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성탄 선물로 전해진 하나님의 사랑 (2023.2)

안녕하십니까!
저번에 큰 도움을 받을 때로부터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 또 이렇게 편지를 올리게 됩니다. 그동안 주신 도움 덕분에 밥도 굶지 않고 겨울에 나무와 석탄 마련해서 춥지 않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던 선생님의 말씀처럼 동네 부모 없는 집에 쌀을 보태 주었습니다. 어려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도와주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세상입니다.
요즘은 겨울이 닥쳐왔지만 김장 못한 집, 땔 거 없어 한지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 장사를 할려 해도 심한 단속 때문에 너무 어렵습니다. 내년 봄까지만 버틸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 11월경 북한에서 보내온 편지이다. 강추위가 몰아닥치는 겨울이면 북녘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부쩍 늘어난다. 이들의 간절한 기대와 호소에 응답하듯 지난해 연말에 진행된 ‘북한 성도에게 성탄 선물 보내기’ 캠페인에 많은 사랑의 손길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북한 4인 가족의 한 달치 식량을 1,550 가정에 지원할 수 있는 큰 금액이 모였다. 그중 일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에게 이미 전달이 되었고, 문이 열릴 때마다 한국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을 북녘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번에 성탄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북한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한 탈북 성도와 한 북한 형제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가 북녘 땅에 전해지고 있음을 나눈다.

하나님이라는 말에 모든 의심은 사라지고

성탄 선물을 보내기 위해 북한 성도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의 한 사람, 20년 전 북한에서 복음을 나눴고 함께 기도했던 친구를 하나님께서 기억나게 하셔서 그곳에 있는 일꾼을 통해 수소문했다. 그러던 차에 밤 늦은 시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오.”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00였다. 심장이 떨리다 못해 멎는 듯했지만 가까스로 “너 OO가 맞아?”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하는 소리가 “이렇게 큰돈을 왜 보냈시요? 내가 조용히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영문 모를 돈을 보내주어 께름해서 못 받겠소.”라며 극구 사양을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그쪽으로 간 사람들 대부분이 생활상 고난이 많고 직장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던데 이 돈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려 달라며 집요하게 질문했다.
“OO가 알다시피 나는 하나님을 믿어. 하나님은 00도 돌보시고 돕기 원하셔서 나를 심부름시킨 것일 뿐이야. 그러니까 00도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했으면 좋겠다.”
이 말을 들은 OO는 의심을 거두고 더 이상 질문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순간, 이 친구가 옛날 우리의 교제를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라는 세 글자에 마음이 눈 녹듯 녹아 내린 OO와의 인연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잘것없는 나를 우주의 하나님이 아신다니

고난의 행군이 북한을 강타한 시절, 친척에게 도움을 구할 목적으로 친구를 따라 중국에 잠깐 나왔지만 그야말로 쌀 한 줌 얻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그때 중국의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복음을 전했다.
처음 하나님에 대해 들은 터라 나는 겁도 나고 놀라서 뭐라고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주머니에서 구긴 채로 접어 두었던 중국 돈 100원을 손목에 쥐어 주며 “예수님 믿어야 살길이 열려. 꼭 예수 믿어.”라고 하셨다.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지만 나는 돈이 탐나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고, 손바닥만 한 종이에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적어 가지고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아주머니가 준 돈으로 쌀을 사 먹으며 근근이 버티다가 또 굶는 시간이 길어졌다. 살길이 다시 막막해져서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서 식량을 얻을 수도, 빌릴 수도, 일을 해서 얻을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시간에 불현듯 그 아주머니의 당부가 떠올라 기도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나는 밤중에 불을 다 끄고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누가 들을까 봐 겁에 잔뜩 질려서 종이에 쓴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조심조심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하나님, 나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1kg짜리 국수가 2개 놓여 있었던 것이다. 누가 잘못 놓고 간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고, 누가 찾으러 올까 봐 겁도 났다. 하지만 종일 찾는 사람이 없길래 아무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국수로 끼니를 때웠다.
며칠 후 또 식량이 떨어지자 다시 기도를 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외웠다. 지난번처럼 “하나님, 나 쌀 좀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하는 기도도 했다. 아침이 될 때까지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문을 빼꼼히 열고 확인해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낮 시간에 내가 다니던 직장 근처에서 한 아주머니가 멀리서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뛰어가 보니 아주머니는 쌀자루를 제 발치에 내려놓으며 “쌀 자루가 터져서 돌이 많은데 먼저 먹고 나중에 갚을래?” 하고 물어보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나는 두 말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자루를 집으로 가져왔다.

