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1]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섬기는 북한 성도(2022.12)

올해도 예외없이 북한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았다. 상반기에 봄 가뭄을 시작으로 폭염과 폭우, 8월과 9월의 연이은 태풍이 북한 전역을 휩쓸었다. 그나마 작황이 좋았던 2019년 이후로 3년째 물난리와 가뭄이 이어지자 농민들은 시름에 잠겼다. 게다가 국경 봉쇄 정책으로 물자가 동나고 쌀 1kg가 6천 원에 거래되는 등 물가가 치솟아 주민은 고통을 넘어 절망을 느꼈다.
통상적으로 곡물 500만 톤이면 북한 인구 2,550만 명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의 지난 10월 보고서는 북한의 올해 쌀 생산량이 136만 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4년의 150만 톤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유엔 기구 보고서는 북한 전체 주민의 75%가 영양 부족을 겪고 있으며, 특히 2살 미만 어린이의 발육 부진과 영양소 부족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양, 황해도, 함경도, 량강도 등 북한 곳곳에서 흩어진 성도들로부터 양식 지원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사방 어디에서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북한 성도들은 오늘도 추위를 견디며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 사역자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는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북한 성도들이 오갈 데 없는 꽃제비들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경제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부부가 갈라지고 가정이 깨어져 버려지는 아이들, 즉 꽃제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모 없이 떠도는 아이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남의 것을 훔치며 살아간다. 길 가다 꽃제비 한두 명쯤 만나는 것은 일상이라고 한다.
현재 꽃제비 여러 명을 돌보고 있는 한 북한 성도는, 동네 사람들이 주변에서 불쌍한 아이들을 보면 본인에게 데려오지만, 더 이상은 감당할 능력이 안 되어 오는 족족 돌려보내는 처지라고 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그 성도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매일 하나님께 눈물로 호소한다. 기본적으로 아이 10명을 먹이고 입히고 생활하는 데에는 한 달에 위안화로 2천 위엔(한화로 약 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경제난과 생활고라는 매서운 한파가 불고 있지만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돕는 한 성도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그 땅을 적시어 삶이 예배가 되는 이야기를 나눈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은 12월의 어느 날,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 련화(가명)는 종종 걸음을 치며 귀가를 서둘렀다. 막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담벼락 아래 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짐작으로 예닐곱 살 정도 먹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
“누구니? 거기서 뭐하니?”
“……”
“얘들아, 해가 졌는데 얼른 집으로 가야지.”

아이들은 꽤 오랜 시간 그곳에서 떨고 있었던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련화는 걱정이 되어 몇 번이나 집으로 가라고 재촉했지만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련화의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집이 어디니? 어머니는 어디 가셨어?”
“엄마 없어요.”

주눅 든 표정으로 남자아이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련화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몇 분 사이 어둠은 더 짙게 깔리고 기온은 더 떨어졌다. 련화는 안 되겠다 싶어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밥을 지어서 먹이고 집에 있던 다른 옷으로 갈아 입힌 다음에 재웠다. 아이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방에서 나오는 련화의 팔을 남편이 잡아채서는 안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오늘만이야. 내일은 돌려보내.”
남편은 눈을 부라리며 엄포를 놓았다.
“사람이 어찌 그리 매정해요? 이 엄동설한에 애들을 그냥 밖에다 둬요? 내일은 데려다 줄 테니 걱정 말아요.”
큰 소리는 쳤지만 련화는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었다. 날이 밝자 련화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물어 물어 집을 찾았다. 집은 한동안 비어 있었던지 춥고 스산했다. 련화는 아이들을 방안에 있게 하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이웃집으로 갔다.
“계세요?”
련화의 목소리에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뉘시오?”
“옆집 아이들이 길에 있길래 집에 데려다 줬어요. 그런데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던 걸요.”
“아이고, 애들 엄마가 죽고 그 집이 아주 엉망이 됐어요. 아빠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고 할머니, 할아버지, 키워 줄 친척도 하나 없어요. 국가 고아원에 보내려 했더니만 아빠가 있으면 해당이 안 된다네요. 애들이 안됐지.”

아주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하는 말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련화의 마음을 강하게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 불쌍한 어린 양들을 구원하고 참되게 살게 하는 게 네가 할 일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 같았다.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련화는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말했을 때 펄쩍 뛸 남편과 기울어가는 집안 사정이 떠올라 망설여졌다. 그러나 망설임은 잠깐이고 이내 “똑똑한 아이들이니 잘 키워서 앞으로 훌륭한 하나님의 신자로 되게 하는 게 하나님 앞에서 내가 할 일이다.”라는 결단의 마음이 생겼다. 련화는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에게로 뛰어갔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힘입어 살아가는 북한 성도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 버려지고 방치된 어린 생명과 굶주린 백성에게 금년 성탄절에도 따뜻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북한 성도에게 성탄 선물 보내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엄동설한의 추위가 몰아 닥친 북한에 성탄 선물을 보냄으로 구원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의 평화가 북한에도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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