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돌선교회는 지난 2012년부터 하나님께서 북한의 문을 여실 때를 대비하여 재난 현장에 가서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IDRN(International Disaster Response Network) 훈련을 매년 실시해 왔다.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재난 현장서 직접 활동할 수 있는 회원증이 발급되었다. 모퉁이돌선교회는 이들과 함께 국내외에서 발생한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와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지난 4월 26일, 지진으로 신음하는 재난 현장에 8명의 IDRN 단기 선교팀이 7박 9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카라만마라슈와 말라티야를 포함해서 가지안테프, 앙카라, 키리칼레 등의 도시들을 방문하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인과 시리아 난민,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구호 물자를 공급하고, 지진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복음을 제시해 수십 명의 영혼을 주께로 돌이키는 놀라운 열매를 맺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지진
현장에 도착한 IDRN 팀이 가장 먼저 목격한 장면은 곳곳에 무너져 내린 건물이었다. 회색빛 잔해가 나뒹굴고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완전히 붕괴되지 않은 건물에는 갈 곳을 잃은 지진 피해자들이 몰래 들어가 살고 있었다. 튀르키예 정부가 주거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울고 움푹 파이고 금이 간 아파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재민들은 아파트보다는 텐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카펫과 이불, 밥그릇 정도만 덩그러니 놓인 좁은 텐트에 10명도 넘는 가족 구성원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물리적인 주거 환경도 문제였지만 이보다 더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는 정신적인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지진 생존자의 십중팔구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맨 처음 지진이 발생한 시간인 새벽 4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떠져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붕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폐소공포증을 겪었다. 말라티야에서 만난 한 사람은 사건 당시의 아우성이 지금도 환청처럼 들린다고 했다.
“온통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지는데 여기저기에서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할 수 있는 한 달려가서 손을 잡고 끌어당겨 봤지만 역부족이었죠. 게다가 그때도 지진이 진행되고 있어서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어요. 땅 밑에서 소리 치던 그들은 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친척, 내 이웃이었는데 말입니다.”
재난당한 이웃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육체적, 정신적, 환경적으로 환난당한 튀르키예인, 시리아인, 아프가니스탄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위로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을 증거하는 일이 이번 IDRN 단기 선교팀의 핵심 사역이었다.
당장 먹을 것과 거주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식량과 생필품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IDRN 팀은 현지 마트에서 쌀, 파스타 면, 설탕, 기름, 샴푸, 비누 등을 구입해서 구호 상자에 담았다. 기본 물품 외에도 25~50달러를 충전한 선불카드를 준비해서 생활비로 쓸 수 있게끔 했다.
IDRN 팀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너도 나도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손을 뻗는데 일일이 다 쥐어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아쉬울 지경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사탕과 학용품, 풍선, 축구공 등을 나눠 주었는데, 아무래도 축구공,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이 인기만점이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한국어로 찬양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텐트 사이로 울려 퍼졌다. “주님만이 왕이십니다. 내 삶에. 이곳에. 온 땅에.” IDRN 팀의 일원인 장동진 목사가 한 소절씩 선창하면 튀르키예,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따라했다. 가사의 의미는 몰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로 시인하고 찬양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텐트 밖에서 행복하게 뛰어노는 동안, 텐트 안에서는 정수기 설치가 진행됐다. 공동 수도에서 나오는 물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깨끗한 물에 대한 요구가 정말 컸다. IDRN에서 준비한 정수 시설은 조립이 간편하면서도 물 속 세균과 불순물을 99.9% 정화하기 때문에 난민촌에서 사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난민 20여 가정과는 텐트촌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식사 교제를 하며 간단한 활동을 함께했다. 지진이 났을 때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고통과 불안을 표출하게끔 했고, 한국어이지만 찬양을 들려줌으로 그들의 공허한 마음에 하늘의 평화와 평강을 주고자 했다.