밥상 위에 쌀을 펴 놓고 돌을 고르는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춥고 배고파서 차디찬 냉바닥에 쭈그린 채로 서러워 울던 내가 쌀에서 돌을 골라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 하나님, 내 기도를 들으셨네요. 하나님이 나를 아시는군요.” 하는 말할 수 없는 감격이 속에서부터 북받쳤다.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고 초라하고 부모도 책임질 수 없는 나를 저 하늘의 우주를 다스리시는 크신 하나님이 아신다는 사실은 마치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 것 같은 소망을 주었다.
이후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의 든든함이 생겼다. 먹을 것이 떨어져서 기도하면 하나님은 또 누군가를 통해 음식을 대접받게 하셨고 가득 싸 주게 하셨다. 예수님의 이름을 모를 때 나는 한없이 비참했고 초라했고 아무 살 이유가 없었지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내 삶에는 참 많은 기적과 표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라한 단칸방에 찾아오신 예수님. 겁이 나서 떨며 작은 소리로 부르는 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뤄가신 하나님은 멀리 하늘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작은 방에 함께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세상에 대고 외치고 싶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세요!”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 OO가 자기는 이제 승진이 되어 갈 시간인데 소식이 없어서 점치는 집에 가 봐야겠다고 중얼거리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너가 승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OO는 “그게 뭔데?” 하며 호기심 어린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OO를 앉혀 놓고 몇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였다.
그러자 거부할 줄 알았던 OO가 “그렇게 좋은 방법을 왜 혼자만 알고 있었냐.”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빨리 알려 달라.”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아주머니에게 배운 대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적어 주고 하나님께 소원을 말씀드린 다음 반드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고 고백하라고 일러주었다.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OO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그 자리에서 외우고 종이를 버렸다. OO가 정말 그 기도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얼마 후 큰 기관에 승진되어 갔다고 들었다.
OO 외에 또 한 사람, 자녀 셋을 양육하는 아주머니에게도 조상에게 제사하지 말고 꼭 기도하라고 전해주었고, 그 아주머니와 함께 손잡고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2022년 성탄예배 포토존

주의 사랑이 실제가 된 복음의 능력 안에서

이후 내가 탈북하면서 그들과는 완전히 소식이 끊겼다. 중국을 통해 한국에 안착해서 살면서 기도할 때 기도 제목에서 떠나지 않던 유일한 두 사람이었다.
북한에 작년 농사가 예년보다 안 되고 사는 형편이 극한에 달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들을 다시 찾아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 올려드리던 그 두 사람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일꾼을 통해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그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어둡고 캄캄한 터널에서 죽어가던 나. 사람들에게 관심 받을 만한 아무런 자격도 조건도 없던 나, 초라한 모습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던 나 같은 인생에 빛을 비추시고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저들에게도 복음의 빛을 비춰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의 날개 아래 품으시고 힘겹거나 고통이 올 때 하늘을 향하여 하나님을 찾으며 바라보는 OO가 되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나를 사랑하신 주님의 지극하신 사랑이 저들에게도 실제가 되어 복음의 능력 안에서 살기를 소망합니다.
OO가 이번 기회를 통해 여호와 하나님을 사모함으로 찬송하게 되기를 믿음으로 선포합니다.
긴 기다림을 통해 복음의 씨앗이 심긴 영혼을 다시 만나 또 한 번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게 하신 뜻이 북녘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북한 땅이여, 깰지어다!
북한의 영혼들아, 여호와 앞에 나와 새 노래로 찬양하고 즐거워할지어다!
그날을 우리는 보게 될 것입니다. 마라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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