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특집] 2020년, 돌아보니 감사뿐입니다(1)(2020.11)

“만화 성경이 미얀마 접경국에 도착했습니다. 추이를 살펴야겠지만 가능한 한 빨리 미얀마로 보내려 합니다.”

지난달, 본회 성경 배달 일꾼에게 전달된 내용이다. 그 말을 들은 일꾼은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 여파로 근 삼 개월 동안 선적이 지연된 미얀마 만화 성경이 드디어 목적지 코앞까지 도달했다는 전언은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식이었다.
미얀마 만화 성경은 지난 코로나19 기간에 하나님이 모퉁이돌선교회에 맺게 하신 귀한 결실이다. 작년 12월 즈음 미얀마 만화 성경 발행을 위한 논의가 본회 내부에서 본격화되었고, 곧바로 번역을 맡겨서 인쇄를 끝내기까지 8개월간의 시간이 소요되어 미얀마로 보냈으니, 시작부터 끝까지 코로나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운 시기에 하나님이 행하신 놀라운 일이다.

모퉁이돌선교회가 출간한 아랍어, 터키어, 이란어, 히브리어 등 기존의 다른 만화 성경책들처럼 미얀마 만화 성경 또한 1만 권을 제작하는 전 과정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었다. 적절한 번역자와 편집자에게 일을 의뢰하고 출판을 진행하는 중요한 구비구비마다 하나님은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게 하셨다. 적지않은 번역비와 인쇄비, 운반비 등의 비용도 한국 성도들의 마음을 감동케 하셔서 넉넉히 감당하게 하셨다.
이것이 어찌 미얀마 만화 성경에 국한된 일일까. 한 해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 코로나19의 창궐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지금은 선교가 안 된다’라고 모두가 입을 모을 때, 하나님은 친히 능력의 손으로 사역을 이끄셨고 당신의 영광을 우리에게 보이셨다.

2020년 모퉁이돌선교회에 행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본회 선교사, 간사, 매일 기도팀, 자원사역자의 고백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님이 흠향하실 향기로운 감사의 제사가 되기를 소원한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십니다!


코로나19 기간은 저희 부부에게 특별한 은혜의 시간입니다. 새벽 2시, 3시도 없이 17년 넘게 사역하면서 안식하지 못한 것을 하나님께서는 지금 누리게 하십니다. 선교지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강제 휴가를 갖고 보니, 밀려오는 사역으로 앞만 보고 돌진하는 남편을 둔 제 아내가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헤아리게 됩니다. 사역자로만 살았지, 가정을 돌보거나 아내의 고통을 품는 가장으로서는 빵점이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이렇게 오랜 기간 같이 있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감사하게도 함께함을 통해 가정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정해 준 부부가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근래에 또 하나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입니다. 선교지에서 저는 현장 동역자들이 미덥지 않아 염려가 많았습니다. 그런 믿음과 생각으로 되겠느냐며 닥달도 했습니다. 그들을 빨리 신앙으로 무장시켜 자립시켜야 한다는 조급함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저희 부부가 국내에 머물게 되고 선교지 활동도 막히니 걱정 근심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하나님이 일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신실한 현지 동역자들을 붙이셔서 사역을 확장시키셨고 보안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더 깊게 들어갈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시도했어도 잘 안 되던 부분이 실제적으로 가능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없어도 내가 다 한다. 그래서 내가 너의 하나님이다.” 그것을 친히 보이시는 하나님께 제가 감사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몇 달 전, 그동안 바빠서 손대지 못했던 사역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낡은 종이 뭉치와 빛 바랜 사진에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바쁘게 다니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 것 같은데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저희에게 피할 길을 내시고 지혜를 주셔서 별별 일들을 이겨내게 하셨습니다. 세어 보니 지금껏 저희가 훈련한 사람만 족히 700명은 되었습니다. 우리를 통해 엄청난 일을 행하신 것을 코로나로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이때 보게 하셨습니다. 가정적으로 에덴 동산으로 회복되게 하시고, 사역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닫게 하시며, 또 앞으로 행하실 일들을 기도로 준비케 하시는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북한 사역을 감당하는 A 선교사의 감사입니다.
중국 사역을 감당하는 B 선교사의 감사는 무엇일까요?


