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순교하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 (2023.1)

방방곡곡 증거되는 예수 그리스도

“정말로 예수님을 알고 난 후에 우리 마을 많은 분들이 예수님을 믿고 기도하고 성경을 보면서 모두 다 한탄한 것은 일찍이 예수님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늦지는 않았어요. 북한 당국이 권세를 부려도 멀지 않아 새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합니다. <중략>
복음 통일을 위하여 우리도 많이 기도하고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고을에 예수님을 증거하고 지금은 방방곡곡에서 예수님에 대하여 말하고 있어요.”

1950년대 순교한 A 목사의 후손을 ‘지도자’로 세워서 평양과 평안남북도, 양강도, 황해북도 등지에 흩어져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성도들 중 한 명이 2018년에 보내 온 편지이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의 마을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예수를 영접한 이들이 마을 사람들을 전도하고, 그들이 또 다른 마을로 건너가 예수를 증거한다는 것이다. 선교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북한 교회가 자생하여 성장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본회 선교연구원 세미나에서 발표한 <순교자의 터에 서 있는 북한 교회로 세계 교회를 불러 모으시는(pull) 하나님의 선교> 연구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북한 지하교회의 모습을 ‘선교하는 교회’로 묘사한다. 보고서의 저자인 본회 총무 이반석 목사는 선교하는 북한 교회의 모습에 대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하나님의 선교가 지속되고 있는 곳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인데 바로 북한이다. 특별히 북한 선교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자 본인이 지켜보는 북한 교회의 상황, 특별히 극심한 박해가 이어지고 순교의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북한 지하교회가 도리어 ‘선교하는 교회’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이 논문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선교학에서는 전도를 종종 선교에 포함된 개념으로 이해하므로 북한 교회를 같은 지역, 즉 북한 내부의 믿지 않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반석 목사는 이어 “북한이 ‘선교하는 교회’라는 사실은 오늘날 북한 지하교인의 숫자로 증명이 된다”라고 주장하며 다음의 증거들을 제시했다.

개인 전도로 넓게 확산되는 복음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 성도들은 극심한 고난과 핍박을 견뎌야 했다.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교회를 적으로 인식해 한국전쟁 이후에 가시적인 교회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1953년부터 2006년까지 최소 15,657명의 성도를 처형하거나 투옥했다. 15,657명이라는 숫자에는 주목해서 보아야 할 의미 있는 몇 가지 점들이 있다.

첫째로 1995~2006년 동안 3,720명의 순교자가 발생하였는데 그중 조직체 즉, 교회로 발각되어 순교한 성도가 2,524명이 된다. 여기에서 조직이란 한 지역을 넘어 여러 지역에 걸쳐 하부 조직으로 연결된 지하교회의 모임을 일컫는다. 또한 동 기간에 집단으로 순교한 986명은 4~8명의 소규모 집단으로 모인 지하교회 성도의 일원이었다. 1995~2006년에 핍박받은 2,524명과 986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직전 기간인 1988~1995년의 순교자보다 4~5배가 많다. 이러한 수치는 북한 지하교회가 성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표 1>

순교자들이 어떻게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였는지, 그들의 믿음의 출처를 살펴보면 다시금 북한 지하교회가 선교하는 교회임을 확인하게 된다. 1953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 내부에서 타인의 전도로 예수를 믿은 순교자들이 1,789명이다. 그중에서 1995년 이후 전도된 사람이 1,750명이라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에서는 가뭄과 기근을 피한 대규모 탈북이 이루어졌다. 고난의 행군 사태가 터지면서 국경을 넘어 중국에 간 많은 북한 사람들이 선교사나 그리스도인을 만나 예수를 믿었다. 중국에서 그리스도와 영생을 알게 된 북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 특별히 가족과 친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그중 몇몇은 국경을 넘는 도중에 체포되었는데 ‘중국에서 탈북 상황 중 순교’한 항목의 338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간 성도들은 그들이 만난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했다. 중국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북한 성도들의 개인 전도를 통해 북한에 복음이 더욱 넓게 확산되었다. <표 2>

