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탈북민을 통한 북한 선교(2023.5)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3년 이상 국경을 닫고 외부와의 차단을 공고히 해 왔다. 국경 봉쇄는 장마당 중심의 경제 활동으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의 삶에 직격탄이 되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선교에도 큰 어려움을 주었다. 이런 현실에서 하나님은 탈북민 성도와 사역자들을 사용하셔서 북한에 있는 성도와 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복음을 전하며, 지하교회를 세우는 놀라운 일을 행하고 계신다. 이에,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에 겹겹이 쌓인 탈북민들을 돌아보고,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북한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믿음의 성도들을 연결해서 돕고 하나님을 알리는 사역을 감당하는 한 탈북민 사역자의 고백을 소개한다.

많은 탈북민에게 북한에서의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입니다.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눈앞에서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식량을 얻으러 갔다가 길가에서 시신이 되어 돌아왔지만 그럼에도 슬퍼할 작은 시간마저 허용되지 않아 또 다시 굶어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아비와 어미였던 다른 이들은 한 줌의 식량을 얻기 위해 총칼로 무장하고 눈에 불을 켠 채 감시하는 경비대가 있는 압록강과 두만강에 주저하지 않고 발을 담그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민들은 자식들이 배를 곯지 않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인신매매로 팔아서라도 희생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갇히고 매맞고 도망치다가 다시 끌려가 족쇄가 채워져 노예처럼 사는 것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비참한 자리에 놓였던 탈북민에게 한 줄기 소망의 빛이 비쳤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복음의 빛이었습니다. 갈 길을 몰라서 헤매며 처량하고 곤하게 다닐 때 탈북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교사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쫓겨 다니며 숨을 곳만 찾던 탈북민들을 품어 주고 위로해 주는 선교사들로 인해 그들은 살 힘을 얻었습니다. 초라하고 비참하고 두려움에 떠는 탈북민에게 선교사님들이 먼저 다가가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주었고 자유의 땅 대한민국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 대부분은 이제 인생의 모든 고통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다인 줄로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보다 풍족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탈북민에게 남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큰 고통과 아픔이 남아 있었습니다. 굶주림과 고난의 슬픔으로 가득 찬 북한에 남겨진 사랑하는 부모 형제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애통함이 탈북민의 가슴 한 편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살아는 있는지, 풀죽이라도 먹는지, 잡혀가지는 않았는지…. 목소리라도 한 번 듣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브로커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주고 생활비를 보내며 그들도 복음을 듣고 영원한 생명 얻기를 원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 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탈북민들은 동병상련의 아픔도 달랠 겸 같이 식사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임을 종종 갖습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흉금을 터놓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엔 기쁨으로 시작한 모임이지만 탈북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애달픈 사연에 어느새 눈물바다가 됩니다.
“도와 달라는 가족의 간절한 호소를 뿌리칠 수가 없어 돈을 마련해서 보내줬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여유가 없으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돌아앉으려니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더라고요. 진짜로 다시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겁이 덜컥 났어요.”
“남한에 온 것도 벌써 수년이 흘렀습니다. 헤어진 지 벌써 오래되어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지 않고 지난 고통만 새록새록 떠올라 일부러 생각을 안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영영 기억에서 지워질까 봐 요즘은 부모님 얼굴이 생각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수용소에 끌려간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을 두드립니다.”
“아르바이트만 5개를 하면서 돈이 모이는 대로 우리 어머니와 아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몸이 많이 아프니까 마음도 힘들어요. 일 끝나고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찬물에 밥을 말아 먹으려니 서러워서 눈물만 펑펑 쏟곤 해요.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 자꾸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가슴 아린 이야기들은 비단 탈북민 몇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온 3만 5천여 탈북민이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오래되었든 얼마 되지 않았든지 간에 기간에 관계없이 탈북민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수고의 짐을 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탈북민 각자가 가진 고달프고 애달픈 사연은 눈물로 통곡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을 함께 모여 예배하고 기도할 때 탈북민들의 모임은 천국 잔치가 됩니다. 