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2] 우체통에서 꺼낸 전도지를 읽는 것이 아닌가! (2022.04)

한마음으로 모인 8명의 선교사들이 새벽부터 분주하게 짐을 날랐다. 무엇이 우리에게 이토록 복음을 전할 갈급함을 주었을까? 이번이 벌써 4번째 연합전도이다. 그렇게 열심을 냈음에도 열매가 보이지 않는 이 척박한 땅에 다시금 복음의 전투를 치를 8명의 선교사들이 결사각오를 다지며 1박2일의 갈릴리 여정에 올랐다.
예루살렘에서 차로 2시간. 길가에 피어난 작은 들꽃에서 창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예수님이 사역하신 그 땅에 발을 디뎠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다니셨던 길이어서 그랬을까? 마치 당시의 제자가 된 듯한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4명씩 두 차에 나누어 타고 이동하며 할당된 지역에서 전도를 시작했다.

직접 사람을 만나서 전도하는 것이 어려운 이 땅에서 우편함은 곧 싸움터였다. 우리는 우편함이 어디에 있는지 이리저리 살피며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피했고, 더욱이 종교인의 욕과 손가락질, 돌팔매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종교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이 적힌 전도지를 쉽게 버리지 못하기에 그들도 예수가 메시아임을 알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집집마다 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태양에 달궈진 얼굴에 흐르는 땀과 기본 십리 이상을 걸어야 하는 고된 나그네 걸음쯤은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적 전쟁의 중심에서 십자가의 군사로 고군분투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80호 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만났을 때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 신속 정확하게 전도지를 넣고 있는데 계단 위에서 사람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지켜보니 그 사람이 본인 우체통에서 꺼낸 전도지를 읽으며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감사하여 전도지를 받은 그가 예수를 믿게 되기를 축복했다.
감사함은 또 다른 우체통을 찾아가는 나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걷고 있던 지역은 대가구가 사는, 소위 대박 건물은 없는 듯했다. 더군다나 그 지역은 전통 종교인 동네 같았다. 전도하다가 경찰에 잡혀서 애를 먹은 적이 있는 선교사님의 무용담을 들은 터라 더욱 긴장이 되었다. 잘못되면 모든 것을 둔 채로 추방을 당할 수 있기에 신중하게 우편함을 찾아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넣고 나오는 첩보전을 반복했다.

동료 선교사님과 나는 늘 하던 대로 주변을 살피며 전도카드를 넣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주변에 검은색 정통 종교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곳곳에 다니고 있었다. 반대편 도로에서 내린 한 선교사님의 소리가 들렸다. “김 선교사님, 여기 정통 종교인 마을인 것 같아요. 조심하세요.”라며 큰 소리로 주의를 주셨다.
나는 선교사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한두 시간 뒤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이곳 저곳 다니며 우편함에 전도지를 넣고 있으려니 한 선교사님께서 “저 위에 네 동짜리 아파트가 있어요. 그런데 보는 눈이 많아 간신히 두 동만 전도지를 넣고 나머지는 못 넣고 내려왔어요. 아쉬운데 다시 가서 나머지 두 동에도 넣읍시다.”라고 제안하셨다.
나는 선교사님과 차를 타고 아파트로 이동했다.
동행한 선교사님이 먼저 내리셨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온 종교인이 우리 차량 쪽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낌새가 이상해서 나는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대기했다. 종교인은 점점 우리에게 가까이 오더니 “당신들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차량 번호를 사진 찍고 우리 얼굴까지 찍으려 했다. 이미 자기집 우편함에 있던 전도지를 본 것 같았다. 나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는 선교사님께 소리쳤다. “선교사님, 빨리 타세요!! 빨리!!” 황급히 선교사님이 달려와 타셨고 우리는 두 동을 그냥 남겨둔 채로 급히 차를 돌렸다. 차 안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복음의 전우로 함께 주의 일을 감당한 8명의 선교사들은 갈릴리 지역을 전도카드로 점령해 나갔다. 첫 날의 수고와 피로를 기도로 담아 하나님께 아뢰었다. 우리의 연약함을 강함으로 바꾸어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간구했다.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주의 역사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한 영혼이라도 주께로 돌아온다면 이 땅으로 부르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믿으며 부르짖었다.
한 영혼을 향한 예수님의 눈은 데가볼리 지역의 귀신 들린 사람에게 향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갈릴리 북부의 데가볼리 지역에서 2천 년 전 예수님의 발걸음을 재현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감격하였다. 그렇게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였다. 내일 버스 정류장에 붙일 전도지 자석 스티커 작업에 모두가 힘을 실었다.
둘째 날 아침 우리는 다시 복음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떠오르는 해와 함께 이 땅에 복음을 먼저 뿌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행로를 상고하며 2천 년 후에 우리가 예수님처럼 복음을 전할 줄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버스 정류장과 마을에 내려서 전도를 하였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기를, 그래서 함께 주님을 예배하는 천국 잔치에서 만날 날을 기대한다. 우편함에서 발견한 전도지와 버스 정류장에 놓인 전도지 때문에 예수를 믿어서 내가 여기 있노라며, 그 일을 한 자들이 지금 나와 함께 있노라며,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본회 이스라엘 선교사


복음 전파가 가로막히고 사역자들이 무력해지던 코로나 상황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전도를 통해 반전으로 이끄셨는지 그동안의 일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첫째, ‘대면전도’ 에서 ‘비대면전도’ 로 전환하도록 명함 크기의 작은 전도지를 제작하게 하셨다. 메시야 예수를 증명하는 이사야서 53장 말씀과 복음전도단체에서 각국 언어로 제작한 예수님에 관한 동영상과 연결된 큐알코드를 넣은 전도카드가 사역자들의 손에 주어져 이스라엘 전역의 버스 정류장과 가정으로 배달되었다. 코로나 제한 조치와 히브리어라는 언어의 한계에 부딪힌 사역자들에게 전도카드는 복음 전파를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가 되었다.

둘째, 훨씬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인도하셨다. 이스라엘의 인구가 약 920만 명인데, 코로나 기간에 일꾼들을 통해 배부된 전도지가 약 11만 장이다. 한 가구당 5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약 55만 명 이상에게 복음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셋째, 사역자들을 전도의 최전방으로 나가게 하셨다. 팬데믹 기간, 놀랍게도 많은 수의 사역자들이 전도 현장으로 나갔다. 이것은 성령의 이끄심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3명에서 시작한 본회 연합전도팀의 경우 지금 매주 6~7명이 함께 현장에 나가고 있으며 팀 합류를 요청하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고, 때로는 사모들까지 동반해서 참여를 하고 있다.

넷째, 전도의 지경을 확장시키셨다. 예루살렘과 인근 지역을 벗어난 30여개 이상의 크고 작은 도시, 광야와 골짜기, 키부츠와 모샤브 등 다양한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다. 또한, 안전상의 문제로 한 도시를 보통 1~2차례만 방문했는데, 이제는 담대하게 5~6차례까지 방문하며 도시 전체를 구석구석 복음으로 뒤덮듯 전도지를 나누고 있다.

수년이 흘렀지만 현장에 나갈 때면 항상 긴장이 된다. 그러나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증거할 기회를 주신 것이 그저 감사하다. 하나님의 사신이 되어 부르신 땅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작은 순종으로 뿌리게 하신 씨앗들을 주께서 보호하셔서 광야처럼 척박한 이 땅에 순이 돋고 자라나 풍성한 열매로 덮으실 그날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오늘도 그 꿈을 안고 현장으로 나아간다.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