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특집 2]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절규였습니다! (2022.03)

하나님은 저의 아버지를 통해 북한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게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열정이 많고 자식 사랑이 애절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중국에 가셔서 아버지와 저, 남동생이 살았는데 행여라도 자식들이 어머니 없는 빈자리를 느낄까 봐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아버지를 생각하면 애틋하고 그립고 아픕니다.
저희 가족은 어머니가 먼저 한국에 오고 아버지, 저, 동생이 뒤따라 탈북 길에 올랐으나 세 명이 다 같이 가면 잡힐 수가 있어서 사흘을 기약하고 아버지와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아버지는 브로커가 데리러 가기 전에 잡혀갔습니다. 잠깐의 헤어짐이 긴 이별이 될 줄 알았다면 잡혀 죽어도 같이 올 걸 후회하며 철없던 저를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저희 가족은 매일같이 브로커를 통해 연락을 취하며 아버지가 오기만을 울며 기도했습니다. 가족이 한국에 왔다는 것 때문에 홀로 그곳에서 모든 고통을 감당하는 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해서 저희 가족은 어디 좋은 음식을 먹으러 나가려다가도 아버지가 오면 같이 가자고, 여름에 어디를 가려다가도 아버지가 오면 가자고 가족여행도 미루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버지의 소식은 늘 비참하기만 했습니다. 감옥에 있을 때 가족이 없어 면회 한 번 오는 사람이 없고, 감옥에서 나왔어도 매일 감시를 당하고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한다는 소식이 저희 가족을 늘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 계시니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모셔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나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친척이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보위부에서 이제 면회도 안 되고 만날 수도 없는 곳으로 갔으니 더 이상 찾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입술에서 나지막한 절규가 흘러 나왔습니다.

“하나님, 왜요? 나보고 어쩌라고요.
그 영혼 어떡해요. 아빠를 못 봐도 좋은데 지옥은 아니잖아요. 주님!”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버지를 이 땅에서 볼 수 없다는 것만 해도 절망인데 천국에서조차 볼 수 없다니 너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험한 곳에서 홀로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습니다. 방바닥에 엎드려 망연자실 통곡하는데 마음 가운데 음성이 들렸습니다.

“옥진아, 아프니?”
“네. 하나님, 아파요.”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더 이상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상실감, 세상에 태어나서 고생만 하다가 밝은 땅 한번 못 본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딸로서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다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나도 아들을 이 땅에 보낼 때 아팠다.
옥진아, 네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을 때 아픔만큼이나 나에게는 저 땅이 너무 아프다.”


그것은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절규였습니다. 그 순간 너무도 이기적인 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 아버지의 고통에는 통곡하고 울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끊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애절하지 못했습니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하나님이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곳은 외면하고 내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저에게 북한 사역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싸움이고 내 안위까지 흔들 것 같은 부담 때문에 도망치고 싶은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기적이고 비정한 나 때문에 오늘도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눈물이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통곡이 나왔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아버지의 끈이라도 놓으면 북한을 잊고 외면하고 살까 봐 이 고통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제가 그 땅을 향해 울고 계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대언하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에 불쌍한 우리 아버지가 있다고, 저기에 우리 아버지와 같이 불쌍한 북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소리쳐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통해 저희 가족은 다시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북한 사역에 삶을 드리기로 작정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일을 간증하며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음 세대가 북한을 품게 되었고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저보다 더 북한을 위해 울면서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한 탈북민의 가정을 통해 북한을 향한 자신의 사랑과 계획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복음 통일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날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다 사역자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통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될 때 주님은 우리에게 통일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제64회 선교 컨퍼런스, 탈북민 한옥진 자매의 간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OKCN 방송 <남과 북, 우리는 한가족> 317 ~ 319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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