특히 예수님 안에서의 진정한 회복을 경험한 지체들은 삶의 무게와 아픔을 견디면서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애를 씁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119에 실려 갔는데 교회 권사님이 안쓰러웠는지 돈 봉투를 주셔서 눈물이 났습니다. 100만 원이나 들어 있었습니다. 그 돈을 북한에 계신 어머니에게 보내면서 ‘어머니, 하나님을 믿는 교회 권사님이 어머니 드리라고 주신 쌀값입니다. 어머니도 예수님을 믿어야만 합니다. 저도 남한에 와서 교회 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를 오래 다니니까 퇴직금이라는 거를 줍디다. 너무 고마운데 갑자기 북한에서 신세진 동무가 떠올라 수소문해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돈을 보내면서 전도를 했습니다. ‘내가 남조선에 와서 제일 잘한 일이 예수님 믿은 거더라. 너도 예수님 믿고 같이 천국 가자.’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어떻게 하면 되니?’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주기도문을 불러줬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하나님을 믿는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복음을 더 잘 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궁리합니다. 탈북 성도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랑으로 구제하고 복음을 전합니다. 북한 당국의 철통 같은 감시가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용서와 사랑을 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믿음의 표현이기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많은 탈북민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불쌍해서 눈물 흘리고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미안해서 웁니다. 그러나 예수 믿는 탈북민에게 소망이 있는 것은 이 땅에서의 고단함을 마치면 주님과 영원히 살게 될 천국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구원받아 천국 소망을 안고 살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탈북민들이 북녘 땅을 향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의 소식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도움을 주려고 전화를 걸었어도 영원한 소망을 붙든 탈북민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북한에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는 말이 아닙니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중국에) 같이 갔던 내 동무하고 드문드문 둘이 산꼭대기에 올라가 하늘을 보고 또 중국의 교회를 바라보다가 내려오면 마음이 좀 낫습니다. 너무 힘이 듭니다. 사람들이 진짜 불쌍합니다. 나는 쌀 장사를 하니까 그래도 죽이라도 매끼 먹는데 농촌도 식량이 떨어져서 굶어 죽는 집이 있답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아버지 집(교회) 자리가 보이는데 진짜 보고 싶습니다. 우리 언제면 만날 수 있습니까? 우리를 위해 기도 좀 해 주시라요.”
“꿈인지 생시인지 따뜻한 손길을 다시 받고 보니 아버지가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가 봅니다. 여기는 너무 춥습니다. 앞이 캄캄해서 주저앉아 울 때가 많습니다. 하늘을 쳐다보며 다시 일어나 봅니다. 이 도움 평생 잊지 않고 나도 나누겠습니다. 세상 끝날까지 우리 아버지만 의지하겠습니다.”
“한지(길가)에서 지내는 남자들이 수두룩한데 맨날 겨울 동복을 입고 있습니다. 밤이면 추워서 그렇게라도 입어야 됩니다. 몰래 뒤에 가서 먹을 것을 놔두고 옵니다. 며칠을 그렇게 했더니 내가 가까이 가니까 내 손부터 살피다가 ‘고맙소!’ 이렇게 말을 하는데 내가 눈물이 났습니다. 어느 날엔가는 그에게 꼭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숨어서 믿음을 지키는 북한 성도들로부터 받은 소식입니다. 앞뒤가 꽉 막힌 것 같은 흑암의 땅에서도 하나님은 주의 자녀를 향한 손을 놓지 않으시고 일하고 계십니다. 모퉁이돌선교회 탈북민 사역자를 통해서만 2022년 북한 OO 지역 9명의 일꾼들이 길가의 고아와 굶주린 가정을 포함해서 350여 명 이상의 성도와 주민을 도왔습니다. 북한 내부로 쌀 등의 구제품이 들어갈 때면 받는 일꾼들에게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이웃 사랑입니다. 이것을 반드시 주변의 어려운 이웃, 힘없는 어린이와 노인을 섬기는 데 사용해 주세요.”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렇기에 일꾼들이 사는 주변 구석구석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큰 위로를 얻고 영원한 생명에까지 이르는 구원의 도구가 됩니다.
최근 모퉁이돌선교회는 코로나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선교사들의 양육을 받고 북한으로 돌아간 이들을 찾아서 지원하는 사역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끊어진 연락이 하나 둘 재개되는 가운데 특별히 지난해부터 하나님은 오랫동안 안부를 알 수 없었던 북한 내부에 있는 믿음의 성도들과 그들의 가족 및 친구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5일을 함께 지내며 하나님과 성경 이야기를 나누었던 OO 자매를 찾게 하셨습니다.
금년에는 더 많은 북한 사역자들과 연결돼 더 많은 사역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지하교회로 모이는 것까지는 확인되었으나 아직 연락할 방편이 없어 돕지 못하는 다른 성도들과도 속히 접점이 마련되도록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렇듯 중국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안고 다시 돌아간 북한 성도들, 한국에서 복음을 듣고 기도하는 탈북민의 북한 가족들, 본인도 끼니 걱정을 해야 함에도 움켜쥐지 않고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은밀한 중에 선을 행하는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죽음이 횡행하는 저 땅이 반드시 살아날 것입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하나님의 사랑이 전달되어 얼어붙었던 북한 주민의 마음이 녹고 영적인 눈과 귀가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가족에게 전하는 사랑과 복음은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입니다. 탈북민을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한국에 있는 3만 5천여 명의 탈북민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북한을 위한 그리스도의 군사로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북한의 문을 여실 때 복음의 특공대로 준비되기를 소망합니다.

박릴리(본회 탈북민사역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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