날은 사람이 생긴 원리를, 어떤 날은 성경 속 인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선의 입에서 핵 폭탄과 같은 말이 떨어졌다.

“은심아, 몸이 아프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꾸 속으로 말해라. ‘하나님, 이거 이렇게 해 주시오’라고.”
“봉숙아, 니는 그렇게 하니? 근데 나는 어째 그래 아이 믿어지니.”
“그러지 말고 은심아, 동네 사람 몇 명이 모여서 우리집에서 기도를 하는데 니도 같이 하자. 기도는 혼자 하는 것보다 모아서리 하면은 하나님이 잘 들어준다.”

은심은 봉숙이가 말하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성경책만 가지고 있어도 정치범으로 잡아가고 죄인으로 몰아서 죽이는 상황에서 대담하게 사람들을 전도하고 지하교회를 꾸린 친구가 믿는 하나님을 향해 은심은 기도하기 시작했다. “봉숙이가 믿는 하나님, 하나님께 기도하면 들어주신다고요. 저도 하나님을 마음에 모시겠습니다.” 작은 소리로 기도하는 은심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눈물을 닦으며 은심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하나님의 이름을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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