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은 선교 현장 또한 예외일 수 없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팬데믹으로 선교사들의 발이 묶이고 사역에도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짙은 어둠이 내려 앉은 상황이다. 그러나 살아계신 하나님은 믿음으로 나아가 주의 얼굴을 구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놀라운 역사를 더욱 선명하게 이루시는 것을 우리로 보게 하신다. 평양에서 예루살렘까지 복음이 제한된 지역에서 사역하는 한 선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을 정리해서 나눈다.
“태어나서 기도를 그렇게 많이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작년 2월, 갑작스러운 국경 봉쇄 조치로 꼼짝없이 선교지에 발이 묶인 A 선교사는 하나님께 더욱 시선을 고정해야만 했다. 파죽지세로 치닫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이 세상을 점점 더 혼란한 미궁 속으로 빠트렸지만 그는 조용히 외부 세상과는 차단한 채 새벽부터 밤까지 아침을 금식하고 하루 세 번 기도와 성경을 필사하며, 기도와 말씀 묵상에만 전념했다. 봉쇄령 때문에 함께 있던 가족과도 떨어져 홀로 선교지에 남은 상황이었기에 그는 거의 온 종일을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분의 임재 가운데 머물렀다. 그렇게 몇 시간씩 기도하고 말씀 읽기를 7개월 정도 했을 무렵, 하나님이 사역의 문을 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 중에 현지 일꾼들을 빨리 만날 것과 “이곳에는 헌신되고 준비된 전도자들이 많이 있으니 그들과 교회가 없는 지역에 많은 교회를 개척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 것도 그 즈음이었다.
A 선교사는 서둘러 현지 일꾼들을 불러 모았다. 돌아가며 각자의 사역을 보고하고 뜨겁게 기도한 후 A 선교사는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나눴다. 먼저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 디모데전서 5장 8절 말씀을 읽어 주면서 다른 사람은 전도하는데 믿지 않는 가족 구원에 힘쓰지 않는 사람은 불신자보다 더 악하다는 내용으로 일꾼들을 도전했고, 그들의 고향에 교회를 세울 것을 강력하게 권유했다. 그런 다음 “복음의 열정이 넘치는 여러분들과 적극적으로 ‘교회 개척’ 사역에 주력하고 싶으니 기도하자.”라고 말했다. 마치 A 선교사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있던 일꾼들은 모두가 기쁘게 동의했고 4개 교회 개척을 위한 논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헌신되고 준비된 전도자들’이 아닐 수 없었다.
“10년 가까이 번번히 거래가 깨진 집이 있어요”
감격과 기쁨에 젖어 현지 일꾼들을 만난 지도 어느덧 십여 일이 지났다. 선교사는 그날 모임에 참석했던 일꾼 중 한 명인 L 자매에게 연락을 취해 그녀의 고향에 교회를 개척하는 이야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해 보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L 자매는 굳은 표정으로 “아직 기도하는 중이에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믿지 않는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땅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소원하여 지난 7년간 자신과 남매들이 기도해 왔노라며, 이번 교회 개척 사역에 누구보다도 환호했던 자매였다. 선교사는 그녀의 차가운 반응에 내심 놀랐지만 L 자매의 아버지가 그동안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자녀들을 핍박한 사실을 기억하고는 “우리 같이 기도하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려 보자.”라고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선교사는 그러나 근심 대신 매일 기도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지혜를 구했다. 그러던 차에 L 자매 아버지를 한 번 만나야겠다는 감동이 들었다. L 자매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흔쾌히 수락하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아버지가 오래 전에 동네에 집을 한 채 지었어요. 빚까지 얻어 아주 크고 멋지게 건축했지만 몇 년째 안 팔리는 바람에 아버지가 이만저만 노심초사하는 게 아니에요. 집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들 보러 와요. 그러나 막판에 가서는 번번히 거래가 깨져요. 10년 가까이 그런 일이 반복돼 답답한 나머지 아버지가 점쟁이를 찾아갔더니 그 집은 신의 집이어서 사람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대요.” L 자매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어쩌면 그곳을 교회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A 선교사의 뇌리를 스쳤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A 선교사는 L 자매 아버지를 만날 날을 기다렸다.
“그 집이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L 자매의 아버지를 만난 건 그로부터 보름 가량이 흐른 뒤였다. 선교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꺼냈다. “좋은 집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집을 교회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자금이 충분치 않고 목회자도 정해져야 하는 관계로 당장은 구입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동안 다른 임자가 나타날 수도 있을 텐데 그때 좀 기다려 줄 수 있겠습니까?” 선교사는 교회라는 소리에 L 자매 아버지의 안색이 변하면 어쩌나 싶어서 계속 주시했으나 그는 오히려 반색하며 이렇게 화답했다. “제가 건축한 집이 꼭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팔지 않을 겁니다.” 선교사는 자녀들이 예수 믿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사람이 맞나 싶어서 순간 어안이벙벙했다. L 자매도 당황하는 기색을 비쳤다.
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선교사가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양해를 구할 일이 있습니다. 교회를 하게 되면 새신자와 외부 방문자를 맞이하고 건물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맡아 주시겠습니까?” 이번에도 L 자매 아버지의 대답은 “하겠다.”였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으셨지요? 성경에는 입으로 시인해야 구원을 얻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기 원하시면 저를 따라 영접 기도를 하시겠습니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묻는 선교사에게 그는 “하겠다”라고 답했다. L 자매는 ‘우리 아버지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눈물을 훔쳤고, 선교사는 교회 개척 사역을 통해 한 영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로 인해 전율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L 자매의 아버지를 만난 날, A 선교사는 사역 노트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하나님께서 순종하라고 하실 때는 모든 걸 준비해 놓고 순종을 요구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경험한다. 이곳 상황에 딱 맞게 교회를 세워 가시는 하나님! 마치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추어 나가듯 준비된 사람들을 여러 과정을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타이밍에 기적적으로 만나게 하셔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의 방법대로 정교하고 정확하게 역동적으로 역사를 써 가시는 전능하신 그분으로 인해 소망과 감사가 넘친다. 하나님은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을 어떻게 준비해 놓으시고 우리를 기다리실지, 어떻게 역사하실지가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 너무나 완벽하게 우리를 인도하시는 에벤에셀의 하나님,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찬양하고 찬양합니다.”
L 자매의 고향 교회는 이제 교회 등록을 끝내고 전도를 계속하며 교회를 세워 가는 중이다. A 선교사의 표현대로라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교회 하나가 개척됐다.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현장 사역자들과 나눈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하나님은 A 선교사로 하여금 7~8개월을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게 하셨고, 그보다 앞서서는 L 자매와 남매들로 고향에 교회가 세워지도록 기도하게 하셨고, L 자매 아버지로 건물을 짓게 하셨으며, L 자매로 하나님을 믿고 전도에 열심을 내는 일꾼으로 성장하게 하셨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하나하나 진행돼 L 자매 아버지가 구원받고, 개척 교회의 한 구심점이 된 것이다.
A 선교사는 L 자매의 고향 교회뿐만 아니라 개척 중에 있는 다른 3개 교회를 세우는 일 역시 하나님의 시간표와 방법에 따라 필요한 재정이 채워지고 있음을 감격적으로 고백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선 것처럼 보이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믿는 자들의 마음에 복음의 열정을 불어 넣으셔서 교회 개척의 놀라운 역사를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