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김정은은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하였다. 이때부터 북한에서 남한 지우기와 통일 지우기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헌법을 개정하고 ‘동족’, ‘통일’이라는 단어와 문장들이 삭제되거나 사라졌다. 북한이 발표한 ‘적대적 두 국가론’이 무엇을 의미하고, 북한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피고 선교적 측면에서 알고 기도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한다.
이번에 북한에 다녀왔는데 달라진 것이 있어요
“북한 입국 시 ‘ㄱ’자가 있는 물건이 하나만 있어도 세관 통관을 할 수 없어요. 한글은 통관이 불허되는데, 오히려 영어는 가능합니다. 그만큼 한국 물건이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합니다. 그리고 황당했던 일은 제가 ‘북조선’ 이라는 말을 하니까 ‘선생, 그런 말 하지 말라’면서 정색하며 문제를 제기해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는데 안색이 변하여 화를 내길래 ‘그럼 뭐라고 하느냐?’ 물었더니 ‘그냥 조선이라고 부르라’라고 했습니다. 남조선이라는 말도 사용하면 안 되고, 한국이라 한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북한을 다녀온 사역자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다. 북한 안내원이 정색하며 단호하게 ‘북조선’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2023년 12월 김정은이 “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구 교전국 관계이며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고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것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이때부터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되 불변하는 최종적인 원칙으로 결정하였는데, 그 이유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문화를 유포하고 북한 붕괴를 노렸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북한에서는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남북 간의 물리적, 법적 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다.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헌법을 개정하고,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폐기하였다. 또한 대남 전담 기구인 통일전선부를 격하하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명칭과 조직을 개편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주요 대남 기구들을 정리했다. 북한에
‘통일’, ‘동족’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였으며, 경의선과 동해선 등 남북 연결 도로 및 철도 구간을 폭파하여 물리적 통로를 끊었고, 비무장지대 일대에 군사 시설을 대거 보강했다.
북한은 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일까?
“처형장에서 ○○군 재판소에서 나온 재판관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괴뢰놈들(남한)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되었다’라고 읊어줬습니다. 그런데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통일부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실린 2022년도와 2023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공개 처형된 사례를 목격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김정은이 남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기에 앞서 북한에서 줄줄이 제정돼 강도높게 시행되고 있는 법안들이 있다.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9월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1월 평양문화어보호법
2023년 2월 국가비밀보호법
이 4개의 법안들은 내용이 유사한데 남한의 영상물과 외국의 출판물, 음악 등의 유입 및 유포, 남한 식의 말투(오빠, 자기, 대박 등)와 서구식 복장(선글라스, 흰색 웨딩드레스 등) 및 장신구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 시 최대 무기노동교화형이나 사형에 처하는 등 중대 범죄로 처벌한다. 실제로 삼마고급중학교 학생 2명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공개 재판을 받고 12년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다. 이 외에도 많은 처형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법안들이 시행된 이후인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가 천명됐다. 김정은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문화를 유포하고 북한 붕괴를 노렸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외부 특히, 남한의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남한의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통해 북한 주민들 중 젊은 계층의 사상이탈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독재체제가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최후 수단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남한 지우기와 통일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체제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우리의 대응과 기도
1. 북한 선교에 어려움이 따르는 환경을 알고 기도해야 한다
“남한과 연락하지 못하게 감시하고 숨을 쉴 수가 없으니 당분간 조심하자네요.”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한 이후 북한이 제일 강력하게 실시하는 것이 주민 단속이다. 이로 인해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북한의 삼엄한 감시와 단속이 그치고 성경을 보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 사역이 중단없이 계속되도록 기도가 필요하다.
2.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한국의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한국을 동족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해서 핵을 고려했던 사항을 백지화했지만 이제는 마음 놓고 핵을 포함해 선제공격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은 평화공존이 아니다. 상대를 완전히 제거하는 혁명적 적대 관계이기에 필요시 한국을 선제 공격해서 영토까지 점령하는 것을 포함한다. 북한의 많은 미사일이 한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공격 의지를 분명히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살벌한 공격적 태도에도 한국 정부나 언론에서는 ‘평화적 두 국가’ 등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부와 관료, 국민들이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게 기도해야 한다.
3.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적대적 두 국가는 우리에게 현실이다. 사느냐 죽느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이다.
복음을 들어야 하는 백성들이 2천3백만이 있다. 교회와 성도들이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적대적 국가론의 심각성을 알고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겸비하여 기도해야 한다. 느헤미야가 무너진 성벽을 건축한 것처럼 복음의 성벽을 북한에 건축하는 것이야말로 원수의 머리에 숯불을 올려 놓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북한에 하나님의 나라가 지금 이루어짐을 선포하고, 남한 교회가 정결하고 거룩한 신부로 단장해 북한 선교를 감당할 때 선하신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