구호 활동과 함께 생생히 증거되는 복음
일단 난민들의 애로 사항을 듣는 것으로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어떻게 지내고, 걱정과 필요가 무엇인지를 물어 보면, 마음과 몸과 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기도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인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해도 괜찮냐?”라고 동의를 구해 허락하면 기도를 하는데, 치유 기도의 경우 곧바로 통증이 줄어들거나 질병에서 놓임 받는 역사가 나타났다. 강력한 기도의 능력을 직접 체험한 이재민들은 마음이 활짝 열려서 즉시로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다. 이슬람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나아와 회개하고 구원받는 일이 꽤 여러 번 일어났다. 그중 몇 가지 간증을 소개한다.
“텐트에 들어갔더니, 어떤 젊은 여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이마를 짚어 보니 열이 펄펄 끓더군요. 복음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낫는데 기도 받을래?’라고 물었어요. 여기 사람들은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하면 알라로 알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라고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어요. 다른 식구들은 약으로 치료할 거라고 반대했지만 열나는 자매가 승낙해서 선교사님이 손을 얹고 기도를 했어요. 즉시 열이 떨어지면서 가슴 통증도 사라지니까 옆에 있던 시어머니와 삼촌이 놀랐고, 밖에서 구경하던 무슬림들도 웅성웅성했어요. 기독교인에게 기도 받았다고 해코지 당할 것을 염려했는지 방금 전까지 열이 났던 자매가 벌떡 일어나서 사람들을 쫓아내더군요. 그 사이, 통증으로 허리와 무릎을 쓰지 못하던 자매의 삼촌도 기도를 받아서 나았어요. 그런데 이 모든 치유를 지켜본 목격자가 텐트 안에 또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옆집에 사는 청각장애인 여자아이였어요. 그 아이의 텐트에는 머리와 배, 발이 아픈 엄마와 오빠, 동생이 있었고 네 명 모두 기도로 치유받았어요. 복음을 제시하고 영접 기도를 하는 시간에 선교사님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아이에게 복음이 심겼을 거라고 확신해요.”
“예수를 믿은 지 2달이 된 다니엘이라는 시리아 난민을 만났어요. IS와 지진의 위협에서 극적으로 빠져나와 복음을 듣고 친구들을 전도했는데 성경 지식이 부족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자 선교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선교사님과 IDRN 팀이 함께 두 가정을 방문했는데 첫 번째 집에는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엄마와 딸이 살고 있었어요. 말을 안 듣는 여자는 때려도 된다는 꾸란과 달리 성경은 아내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고 비교해서 복음을 설명하자, 딸이 엄마에게 ‘이게 맞는 것 같다.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겠다.’라며 믿음을 선택했어요. 두 번째 찾아간 집에서도 두 사람에게 복음을 제시했는데 그중 한 명이 믿겠다고 해서 선교사님을 따라 영접 기도를 했어요.”
“엄마와 두 딸을 위해 기도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역을 했는데 큰 딸이 성경책을 읽고 싶다고 고백했어요.”
“이슬람을 믿는 튀르키예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텐트촌에는 이맘(이슬람의 영적 리더)이 꼭 있는데, 이맘을 수종 드는 사람에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인데 예수님의 이름을 불러 봐라. 예수님에 대해 생각해 봐라.’ 하고 이야기했더니 저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어요. 복음을 전하는 것을 내가 두려워할 뿐, 정작 그 사람들은 생각만큼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독교 인구가 채 1%도 되지 않는 튀르키예. 영적 어둠이 짙게 깔린 그 땅이 참혹한 재난으로 흔들리고 무너졌다. 이재민의 마음도 붕괴되고 갈라졌지만 그 틈으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실의에 빠진 이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지원하는 IDRN 선교팀의 구호 활동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는 접촉점이 마련되었고, 직접적인 복음 제시와 치유 기도 사역을 통해 결신자까지 얻게 되었다. 믿음의 기도가 병든 자를 일으켜 하나님을 증거하는 영혼 구원의 역사를 가져왔다. 생명의 열매들이 계속해서 맺히고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부어짐으로 말미암아 재 대신 기쁨이, 슬픔 대신 찬송의 옷이 입혀지는 튀르키예와 그 백성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북한의 문을 여실 때 고통 중에 신음하는 북한 성도들을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는 날이 속히 임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