오늘도 십자가 피 흘린 그 길을 따라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간한 『북한종교자유백서2020』에도 중국에서 복음을 들은 북한 성도의 전도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우리 친구가 있었어요. 꽤 친했는데 중국에서 목사한테서 성경책을 받고 돈을 받아 가지고 북한에서 종교를 퍼뜨리다가. 종교를 세게 선전하고 신자를 모으고. 비밀적으로 기도드리고 했는데 걸려서 다 잡혀갔습니다. 그게 2009년 1월이 될 거예요.
가는 그렇게 잡혀가고 가의 진술로 나온 사람들 다 잡혀갔어요. 잡아간 사람들 다 못 나왔어요. 정치범 들어갔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중국에 들어가서 성경을 배우고 나와서 하고 자기가 세게 그랬어요. 가가 모집한 신도들이 다 잡혀 들어갔어요.
신도들이라는 게 가가 북한에 들어와서 그 다음에 신앙을 퍼뜨렸는데 그 사람들이 잡혀갔어요. 내보고도 나오라고 했는데 나는 거기 동기 안 했어요. 형제들이 있었는데 형제들은 그냥 있어요. 비밀적으로 신앙 믿던 사람들은 다 잡혀갔어요.”

전도가 법적으로 금지된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렇지만 성령의 감동을 받은 소수의 북한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 전파에 힘쓰고 있다. 그들의 순종을 통해 북한 교회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에 수령한 한 북한 성도의 편지에도 중국에서 훈련을 받고 북한으로 들어가기 전, 주님의 천국 복음을 북한에 선포하는 사명을 감당하게 해 달라고 절절하게 기도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편지에는 성경 구절과 사명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마 28: 19-20)
사명!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 이 하루도 말씀으로 은혜받게 하시고 말씀의 뜻으로 믿음을 굳세게 하여 주심이 정말 감사합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이시여, 비천한 이 몸이 아버지의 택하심을 받고 주님의 품 안에서 날마다 복된 하루를 주심을 정말 감사합니다. 철없는 저에게 말씀으로 철 들게 하시고 연약한 이 몸을 말씀으로 강건하게 하시고 무식한 저에게 비유의 말씀으로 지혜를 주신 나의 주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사랑의 아버지 오늘 주님의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걸으셨던 그 험한 골고다의 언덕을 바라봅니다. 홀로 걸으신 그 길,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시려고 험한 길 걸으신 그 길, 오늘은 그 십자가 내가 지고 주님께서 나를 위해 걷고 걸으시고 피 흘리셨던 그 길을 오늘은 저도 그 길을 따라 걸으렵니다.
지금도 주님의 사랑을 모르는 저 백성을 위해 주님의 말씀을 이 마음에 꽉 채우고 구원의 복음과 함께 구원의 십자가 지고 험하고 위험한 그 길을 주님이시여 부디 이 딸을 보내 주시옵소서.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세상을 사랑하신 주님의 그 사랑을, 주님의 천국 복음을 저 땅에 부디 선포하는 사명을 부디 제가 감당케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시여, 아버지의 택하심을 받은 저에게, 저같이 하찮은 인간까지 선택하시어 모든 죄 용서하여 주시고 오늘은 이처럼 말씀으로 은혜받게 하여 주신 주님의 사랑을 부디 저 땅에 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택한 나라가 되고 주님께서 택하신 백성으로 부디 저 땅에 변화가 일어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겸손과 순종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이 마음의 성전을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시고 믿음으로 더 한층 다져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부디 저의 길을 안전하게 무사히 열어 주시길 간절히 간구하면서 이 마음에 평안과 기쁨을 주신 주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북한에는 지하교회의 형태로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참되게 고백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참된 성도와 교회가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늘 존재해 왔다. 북한 공산당은 교회 간판을 떼어내고 성도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선언했지만 북한 지하교회는 70여년의 박해 속에서도 여전히 믿음이 전승되고 교회개척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을 맞은 현재, 북한 지하교회와 성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북한 성도들의 끊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과 순종이 있기에 순교자가 나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북한 지하교회는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자체 전도를 통해 선교하는 교회로 확장해 가고 있다. 이 꿋꿋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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