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하나님의 완전하심을 어찌 찬양하지 않으리요!(2020.10)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선교 현장에 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선교사에게 북한 사역을 감당하는 중국 현지 일꾼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니엘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선교사는 북한에서 온 다니엘의 안부를 물었다.
“말도 마쇼. 날마다 눈물 바람입니다. 신경을 하도 많이 써서 그런가 약을 먹어도 머리 아픈 것이 가라앉지 않아 대단히 힘들어합니다.”
현지 일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니엘의 형편을 설명해 주었다. 다니엘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전면 통제되면서 돌아가지 못한 북한 지하교회 지도자이다. 몇 달째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을 다니엘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교사는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얼마 후 직접 전화를 건 선교사에게 다니엘은 “이제 더는 못견디겠슴다.”라며 울먹였다. 그 말을 들은 선교사는 “감옥에 갇혀 죽을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다니엘을 살려내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하나님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상황에 두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우리 기도합시다.”라고 격려했다.

그날이 8월 31일이었다.
“하나님, 다니엘이 돌아갈 길을 열어 주십시오. 그가 돌보는 지하교회 성도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어려움 당하지 않도록 지켜 주시고, 북한에 가서도 큰일 없게 하옵소서. 저 또한 선교 현장으로 속히 돌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간절히 기도하던 선교사의 뇌리에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옛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2003년 1월, 당시 선교사는 북한과 인접한 국경 지역 여러 곳에 식량을 구하러 나온 북한 주민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경 공부를 시켜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사역을 활발하게 감당하고 있었다. 아울러 북한에 친척이 있는 현지 일꾼들을 동원해서 북한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병행하고 있었다. 이 일을 위해 현지 일꾼 S가 밀수꾼들의 도움을 받아 접경 지역의 강을 건넜다.

북한에 있는 친척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S는 날이 밝을 때까지 집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의 기침 소리가 나고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S는 다급함에 공중 변소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이제 곧 마을 주민들이 공중 화장실 앞에 줄을 설 텐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앞이 캄캄해 왔다.
S는 무조건 제일 가까운 집으로 뛰어가 문을 두드렸다.

집안에서 “누구냐?”라고 묻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S는 “정말 급한 일이 있어 그러니 문 좀 열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문이 열리자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하나님 나 좀 살려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그 모습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주인 아주머니는 누구시냐고 재차 물었다.

“여기에 친척이 있습니다. 친척 집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주려고 찾아가던 중에 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친척이 누구입니까?”
“OO입니다”
“아, 걔 나도 압니다. 우리 이종사촌임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아주머니는 반가워하며 통옥수수 죽을 아침으로 차려내 왔다. 죽을 먹는 S에게 아주머니는 그 집에 갔다 올 테니 기다리라고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주머니는 그 집 사람들이 출타해서 한 달 후에나 돌아온다며 “오늘 밤에 다시 강을 건너가십시오. 가는 길은 내가 가르쳐주겠슴다.”라고 S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딸에게 “야, OO에 가서 엄마 보는 책 좀 가져오라.”라고 했다. S는 속으로 “무슨 책을 OO에다 두나?” 하고 궁금해 하는데 아이가 돌돌 만 종이 쪽지를 손에 들고 왔다. 엄마는 아이가 가져온 쪽지를 펴서 일꾼에게 보여 주었다.


“에베소서 –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의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찌어다~”




세로쓰기로 된 에베소서였다. 너덜거리는 성경을 본 일꾼은 기쁜 나머지 “아주머니, 예수 믿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건 아닙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 이 에베소서 성경은 누구로부터 받았습니까?”
“누가 갖다 놨는지 모릅니다. OO에 숨겨 두고 보다 보면 어느 샌가 읽었던 성경은 가져가고 대신 다른 성경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성경은 쪽 복음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성경에서 각각 뜯어낸 것이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아주머니는 “사실 내래 예수믿는 예수쟁임다. 나 말고 8명이 더 있습니다. 김OO이란 분이 우리 모임의 책임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일꾼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로 성경을 읽는 것으로 짐작건대 해방 전부터 믿어온 그루터기 성도들임이 틀림없었다. 아주머니와 하루 시간을 보낸 일꾼은 그날 밤 중국으로 건너왔다.




S로부터 북한 지하교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선교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성경과 구제품, 200페이지 분량의 새 신자용 성경 공부 교재 몇 권을 챙겨서 보냈다. 그렇게 사역을 이어가던 6개월 후 즈음에 “새 신자 성경 공부 교재 300권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 그 말을 들은 선교사는 몇 번이고 현지 일꾼에게 “정말 300권이 맞습니까?”라고 확인했다. 지도자들이 볼 교재가 300권이라면 도대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성도들이 있다는 말일까? 선교사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부지런히 230페이지가 넘는 책을 북한에 가져 가기 좋은 크기로 편집했다. 300권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미행하는 것 같다는 연락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소식이 끊어졌다. 그와 함께 한창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선교사의 북한 선교 사역도 잠시 동안 중단 됐다.


그로부터 17년 후,

당시 일을 회상하던 선교사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북조선에 성경 공부 자료 4천 개를 누구를 통해서 보냈느냐?”
순간 섬광처럼 생각이 스쳤다. 다른 누구도 아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해 매일 머리를 싸매고 있던 다니엘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 엄청난 일을 행하셨다는 사실이었다.
“하나님, 제가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요? 다니엘을 통해 지난 4월에 2천 개, 5월에도 복음의 기초를 설명하는 내용과 성경, 찬송가, 간증이 담긴 2천 개나 되는 자료를 보냈네요”
“그리고 누굴 찾았느냐? 17년 전 완전히 끊어졌던 북조선의 김OO 선생을 찾지 않았느냐?”
“네 하나님, 그동안 그렇게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연락이 되지 않던 김OO 선생을 다니엘을 통해 찾았고, 그에게 식량을 보낼 수 있었네요.”
코로나19로 힘든 것만 생각하며 애태우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길이 막혀 돌아가지 못하는 다니엘을 통해 다량의 성경 공부 교재를 북한 깊숙한 내륙까지 보낼 수 있게 하셨다. 그리고 17년 동안 소식조차 알 수 없던 지하교회 지도자를 찾아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많은 양의 식량을 보낼 수 있도록 역사하셨다. 어찌 완전하신 하나님의 행사를 찬양하지 않으리요!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다니엘에게도 고향에서 온 평강의 소식을 듣게 하셨다. 이제 다니엘은 염려 걱정 없이 두통마저 사라진 상태가 되었다. “하나님께서 나로 중국에 머물게 하신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걸 내래 알지 못한 거디요. 내래 이제 정말 하나님만 의지합니다” 하나님께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다니엘의 고백이다.

어떻게 이것이 한 선교사와 북한 지하교회 지도자에게만 해당하는 하나님의 뜻이겠는가?
오늘의 우리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회에 가는 것도, 일상의 삶을 사는 것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두려워한다. 그런 우리를 향해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마10:28-31)”

도리어 코로나19 상황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일컬음을 받는 우리가 믿음과 신앙의 현 주소를 직시하고 겸비함으로 돌이켜 회개할 절호의 기회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계셔서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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