지금은 정지가 아닌 녹음 중입니다!


녹음기의 일시 정지 버튼은 녹음기를 완전히 끄지 않은 채로 다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행을 멈출 때 사용합니다. 일시 정지가 되었다고 해서 녹음기가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시적인 주행만 안 하고 있을 뿐 여전히 전기가 흐르고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됩니다.

나의 사역과 계획에도 하나님의 사역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모든 사역이 정지되고 실질적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 같지만 모든 사역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당신의 사역을 녹음하고 계셨습니다. 단지 우리의 눈에 정지된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누르신 녹음 버튼은 계속 빨간 불이 점등되며 여전히 진행 중이고, 녹음되는 내용은 기존의 가시적인 것들은 빠지고 소외된 것들이 보충되어, 마치 완전하신 하나님의 성품처럼 완전한 사역으로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묵묵히 코를 닦아 주고 옷을 입히며 학용품과 도시락을 챙겨 주시던 부모님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품 안에 품으시고 그 안에서 평안히 거하게 하십니다. 오늘날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역이 하나님의 돌보심과 인도하심 가운데 있음을 봅니다. 모태로부터 우리를 지으시고 태어나게 하셔서 이 땅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지상 명령을 수행하는 자녀와 일꾼으로 불러 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고 실행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또 다른 선교 현장에서 사역하는 K 선교사로 감사의 제사를 드리게 하십니다.


위기를 더 큰 축복과 은혜의 날들로 채워 주십니다!


선교지에 발이 묶인 지도 벌써 여섯 달이 되어 갑니다. 거의 하루 종일 기도와 말씀으로 살게 하신 하나님께서 이제 본격적인 또 다른 사역을 준비하게 하십니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는 “이곳의 헌신된 전도자들과 함께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라. 노숙자 사역도 이들과 시작하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몇몇 현지 일꾼들과 모임을 갖고 비전을 나누었습니다. 그랬더니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며 즉석에서 이런저런 실행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장소 얻는 문제, 설교 문제, 법적인 문제 등 넘어야 할 것이 태산인데, 일꾼 중 한 명은 “A국에서 노숙자 교회는 우리가 1호다.”라며 너무 기뻐합니다. 정말 이들은 심장에 불을 붙여 줄 사람을 간절히 바라며 대기한 것 같습니다. 충성스럽고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어쩌면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해 놓으셨는지 이들의 순종에 울컥울컥 감동이 밀려옵니다.

일주일 후에, 일꾼들은 거리 여기 저기에 끝없이 늘어 앉은 노숙자들에게 빵을 나눠주며 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가장 낮고 천한 사람들을 존중히 여기며 친근하게 사랑으로 다가가 복음을 전하는 일꾼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노숙자들은 생각보다 온순하고 복음도 잘 받아들였습니다. 복음을 들은 노숙자들은 거의 다 예수를 영접했습니다. 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저녁 기도 시간에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넘치는 감격과 감사로 눈물만 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이 죄인이 뭐라고 B국 난민 교회 개척에 이어 또 이렇게 귀한 사역을 맡기실까 싶어서였습니다. 위기를 더 큰 축복과 은혜의 날들로 채워 주신 하나님께 어찌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눈물이 있는 곳,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하나님이 계신 곳에 항상 저희도 있게 하옵소서. 이 귀한 사람들을 도울 영광을 주신 은혜가 감사하고 참으로 감사하여 내 잔이 넘치고 넘치나이다. 주님,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더 아프고 더 낮은 곳으로 저희를 인도하소서. 주님,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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