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2] 남쪽에 계시는 고마운 분들께 (2023.2)

성탄 선물을 받은 북녘의 성도들이 고마운 마음을 한아름 담아 편지를 보냈다.
세 장의 편지에는 도움의 손길을 뻗어온 남녘의 성도들에게 감사하고,
나아가 하늘 아버지의 사랑에 감격하며, 어려운 이웃과 쓸 것을 나눈다는 고백이 담겼다.
북한 땅 구석구석으로 흘러간 ‘북한 성도에게 성탄 선물 보내기’의 답신으로 온 편지를 첨부한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젠 살았습니다!!
이름 모를 자식이 원한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묻지도 않고 이렇게 큰 도움을 주시니 말을 잇지 못합니다.
앞이 캄캄하여 주저앉아 벼랑 끝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편지 한 장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하늘에서 복이 내릴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여긴 밖이 몹시 춥고 눈이 쌓였습니다.
세상이 춥습니다.
하늘 우러러 불러봅니다.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오늘 두드리면 열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고맙다는 말 거듭 올려드립니다.
따뜻한 도움의 손길 잊지 않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눈뜨고 보면 옆집 OO네, 건너 집 OO네, 지난 여름 사망한 OO네 아들들…
다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줄 겁니다.
세상 끝날까지 아버지만 바라보며 믿고 살 겁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올해에도 잘 도와주어서 힘든 고비를 넘기게 하여 정말 감사합니다.
주님께도 너무 감사하고 매일 기도도 드립니다.
지금 여기 상황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쌀값은 여전히 6,500원에서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쌀도 사 먹을 형편도 되지 않고 대두박도 사 먹지 못할 형편이 되여 굶어 죽는 사람이 적지 않게 나타납니다.
또한 도적과 강도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옆 동네에서는 강도들이 한 짐을 몽땅 털고 집 사람들을 죽이고 휘발유로 집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땔 나무가 없어 이 추운 겨울에도 산에 나무하려 갔다가 얼어 죽는 사람도 나타났습니다.
선생님께도 주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주님 생신 25일에 우리도 많은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앓지 말고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저는 OO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들게 된 것은 얼굴도 모르는 저에게 큰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지금 북쪽은 코로나 비루스가 터지기 전보다 더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올해만 놓고 보아도 쌀, 기름, 비료, 농약, 의약품, 옷 등등의 입고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물자들이 중국으로부터 넘어오지 못했습니다.
물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도 물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수요에 따른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물가가 정신없이 치솟아 평민들의 목숨줄을 조이고 있습니다. 당장 하루 먹거리를 장만하기도 어렵고 하루 세 끼는 커녕 하루 한 끼도 배불리 먹기 힘듭니다.
오죽하면 제 주변에서는 하루 한 끼 먹기 투쟁하는 세대도 있습니다.
겨울이 닥쳐왔지만 땔감 장만도 어렵고 월동 나는 동안 먹을 식량도 제대로 마련 못하고 있습니다.
소금값이 여름에 비해 배로 올랐습니다.
소금 1kg에 2천 원에서 4천 원이 되었습니다. 고춧가루 1kg은 2만8천에서 4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기름은 3배가로 올라 가마에 기름칠하기가 무섭습니다. 소금 물량도 많지 않아서 장마당에 들어오는 즉시 팔려 버립니다. 그래서 소금을 사려면 아는 장마당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장마당에 대기해서 사야 합니다. 코로나 병 이전에도 살기는 어려웠지만 밀수가 막히면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나라에서 내라고 하는 거리도 줄여주면 좋겠는데 내라고 하는 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하루 먹을 쌀도 없는 저희로서는 기가 막히고 한숨만 나옵니다.
인민반에서는 인민반대로 돌격대 지원, 기업소 지원 물자를 걷어들이고 려맹은 려맹대로 같은 명목의 지원 물자를 내라 하고 이래저래 이중 삼중으로 조여 갑니다.
또 애들 학교 보내기도 무섭습니다. 구실이 없어서 돈을 못 거둬가고 있습니다. 애는 학교에서 내라는 걸 못 가져가면 학교를 안 가겠다고 버티고 있고, 정말 속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제가 재작년부터 아프다 보니 아이 둘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요즘은 일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일해서 국수를 받아 팔아야 쌀밥도 해 먹이고 할 텐데…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빨리 일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꿈 같은 일이 제게 일어나 고마운 도움의 손길이 남쪽에서 온 겁니다.
사람이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 봅니다.
남쪽에서 보내온 고마운 돈은 저와 어렵게 사는 형제 순으로 조금씩 나누고, 자식들이 돌아보지 않아 혼자 힘들게 지내시는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집 순으로 쌀을 돌리겠습니다. 정말 얼어 죽고 굶어 죽을 뻔한 어려운 시기였는데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감사한 마음 항상 기억하면서 살겠습니다. 길가다 배고픈 아이를 만나면 외면하지 않고 떡 한 조각이라도 나누어 먹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온 세계가 코로나 병으로 고난을 겪는 어려운 날에 북쪽의 동포에게 따듯한 손길을 뻗어 주신 남쪽의 어려운 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몸 건강하시고 통일되어 만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 바라면서 이만 펜을 놓겠습니다.

2022년 OO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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