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 편지] 정말 그들을 사랑하고 용서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동역자 여러분께!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과 저도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나름대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하나님 나라와 통일을 준비해 왔다고 자부할 수 없습니다.
통일 독일을 유심히 살펴왔습니다. 기독교적 측면에서 통일이 있기까지 숨어서 일한 이들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오랜 세월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 공산주의 사상에 이끌렸던 것과 히틀러, 통일 독일이 있기까지 그들이 경험하고 준비한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떠합니까? 분단 국가가 통일 한국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연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다웠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은 정말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자리를 지켰는가라는 질문입니다.

 

1,800년대 말에 들어서야 하나님의 말씀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서툰 선교사들과 유교와 불교, 미신에 찌든 우리 땅에서의 복음이 과연 얼마나 복음다웠을까요? 그 와중에 평양대부흥이 일어나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하나님이 갑자기 안겨준 독립에 나라는 둘로 갈라지고, 민주주의라며 나라가 생겨나기 시작한 그 시절 4·19와 5·16 등의 변화들이 이 땅을 짓눌렀습니다.
아픈 심령을 가진 이들이 교회로 모여들었습니다. 웬 병자들이 그리 많았던지, 가난과 배고픔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때때로 터지는 북한과의 갈등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이민가는 이들이 있었고, 월남 전쟁, 독일 광부와 간호사, 남미로의 이민 등등이 있었습니다. 부흥회, 찬양 집회, QT, 그러더니 선교사 파송을 비전으로 내세워 이 나라로 저 나라로… 그러는 가운데 월남한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민족통일이라는 걸 내세워서 교회 안에서 꼭 해야 하는 기도요 구호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요? 진심으로 통일과 영혼 구원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준비했나요? 통일은 고사하고 저와 여러분이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기는 했나요? 교회 밖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저와 제 가정의 이야기요 제 교회와 교단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북한에서 성도들을 만났을 때 들려준 이야기들은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들은 대학노트 한두 권 정도의 말씀을 외워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300장 이상의 찬송가를 외워서 부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남한 성도들의 신앙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믿음으로 나아가는 북한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그들 안에서 자체적으로 믿음을 지키며 예배하는 북한 지하교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을 훈련시키는 사역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친히 북한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을 향해 물으십니다.
정말 그들을 사랑하고 용서할 준비가 됐느냐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게 하시려는 뜻에 맞춰서 살아가며 기도해 왔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그 물음에 저는 기도다운 기도를 하지 못했으며, 바로 가르치지 않은 잘못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한국 교회가 깨어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제게 있음을 인정하며 함께할 이들을 찾습니다. 이 나라 한반도와 온 세상에 흩어진 한민족이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소원하고 기도합니다. 기드온 300명의 기도 용사들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할 일꾼들을 찾습니다. 제가 평양에서 만난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 “나도 하나님께 용서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 받고 싶어 하던 북한 성도들에게 저는 함께 기도하자고 권하려 합니다. 이 땅에 같은 마음을 주신 이를 찾습니다.

 

2020년 2월 14일
무익한 종 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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