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돌선교회의 초창기 사역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성경 밀수”일 것이다. 이삭 목사는 “어떻게 하면 북한과 중국에 성경을 들여보낼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늘 골몰했고,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없을까?”라며 눈을 반짝거렸다. 첩보 영화에서 메모한 내용이 실제 사역 현장에 접목된 적도 있는데 헬리콥터를 이용한 대규모 성경 밀수 작전이 그중 하나였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갑시다!” “이 이상은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북한 국경 쪽으로 비행기를 붙이고 싶어하는 선교사와 국경을 넘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는 헬리콥터 조종사 간의 실랑이가 팽팽했다. 결국 일꾼이 웃돈을 얹어 주기로 하고 나서야 헬기는 북한 영해 근처를 저공 비행했다. 아래로 200여 미터 남짓한 강폭의 두만강이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두만강 철교를 가로질러 유유히 흘러갔다. 선교사는 며칠 전, 두만강 앞바다의 물의 흐름을 알아보라는 이삭 목사의 말에 따라 중국, 러시아, 북한의 국경이 만나는 핫산 지역을 찾았다. 그때 살펴 둔 인근 지점까지 헬리콥터가 날아가자 선교사는 성경 말씀과 전도지가 담긴 특수 제작 팩을 밑으로 떨어트렸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물살이 세서 한두 시간 안에 북한 영해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르게 북한 쪽으로 향하는 성경과 전도지를 바라보며 헬리콥터 밀수 작전의 성공을 직감한 선교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기분 좋게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조종사가 갑자기 기수를 돌려 불시착을 시도하더니 순식간에 군인들이 가득 탄 트럭 두 대와 지휘 차량인 군용 지프차가 선교사와 조종사를 포위했다. 총을 멘 군인들이 다가와 두 사람을 사정없이 끌어내린 것도 눈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러시아 남방 한계선을 넘은 혐의로 체포한다.” 졸지에 비자 없이 북한을 다녀온 것이 된 선교사와 조종사는 꼼짝없이 붙들려 국경수비대장 앞으로 끌려갔다. “너희들, 이게 얼마나 중범죄인지 알아? 적어도 몇 십 년은 징역을 살아야 할 거다. 왜 북한으로 가려 한 거지? 이번이 몇 번째야?” 국경수비대장은 심문을 계속했지만, 선교사는 유구무언이었다. 선교사는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그런 그가 딱해 보였던지 수비대장이 담배를 권했다. “고맙습니다만 저는 목사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 말은 들은 수비대장이 자신의 애인도 예수를 믿는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졌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선교사는 지금이 복음을 전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를 보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하였더라’” 선교사는 전도지를 꺼내 성구를 한 절 한 절 찾아가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전도를 하다 보니 어느덧 잡은 자와 잡힌 자가 뒤바뀐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수비대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네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 본부에 계속 연락을 했는데 결정권자가 자리에 없고, 네 비자 날짜도 내일로 끝나기 때문에 내 직권으로 풀어주겠다.” 극적으로 러시아 군인들의 손에서 벗어난 선교사는 “스파시바(고맙다)”를 연신 외쳤다. 만약 비자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힘든 일을 피하기 어려웠을 텐데 날짜와 때까지 섬세하게 맞추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놀라웠다. 선교사는 은혜에 감격하며 헬리콥터에 몸을 싣고 러시아 내륙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